Batteaux | Batteaux_Remastered, LP Miniature (1973, 2011)

 

1. 자신들의 올누드를 시원하게 대방출 서비스 중인 이 두 사람은 바토의 멤버인 데이빗과 로빈 바토(David & Robin Batteau) 형제다. 사실 미국에는 그리니치와 큰 관계없이 독자적인 양질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준 계보가 명확하게 존재한다. 미서부에서 발달하며 웨스트 코스트라고 명명되기 시작한 이런 음악들은 70년대 말의 LA발 메인스트림 팝스 그리고 일본의 버블시기와 겹치며 일어난 대미 경제침공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며 그저 죽으나 사나 뉴욕타령인 이들에게 미싱 링크로(하지만 면면이 골드는 물론 플래티넘에 다이아몬드 아티스트까지 있는) 남겨져 있다. 그 중 바토의 음악은 가히 ‘성골’을 논할 만하다.

로빈 바토나 데이빗 바토나 굉장히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데이빗의 활동이 광고와 영상, 그리고 곡을 제공하는 송라이터로서의 활동이 두드러졌다면 로빈의 경우는 꾸준히 자신의 유닛을 결성하여 활동했다. 즉 바토가의 앨범 활동은 로빈을 중심으로 싱글 활동은 데이빗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데이빗의 수려한 선율감과 로빈이 지닌 천연의 앙상블을 이루는 감각이 더해져 만들어진 바토는 바토가의 우성형질을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눈이 쨍할 정도로 파란 재킷부터 분위기 제대로 잡아주시는 이 앨범은 핍쓰 애비뉴 밴드(Fifth Avenue Band)와 피터 골웨이(Peter Gallway)는 물론 버팔로 스프링필드(Buffalo Springfield), 포코(Poco), 알조 프론테(Alzo Fronte)와 호세 펠리치아노(Jose Feliciano)의 이름을 들먹여도 어색하지 않은 앨범이며 바토가의 족적에 한 자리를 차지한 앨범이라는 프리미엄도 붙어있다. 사실 ‘바토 패밀리’의 족적만 따로 분리해서 한 챕터를 써도 글이 배부를 정도로 그득하게 나오는데 여기선 일단 줄이고(나중에 단행본에 수록할 예정이다. 물론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이 앨범에 집중하자면 70년대 초반 콜럼비아(Columbia, 흔히 보는 빨간딱지 레이블. EMI산하의 콜럼비아와는 다르다. 과장을 아주 조금만 섞자면 매출규모가 이쪽이 1억 배는 클 것이다)라는 신뢰의 엠블럼이 새겨진 앨범이라는 말부터 시작하겠다.

거기에 당시 거물급 싱어송라이터들의 음반을 제작했던 프로듀서 헨리 루이(Henry Lewy)와 후에 스무스 재즈 계열의 프로듀서로 성공하는 스튜어트 앨런 러브(Stewart Alan Love)가 동시에 프로듀서로 참여해 LA에서 레코딩된 앨범이며, 바토 형제 이외에도 톰 스콧(Tom Scott), 존 게린(John Guerin)같은 나성급행(LA Express)의 뼈대를 이루던 뮤지션들이 세션으로,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의 앤디 뉴마크(Andy Newmark)도 참여하고 있다. 가문의 인장, 신뢰가는 레이블, 우수한 스태프의 참여!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되서 몇 마디 더 덧붙이자면…

후일 라틴 훵크 밴드 엘 찌까노(El Chicano, 물론 의식있는 리스너라면 남미 사람들 앞에서 이 말만은 삼가자)가 커버하게 되는 “Tell Her She Is Lovely”(전미 Top 40트랙!)는 생악기 기조의 쾌청함을 뽐내고(아래에서 원곡과 함께 들어볼 수 있다), 로빈 배토가 참여했던 아팔루자(Appaloosa, 알 쿠퍼가 주체가 된 바로크 팝 밴드)가 연상되는 아련하고 신비로운 바이올린, 그 선율이 춤추는 서정적인 “Lady Of The Lake”를 비롯해 폴리리듬과 이국적인 악기들(스틸팬, 삐삐)이 동원된 “Dig Up The Love” 역시 동시기 브라질의 대중음악(MPB)를 연상시키는 매우 훌륭한 트랙이다. 거기에 허쓰 마르티네즈부터 제임스 테일러까지 동시대의 부드럽고 세련된 음악을 들려주던 뮤지션들의 족적이 연상되는 우수한 포크 트랙과 그루비한 어쿠스틱 소울 튠들이 황금비율로 담겨있는, 이 앨범은 그런 작품이다.

 

2. 당대의 LP는 미국의 콜럼비아를 통해 발매됐으며 카탈로그 넘버는 KC 32063이다. 2000년대 들어서 부트이슈(정감가는 우리말로 하자면 ‘빽판’)로 추정되는 리이슈 LP가 돌아다니는 데 차이는 간단하다. 오리지널 프레스에 들어있는 멤버들의 사진이 있는 더스트 커버가 빠져있는 것이다.

 ‘바토’ 이게 빠져 있다는 말씀

CD화는 두 차례 이뤄졌는데 처음에 일본에서 극소량이 발매된 후 2011년 한국의 반디에라뮤직과 비트볼뮤직의 협업 프로젝트인 Re-Vamp를 통해 LP미니어쳐 재킷으로 다시 발매됐다. 오리지널 LP의 매무새라던가 오리지널 더스트 커버가 어떻게 생긴지 궁금하시다면 오리지널 LP를 구매하셔도 좋고 한국산 재발매반(여하간 나란 남자가 하는 기특한 일이란 정말이지…어찌됐건 찬사를 보내신다면 기쁘게 받겠습니다~)을 구매하셔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또한 “Tell Her She’s Lovely”는 도넛으로도 발매됐는데 미국반의 경우 4-45783의 카탈로그 넘버를 부여받았고 영국반의 경우는 당시 콜럼비아의 음반을 발표하던 CBS에서 발표했고 S CBS 1351이라고 문헌상으로 내려온다.

이 앨범의 가치는 분명하다. 일단 시대적으로 많이 이른 음반이지만 블루스에 기반한 악곡이 씬을 지배하던 시기에, 보편에 호소하는 서정성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리드미컬하게 펼치고 있다. 이런 음악은 안타깝게도 필연적으로 미싱 링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회를 통해 반드시 재평가 받기를 원한다. 수많은 음악이 특별했던 1970년대를 헤집어봐도 이만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 박주혁 bandierarec@naver.com / Bandiera Music A&R

ps. 6월 2일에 열리는 올해 [레코드 페어]에서 우리 스톡에 단 한 장 남아있던 이 앨범을 판매한다. 이게 없어지면 일단 원발매처 재고는 ‘솔드 아웃’이라는 얘기!

 


Batteaux – Tell Her Shes Lovely 

 


El Chicano – Tell Her Shes Lo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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