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1년 3월 11일 진행: 차우진, 이기원(월간 [아레나] 에디터) 사진 제공: 미러볼 레코드 note. 이 인터뷰는 2011년 3월 월간 [아레나]와 함께 진행한 것으로, 당시 짧게 실린 내용을 복원한 것이다. 얼마 뒤 이들은 [무한도전]에 출연했다. 웨이브: 팬클럽 회원이 벌써 1만명이 넘었던데요. 권정렬: 아, 너무 많아요. 조만간 강제탈퇴 시키려구요. 우리는 팬이 소수 정예였으면 좋겠어요. (웃음) 웨이브: 팬덤이 부담스럽나요? 권정렬: 네, 많이 부담스러워요. 이 정도로 클 게 아닌데, 저희 입장에서는 너무 많아요. 윤철종: …아냐, 많으면 좋지 뭐. (일동 웃음) 웨이브: 이건 좀 뻔한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처음 음악 시작할 때 이렇게 큰 인기를 예상했나요? 10센치: 자신감은 있었는데, 이렇게 시류를 탈 줄은 몰랐어요. 80% 이상은 운이라고 생각하는데. 국내에서 소규모 사운드 열풍이 부는 거에 좀 잘 맞은 것 같기도 해요. 코드가 맞았던 게 아닐까… 거기에 일부러 맞출 생각이 아니라 그냥 우리가 좋아서 한 게 이렇게 된 거니까, 운이 좋았던 거죠. 웨이브: 가사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죠. 10센치: 너무 가사만 봐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 좀 그렇긴 해요. 물론 가사도 시류를 탔어요. 요즘 나오는 가사들을 보면 너무 예쁘고 아기자기하잖아요. 우리는 뭐, 소박한 일상들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볼 수 있죠. 웨이브: 소박하다기보다는 표현을 좀 세련되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10센치: 고민하고 쓰면 오히려 더 잘 안 나와요. 생각나는대로 바로 바로 적다보니까, 잘 고치지도 않고. 그래서 그런 가사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웨이브: 확실히 여자 팬들이 많죠? 10센치: 예. 우리 노래는 오로지 2,30대 여성을 위해 만든 거라. 그런데 요즘은 공연장에 남자 관객들이 많이 늘었어요. 맘에 안 들어요. 입장에 제한을 둬야 하나 싶기도 하고. 진심이에요. (웃음) 여자 친구를 따라왔거나, 진짜 좋아서 오거나, 둘 중 하나일텐데. 여자친구 따라오는 경우라면 소극적으로 앉아있으니까 신경이 안 쓰여요. 그런데 적극적인 분들이 있거든요, 굉장히 신경쓰여요. 걸걸한 목소리로 뭐 불러 주세요! 이러고. 절대 안 불러줘요. 농담이 아니라, 저희 나름대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예요. 웨이브: 아니 왜 그렇게 남자를 싫어해요. 10센치: 싫어하는 게 아니고요. (웃음) 저희 노래가 정말로 2,30대 미혼 여성들만 노리고 만든, 아니 생각해보니 기혼도 괜찮다. 기혼이라고 해서 안 외로운 건 아니니까, 어쨌든 여성분들을 위해서 만든 건데 다른 연령층 혹은 남성 분들이 좋아한다는 건, 의도한 바가 안 되는 거잖아요. 거기서 좀 실패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웨이브: 팬층이 변한다는 건 좋은 일이기도 하잖아요. 실제로 남자 팬들이 늘어난다면 그 이유가 뭘까요? 10센치: 그럼요, 좋은 거죠. 남자 팬이 늘어나는 건, 여자들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웃음)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요즘에 ‘허세 음악’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음악이 거기 들어가는 것 같고요. (웃음) 제 생각엔 브로콜리 너마저가 시작이었어요.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런 거 있잖아요. ‘나는 이런것도 들어, 나의 BGM을 보렴’ 뭐 이런 것들 있잖아요. 거기에 아이돌도 있고, 장기하도 있고 그런 거죠. 요즘에 10센치가 거기 들어가는 것 같아요. 웨이브: 여자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알아야 대화하거나 작업하기 쉽다는, 뭐 그런 뜻인가요? (웃음) 10센치: 좋은 말로 하면요, 사실 음악의 메시지가 다 비슷비슷하잖아요. 남자가 부르는 노래는 ‘여자를 지켜줘야 해’ 같은 강박이 있고 또 ‘쿨하게 내가 너를 보내준다’ 뭐 이런 느낌. 여자들 노래도 입장만 바뀌어 있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안 그런거죠. 듣다보면 이게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잘 모르겠고. 남자가 부르니까 여자한테 하는 얘기 같은데, 화자가 되게 나약하잖아요. 왜냐하면 실제로 우리가 나약하니까. 그래서 남자들이 더 공감하는 것 같기도 해요. 실제로 그렇게 강한 사람이 없으니까. 웨이브: 이제까지 남자들이 부르는 음악, 장르와 상관없이 말이죠, 그런 음악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 같네요. 10센치: 멋있는 척 포장하는게 유치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우리의 초기작들 보면 은근히 무게 잡으려고 하는데, 그게 안 어울리더라고요. 웨이브: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를 듣고, 대체 이 친구들 기반이 뭐지? 했어요. 실용음악과 출신인가? 밴드 출신인가? 그러다가 아는 분한테 밴드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윤철종: 저희 기반은 둘 다예요. 일단 저는 실용음악과 1년 다녔는데, 그래도 밴드 음악이 기반이예요. 정열이는 메탈리카 좋아하고, 저는 제프백 좋아하고. 지금 하는 거랑 전혀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기반은 그 음악들이예요. 권정렬: 그때는 10센치 같은 음악은 취급도 안했지. (웃음) 슈가팝 쓰레기, 막 이러고. 뭐? 가사에 사랑? 키보드? 멜로디? 미쳤구나! 이랬죠. (웃음) 웨이브: 어떤 계기로 이렇게 바뀐 거예요. 10센치: 정말, 왜 이렇게 됐지. (웃음) 일단 저희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데 군대를 같은 곳으로 갔어요. 거기서 공유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옆 내무실에 있었거든요. 남자들이 군대 가면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은데요, 또 하필이면 그때 제임스 블런트, 제이슨 므라즈, 데이먼 라이스 같은 음악이 유행하고 그럴 때라서 ‘이런 음악도 좋구나’, ‘마음을 올리는구나’ 이러면서 들었어요. 그냥 많이 들었던 거죠. 그런데 막상 제대하고 밴드를 계속 하려고 했는데 멤버를 못 구했어요. 하하. 어차피 겨울이고 공연도 많이 못하니까 일단 둘이 먼저 해보고 나중에 밴드로 재편성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돈 버는 재미가… 이게 만약 둘이 아니었다면 생각하니까 ‘n분의 1’이 굉장히 중요해지더라고요. (웃음) 웨이브: 사실 10센치는 입소문, 특히 공연장에서 반응이 시작되고 그걸 사람들이 블로그나 SNS에 올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잖아요. 작년 가을 쯤에 ‘요즘 대세는 10센치’라고 할 때에도 사실 아는 사람만 아는 팀이었죠. 누가 소개해달라고 하면 앨범이 없고. (웃음) 그런데 1집은 나오자마자 네이버 뮤직 메인에 ‘핫 앨범’으로 떴어요. 음원 차트에서도 계속 상위권에서. 거기서 아이돌과 경쟁하더라고요. 10센치: 우리가 아이유 이겼잖아요. 아주 잠깐. (웃음) 그쪽은 신경도 안 썼겠죠. 웨이브: 보면서 어땠어요? 10센치: 우리도 굉장히 신기했어요. 이거 뭐지? 왜 이러지? 옛날에는 당연히, 인디 차트만 봤어요. 거기서만 잘 되도 저희는 풍족했거든요. 조금씩 알려지면서 많이 느꼈어요. 이제 회사가 필요없구나, 그런 시대가 오는구나. 블로그나 트위터로도 홍보가 충분히 되고 용돈 벌이도 되는구나. 그랬는데 1집 나오면서 차트가 옮겨졌어요. 인디에서 메이저로. 사람들이 왜 이러지 싶고, 재밌었지만 이해는 안되고. 웨이브: 회사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한 건가요? 10센치: 예상도 했었죠. 브로콜리 너마저와 장기하를 보면서 ‘이제 이런 시대가 왔구나’ 느꼈어요. 사실 붕가붕가레코드가 있지만, 굉장히 소규모잖아요. 물론 인디 씬이 20년이 되어 가지만 정작 서울에만 있는 건 아쉬워요. 결국 씬 자체가 약한 걸텐데, 그래도 결국 좋은 음악이 계속 나오면 된다고 생각해요. 만약 브로콜리 너마저 같은 팀이 5팀만 더 있었어도 지금 같진 않을 거에요. 웨이브: 음악 자체에 대한 믿음이 확실한 것 같아요. 10센치: 사실 우리만큼 안티가 많은 팀도 없을 거에요. 비평을 버리고 대중들의 성원을 얻은… (웃음) 웨이브: 왜 그렇게 생각해요? 10센치: 일단 시작부터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었어요. 일단 공연 때 친절하지 않으니까. 거기에 또 1집 앨범은 우리가 봐도 이 정도로 큰 반향을 얻을 만하지 않거든요. 어쩌다보니 빵 터진 경우인데, 당연히 말이 많겠죠 당연히. 도대체 왜 얘들이 뜨지? 이런 게 비평 쪽의 반응인 것 같아요. 웨이브: 안 그래도 [씨네21]에 실린 평 중에 ‘도대체 왜 이 정도까지 인기가 많은지 모르겠다’ 는 내용도 있어요. ‘다음에도 성공하려면 지금보다는 더 좋은 곡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고. 10센치: 그런 말이 되게 재밌어요. 사실 맞는 말이거든. 다들 냉철하게 보시는 것 같아요. 우리는 우리의 잣대가 있는 거지만, 칭찬은 별로 재미없죠. 하지만 비평가들이 조금만 더, 왜 얘들이 이런 음악들을 만들었고 왜 얘들이 유명한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우리 팬들이 보면 그걸 왜 모르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웨이브: 본인들이 생각할 때 이 인기의 근원은 확실히 2, 30대 여성들을 노리고 쓴 곡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10센치: 곡 뿐만 아니라 그냥 팀 존재 자체가 그 분들을 위한 거에요. 하하. 물론 가사도 한 몫 한 게, 예쁜 가사가 아니니까. 우리는 가사를 막 써요. 그래서 타깃을 정했다기보다는, 우리 가사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게 그 분들밖에 없는 것 같아요. 웨이브: 제가 볼 때는 ‘귀여워서’인 것 같아요. 10센치: 공감해요. 우리 음악이 전혀 쿨하지 않거든요. 어차피 세상에 쿨한 사람 없는데 다들 쿨한 노래를 하려고 해요. 그렇다고 우리가 완전히 연출하는 것도 아니에요. 무대에 올라가면 은근히 쿨하게 만들고 싶어하고. 그러니까 귀여운 거죠. 우리는 밑천이 다 드러나는 스타일이에요. 웨이브: 1집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사실 “오늘 밤은…”이 없었으면 지금의 성공도 없지 않았을까요? 10센치: 그렇다고 지금 저희가 얻고 있는 메리트를 고수할 생각은 없어요. 1집은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나온 건데, 사실 우리 마음대로 했어요. 그런데 타이틀곡도 “그게 아니고”를 하면 안 되었어요. “오늘 밤은…” 이랑 비슷하잖아요. 차라리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를 했어야 했죠.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가는 건 재미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반응이 좋았던 노래도 2곡이나 뺐어요. 니즈(needs)를 충족시켜주는 건 좋긴 한데 그 다음이 중요하잖아요. 지금 하기 싫은 걸 안 하는 게 결국 좋은 것 같아요. 웨이브: 회사 없이 활동하는 게 불안하진 않나요? 10센치: 사실 욕심이 별로 없어서 불안할 것도 없어요. 작년까지 쥐뿔도 몰랐는데도 이상하게 자신감이 넘쳤어요. 도와주신 분들도 많죠. 해피로봇도, 다른 분들도. 웨이브: 선배 뮤지션들과의 관계도 좋아보여요. 유희열이나 하림, 윤종신, 이승환 같은 사람들이 자주 얘기하더라고요. 권정열: 아니, 그건 그쪽에서 일방적인 거에요. 우린 별로 관심없어요. 이거 꼭 써 주세요. (웃음) 윤철종: 아니 아니. 물론 너무 존경하는 뮤지션들이고… 웨이브: 수습인가요? (웃음) 권정열: 왜 그래, 정말 관심없잖아. 하하하. 웨이브: 왜 그들이 10센치에 관심이 많을까요? 10센치: 싸가지가 없어서? (웃음) 이승환 선배님이 그랬어요. 방송국에 가면 다들 찾아와서 90도로 인사하고 그러는데 우리는 그런 걸 안한다고. 그래야하는 줄도 몰랐고, 또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얼마나 친하다고 그렇게 막 인사를 해요. 그런데 이승환 선배님이 ‘얘네는 싸가지가 없어서 맘에 든다’고 했어요. 요즘 애들같지 않다고. 웨이브: 나한테 이런 건 네가 처음이야, 뭐 이런 건가요? (웃음) 사실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에서 10센치는 욕망이 막 이글거리는 게 느껴져요. 어떻게하면 이 코너를 잡아먹을까 연구하는 것처럼. 반면에 옥상달빛은 좀 편안하게 놀려는 것 같고요. 10센치: 우리가 좀 위험하게 하는 스타일이면, 옥상달빛은 너무 안전하게 하는 편이에요. 어제가 정말 최고였는데, 토이 음악을 두 팀이 나누는 거였어요. 저희가 어제 정말 말아 먹었죠. 유희열 선배가 점수를 매기는 거라서 무조건 예찬하는 거였는데, 되도 않는 칭찬을 늘어놓다가 “좋은사람” 1절부터 말아먹었어요. 그걸로 갈라섰어요, 이제. (웃음) 웨이브: 윤종신 곡으로 라이브 할 때(2011년 1월 12일자 방송)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게시판에서도 ‘진짜 잘한다’ 이런 반응이었던 것 같은데. 10센치: 잘 할 때는 잘해요, 저희가. 그땐 정말 잘했는데 요즘엔 이상한 것만 시켜서. (웃음) 그리고 사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예전에는 열심히 연습도 했지만 요즘엔 우리가 생각해도 막하는 것 같아요. 욕하는 건 당연해요. 정말로 욕을 많이 먹고 있어요. 웨이브: 사실 유희열과 10센치가 비슷한 데가 있는 것 같아요. 처음 나갔을 때 어땠어요? 10센치: [라디오 천국]은 완전히 로망이었죠. 그래서 처음엔 기분 좋게, 홍보를 위해서 갔어요. 어떤 끈도 없었는데 연락이 와서. 옥상달빛이랑은 원래 알아서 그것도 좋았죠. 그런데 막상 가서 해보니, 저희 둘 다 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몇 번 연속으로 졌단 말이죠. 그러다보니 아 이건 아닌데? 싶었어요. 그래서 미친듯이 열심히 했죠. 처음부터 뭘 얻어간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뭘 배운 것 같기도 해요. 유희열 씨가 진행하는 걸 보면, 정말, 최고에요. 거긴 대본이 없거든요. 원고 자체가 아예 없어요. 오프닝 한 장 딱 있을까… 그런데도 그 사람은 완전히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요. 심지어 모든 조사도 다 해 와요. 게스트가 나온다고 하면 그 사람에 대한 것도 다 찾아오고. 앉으면 딱 얘기해요, 오늘 기사에 이런 거 나왔던데? 요즘 앨범 어떤 곡이 좋던데요? 대단한 사람. 웨이브: 메이저와 인디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도 봐요. 10센치: 낚시꾼이에요. 얘 괜찮네, 딱! 감이 정말 좋아요. 그런데 우리가 어제 노선을 다르게 탔기 때문에 이제 끝났어요. (웃음) 어제 진짜 심하게 얘기했거든요. 토이 음악이 진짜 불쌍하다고, 10센치보다 더 불쌍하고, 불쌍해서 막 울었다고요. 하하. 그래서 결국 토이 노래를 빼고 윤종신 노래를 불렀어요. 사실 우리 가사의 찌질함이라든가, 남자의 찌질함, 그런 건 윤종신 씨 가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어요. (웃음) 웨이브: 얘길 하다보면, 여자보다는 오히려 남자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남자로 사는 게 어떤 것 같아요? 약간 다른 생각을 한다는 인상을 받아서 물어보고 싶었어요. 권정열: 저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생각을, 그런 강박관념을 놨어요. 그게 없으면 진짜 편해요. 그걸 갖고 있으면 정말 살기 힘들지. 윤철종: 내가 힘들어요, 아직 못 버려서. (웃음) 일단 결혼은 해야 할 거 잖아요, 결혼하려면 그런 게 있어야 하니까. 권정열: 그게 없어도 된다니까. (웃음) 사실 놨다는 게 벗었다는 건 아니에요. 이건 자기가 갖고 싶어서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살면서 세뇌당한 거잖아요. 그걸 어떻게 다 벗어요. 그냥 벗으려고 노력하는 거지. 그런데 제가 정말 놀란 건, 가사를 쓰면서 최대한 ‘마초’같은 느낌을 뺀다고 뺐는데도 블로그 같은 걸 보면 전부 다 ‘마초’같단 얘기를 하는 거였어요. 아, 나도 결국 어쩔 수 없구나, 그걸 버릴 수가 없구나, 그랬어요. 마초 성향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남성우월주의를 외치는 사람들도 정작 그런 사람이 없거든요. 자기 강박인 거지. 오히려 나약하잖아요, 사람들이.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그게 아니고”는 그런 측면에서 나온 노래였어요. 웨이브: 남성성에 대해 생각이 많다는 건 결국 다른 남성성에 대해 고민한다는 얘기라고 생각하는데요, 남자답게 살고 싶지 않다는 게 여자가 되고 싶다는 건 아니니까요. (웃음) 그런 고민들을 하는 데 어떤 경험이나 책, 혹은 사람들이 있었나요? 권정열: 학교 다닐 때 접한 것들이에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친구들끼리. 정말 사소한 단어 하나에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사실 안해도 되는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저는 그때 완전히 바뀌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특히 주위에 그런 고민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어요.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는 친구들… 웨이브: 운동권 친구들? (웃음) 권정열: 그렇죠. (웃음) 밤새서 맨날 그런 얘기. 막 얘기하고 나서 돌아보면, 아 마초적이었네. (웃음) 그러면서 배우고, 또 책도 읽고, 또 여성학에도 관심이 가고. 거기까지 가면 끝이죠 뭐. 웨이브: 사실 자기 자신의 모순 같은 걸 부정하고, 남자가 그냥 착한 척, 아닌 척 하면 그것도 이상해요. 아저씨나 발라드나. 다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겠죠. 윤철종: 일본 청춘 영화 주인공들이 딱 그래요. 아 답답해. (웃음) 웨이브: 자, 어쨌든 1집은 성공했다고 봐야겠죠. 조금 빠른 얘기일지 모르지만, 2집에 대한 고민은 있나요? 10센치: 구상만 하고 있어요. 새로운 걸 추구하고 싶은데… 이왕이면 확 엇나가고 싶어요. 그렇게 엇나갔는데 ‘졸라’ 좋으면 좋겠어요. (웃음) 확 엇나갔는데 별로잖아? 그러면 그게 소포모어 징크스죠. 엇나가지도 않았는데 ‘졸라’ 좋으면? 그건 정체된 거에요. 엇나가서 ‘졸라’ 좋으면 변신에 성공한 거고. (웃음) 어, 전자담배 피우시네요. 저도 잠깐 피웠는데, 수증기가 폐에 쌓이는 것 같잖아요. 목이 더 잘 잠겨요. 게다가 거기선 진정한 구원도 못 받아요. 인스턴트 사랑이라서. 웨이브: 인스턴트 싫어해요? 10센치: 담배만요. 음식은 인스턴트만 먹어요. 싸구려. 하하. 요즘에는 그냥 담배 피워요. 오히려 목에는 담배가 낫더라고요. 웨이브: 얼마나 피워요? 권정열: 하루에 두 갑? 그보다 더 피우면 목에 렉이 걸려요. 윤철종: 잘 피우면 두 갑도 괜찮아. 네가 제대로 못 피워서 그래. (한 동안 담배 피우는 법을 강의) 웨이브: 우리 너무 담배 얘기만 하고 있네요. 권정열: 사실 우리 노래가 다 담배, 여자, 돈 얘기잖아요. 하하. One Response jj 2012.04.08 앞선 음악인들한테 관심이 없다는게 뭐가 그렇게 자랑할 일일까요? 응답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