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5 하계 국제 록 페스티벌 단상

음악 페스티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제 진부해진 것 같다. 페스티벌이 진부하다는 말이 아니라 페스티벌에 대해 ‘말하는’ 것이 진부하다는 뜻이다. 연중무휴로 열리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서 ‘캘린더’를 만들어서 정리해 줄 사람이 필요해졌다. 누군가는 하고 그걸 찾아내면 된다. 페스티벌의 종류도 다양해서 여러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규모’에 따른 구분이 제일 먼저 들어오겠지만, ‘시즌’에 따르는 구분도 있고, ‘장소’에 따른 구분도 있겠다.

이 글에서 주목하는 건 장소다. 규모가 비슷하고 시즌은 초여름부터 늦여름이기 때문이다. 세 페스티벌인데 각각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이다. 세 페스티벌 모두 Incheon Pentaport Rock Festival, Jeonju Ultimate Music Festival, Busan International Rock Festival이라고 써야 간지가 날 것이다. IPRF, JUMF, BIRF 라는 약자도 있는데 역사가 가장 짧은 JUMF가 입에 가장 착 달라붙는 듯하다.

<2025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 라인업
<2025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 라인업

올해의 흥행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수익성까지는 알 수 없어도 관중을 유치하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세 페스티벌 모두 블라인드 티켓이 몇 분만에 매진되었다니 이제 누가 공연하는지 몰라도 페스티벌 그 자체를 소비하는 단계로 진화한 것이 분명하다. ‘헤드라이너’가 누구인가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누가 오더라도 영국, 미국, 일본의 유명 밴드나 아티스트일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한 페스티벌을 제외하면 ‘영미일’이 페스티벌 전체 일정의 헤드라인을 채운다. 물론 한국 밴드를 ‘외국 밴드보다 시시하다’고 보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나갔다.

달리 말하면 각 페스티벌마다 충성스러운 팬들이 생겼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팬들의 중복은 있겠지만 페스티벌마다 고유한 ‘바이브(vibe)’가 형성되었고 이를 기억하는 팬들이 계속 찾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 결과 페스티벌마다 ‘부심’이 형성되고 이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경우도 관찰된다. 때로 언어가 격해지기도 하지만 위험 수준까지 가지 않고 재미로 끝난다면 경쟁을 위해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관심 있게 지켜 본 경우는 ‘코어 팬’들이다. 내가 접한 이들은 20-30대의 팬들인데 ‘모든’ 페스티벌을 가고 싶어 하지만 그럴 만한 경제적 여력은 없어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더군다나 머나먼 지방에서 출발해 수도권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올 경우 티켓값보다 교통비와 숙박비가 더 많이 든다는 하소연을 듣기도 했다. 직장을 다니는 경우 휴가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고심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그 결과 인천에서 열리든, 전주에서 열리든, 부산에서 열리든 한국의 밴드나 아티스트 대다수는 서울에서 활동한다. ‘1일 생활권’이 된 작은 면적의 나라에서 불가능하지 않으니 불가피한 일이다. ‘한국’이 로컬이라면 ‘로컬 중의 로컬’인 한국의 ‘지방’에서 활동하는 밴드가 대형 페스티벌의 무대에 서기는 힘들다. 이를 위해 작더라도 스페셜 무대가 마련되는지도 지켜볼 예정이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25> 라인업

또 하나 주목할 ‘장소’의 문제가 있다. 일본이 아닌 아시아 밴드와 아티스트가 얼마나 무대에 서는가다. 아시아를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너머로 확장하는 것은 무리지만 국제 음악 페스티벌에 ‘영미일’의 유명 밴드만 초대하지 않는다는 변화는 수년 전부터 감지되어 왔다. 이미 6월에 개최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DMZ Peace Train Music Festival)과 <아시안 팝 페스티벌>(Asian Pop Festival), 그리고 매년 10월에 개최되는 <잔다리 페스타>(Zandari Festa) 등은 선구적 역할을 해 왔다.

사견에 지나지 않지만 아시아 밴드와 아티스트 가운데 지난 몇 년 간 정치적 분위기로 인해 초대하기 힘들었던 중국, 그리고 한국에는 아직 낯선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 예를 들어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등의 음악이 페스티벌을 통해 점진적으로 더 많이 소개되기 바란다. 실제로 스트리밍의 시대에 내 주변에는 아시아의 ‘콘템포러리 팝’을 즐겨 듣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2025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라인업

물론 스트리밍으로 거의 ‘공짜’로 음악을 듣는 것과 티켓을 사서 공연을 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즉, ‘수요’의 문제는 매우 현실적이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도 필요해 보인다. 물론 개인적 예측일 뿐이다. 그렇지만 모처럼 찾아온 밴드 붐이 ‘지속가능’하려면 그동안 하던 것들을 계속 잘 하는 것 외에도 새로운 길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내가 페스티벌 코어 팬들을 만나서 들었던 것들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은 장소와 관련된 두 가지 논점이었다. 지방이 더 많이 드러나는 것, 그리고 아시아 음악과 교류. 당장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물론 기획자들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이상의 이야기는 생략한다. | 신현준 hyunjoon.shin@gmail.com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