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린지 오(Dringe Augh) | Between The Tygh | 일렉트릭뮤즈, 2011 6월의 포크 “딱히 특정 장르의 음악을 추구하지 않고, 곡을 만들면서 염두에 두는 뮤지션(혹은 스타일)도 없어요.”라든가, “우리의 음악을 특정 장르로 규정짓지 말아 달라.”라고 말하면 좀 더 ‘있어(?)’ 보일 텐데, 노골적으로 자신의 출신성분을 드러내는 음악가들이 있다. 장르의 특성상(비교적 전통성을 중요시하고, 전자기기의 발전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포크(folk) 음악에 뿌리를 둔 몇몇 이들이 그렇다. 국내 인디씬을 돌이켜보자면, 카바레 사운드 출신의 위치 윌(Witch Will)의 [Trip On Havana]과 아톰북(Atombook)의 [Warm Hello From The Sun] 앨범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그들은 스스로 ‘브리티시 포크’의 적자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오리지널’에 가까운 사운드를 표현하고자 했다. 기실, 뮤지션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면 리뷰어도 곤란하다. 사회문화적 맥락에 한 문단, 그리고 표현의 방법론에 대해 한 문단 정도를 할애하며 썰을 풀어야 하는데, 할 말이 없어진다. 오로지 음악의 촘촘한 결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는데, 그 사운드의 밀도를 언어로 표현할 재간이 없다. 그렇다고 위와 같은 음악을 놓고 ‘한국적’이지 못하다거나 모방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더 어리석은 짓이다. 남들보다 옆자리 학생의 답안지를 좀 더 많이 훔쳐보았다고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대중음악의 태생적 요소를 무시한 꼴이다. 드린지 오(Dringe Augh)의 첫 번째 앨범 [Between The Tygh]는 ‘브리티시 포크’를 노골적으로 표방한다. 페어포트 컨벤션(Fairport Convention), 닉 드레이크(Nick Drake), 스파이로자이라(Spirogyra), 팀 버클리(Tim Buckley) 등 1960~70년대 영국 프로그레시브 포크 뮤지션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핑거피킹(finger-picking) 주법으로 만들어낸 반복적인 멜로디와 리듬, 때로는 신비롭고 때로는 쓸쓸한 분위기 그리고 심미적인 영어 가사까지, 영락없는 ‘브리티시 포크’의 재현이다. [Between The Tygh]는 오래된 사운드의 귀환이다. 십센치(10㎝)나 옥상달빛 등의 인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국내의 달콤한 어쿠스틱 사운드 경향과도 궤를 달리하며, 애니멀 콜렉티브(Animal Collective)나 판다 베어(Panda Bear) 등의 프릭 포크(Freak Folk) 뮤지션에게서 관찰되는 실험적인 포크사운드와도 다르다. 드린지 오는 그저, 1960~70년대 영국의 포크음악을 성실하게 재현한다. 장르적 전형성에서 느껴지는 클리셰를 돌파하는 힘은, 화려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기타연주에 있다. 오른손을 부지런히 놀려가면서, 때로는 변칙적인 주법을 통해서 들려주는 다양한 기타 튕김음은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이다. 기타와 간간히 들려오는 피아노만으로 사운드를 촘촘하고 풍성하게 채운다. 화려한 기교에도 불구하고 부조화나 과잉으로 치닫지 않고 일관된 톤으로 흐른다. 다만 연주의 템포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 꽉 짜인 기타사운드로 인해서 청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백이 적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행간을 보다 넓히는 배려가 있었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최성욱 prefree99@naver.com rating: 3.5/5 수록곡 01. pyne 02. flair 03. winding 04. summed 05. feathery 06. cutter 07. unfair 08. fader 09. wile 10. Tygh 관련 사이트 드린지 오(Dringe Augh) 마이스페이스 http://www.myspace.com/dringe/ 드린지 오(Dringe Augh) 블로그 http://peprerment.tistory.com/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