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한국의 ‘인디 록’은 ‘홍대 앞’이라는 공간과 연관되어 사용되지만,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음악적 실천들이 수시로 벌어졌고, 또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인디 록이란 홍대 안에 있는 게 아니라 홍대 앞으로 집중된 결과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서울 이외의 도시와 그 음악적 경험과 실천 들을 포괄적으로 살피고자 한다.

지난 5월 [weiv]에서 진행한 ‘지역의 음악 씬’과 관련해 밴드 베티애스의 매니저인 위영태 씨가 연락을 했다. 다음은 그가 직접 작성한 광주 씬에 대한 소개 글과 사진들이다. 최소한의 교열을 거쳐 그대로 싣는다. 이외의 다른 지역들도 정리하겠다는 [weiv]의 생각은 변함이 없으니 지역 음악 씬에 대해 글을 쓰거나 정보를 제공할 분들은 연락을 부탁드린다. 이 기획을 통해 지역 씬과 음악 팬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차우진 nar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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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라이브 클럽 씬의 역사

락잇과 핫 뮤직이 있던 시절. 그때 광주에서 다양한 음악을 듣고 싶을땐 사람들은 [치코]와 [백스테이지]를 갔었다. 그리고 라이브를 보고싶으면 [재즈나 칭칭나네]와 [메탈리카]를 가서 ‘어비스’와 ‘프러시안 블루’ 등의 밴드들을 봤었다. 인터넷이 없을때라서 그런지 더욱 음악에 목말랐었고 사람들은 어눌했지만 거기 안에서 우리만의 무언가를 보여주던 때였다.

그리고 2000년, [곡스]라는 클럽이 생겼다. 오픈과 함께 소위, 서울에서 잘나간다는 홍대 밴드들이 [곡스]에서 공연했고 사장님의 방침 대로 그들과 함께 공연한 광주 밴드들도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노네임’, ‘낙장불입’, ‘허키클럽’ 등의 밴드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자기 만의 스타일을 보여주었던 ‘바니피쉬’ 같은 팀들 또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러한 밴드와 클럽 그리고 클럽 매니아들과 함께 광주 밴드들만으로 어느 정도의 규모의 공연을 만들어 내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이런 호기롭던 시절도 몇 달….. 밴드 멤버들의 군 문제와 더불어 광주에서 나름의 인기를 얻기 시작한 밴드들이 광주에서 확실한 자기기반을 만들지 못한 채 서울로 진출하는 일들이 계속되었다. 이 문제는 현재까지도 반복되고 있는데, 아무튼 [곡스]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메탈리카]의 폐업 등으로 광주 씬은 일시적인 침체기에 들어섰다.

펑크 밴드 ‘낙장불입’ (2000년)

2002년의 클럽 [곡스] 풍경

하지만 장소를 옮긴 [곡스]와 [백스테이지], 그리고 후배 밴드들을 비롯해 다시금 재정비한 밴드들의 노력으로 광주 인디 씬은 그 명맥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남아있던 ‘낙장불입’과 새로 생긴 후배밴드 ‘동맥경화’, ‘GHOUL’ , ‘윈디캣’ 등의 팀들은 [곡스]에서 거의 매 주 라이브를 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었고 그 모습에 교감하는 친구들 역시 조금씩 늘어가고 있었다. 또 이때는 2002년부터 매달 광주, 전주, 서울, 부산, 대구, 경주, 안동 등으로 전국 투어를 감행했던 ‘낙장불입’과 ‘훌리건’의 관객 동원력이 서서히 커지고 있었다. [백스테이지]와 [곡스]에서는 광주 밴드들 만으로도 공연이 가능해질 만큼 씬이 형성되었다. 더욱이 이때 문을 연 라이브 클럽 [네버마인드]는 이런 열기를 더욱 부채질하는 역할을 맡았고 광주 씬은 점점 활기를 띠게 되었다. 이런 광주 씬의 활력은 ‘낙장불입’의 해체 후에도 사그러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백스테이지]에서 ‘베티애스’와 ‘윈디캣’의 꾸준한 공연을 토대로 내실있는 관객들이 대거 늘어나며 씬의 부흥기가 찾아왔다. 이런 흐름에 힙입어 [네버마인드] 역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곡스]에서 공연 중인 ‘윈디캣’ (2002년)

2003년의 클럽 [네버마인드] 풍경

클럽 [백스테이지] (2003년)

클럽 [네버마인드] (2006년) 

하지만 광주에서 이런저런 공연을 기획하던 밴드 ‘베티애스‘의 군 입대로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네버마인드]는 자신의 모습을 잘 지켜나갔는데, 특히 꾸준한 밴드 인큐베이팅으로 ‘모투’라는 밴드를 광주에서 나름 인기있는 밴드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물론 이 팀 역시 확실한 지지기반 없이 서울로 올라갔는데, 이후 [네버마인드]의 이전과 [곡스]의 폐업은 꾸물꾸물하던 그 동안의 광주 씬의 역사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듯 했다. 그로부터 한동안 씬은 특별한 일 없이 잠잠한 시간에 묻혀있었는데, 그럼에도 작은 풀 뿌리가 계속 싹을 틔우듯 판이 다시 깔리고 있었다.

2011년에는 클럽 [네버마인드]가 기획한 [광인 컴필] 앨범이 발매되었다. 이 앨범에는 그 동안의 역사를 정리한 ‘윈디캣’과 ‘베티애스’를 필두로 ‘달토끼’, ‘우물안개구리’, ‘매치포인트’ 등의 신인 밴드들도 참여했는데, 이 밴드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광주의 음악이 지금까지의 기반을 바탕으로 더더욱 커나갈지, 아니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부침을 겪으며 고군분투할 지는 두고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조만간 [네버마인드]의 10주년 컴필레이션 앨범이 발매될 거라는 소식에서도 알 수 있듯, 광주 씬 구성원들의 음악적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 끈끈하게 지속되어갈 것이다. | 위영태_광주

 

‘베티애스’의 2010년 공연 모습_클럽 [네버마인드]


윈디캣(Windycat) – Fake It (2011년 [광인 컴필] 수록곡)

 


베티애스(BettyAss) – bi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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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Kim Ho Jin

    확실히 음악 씬이 발달하려면 라이브 클럽 같은 ‘공간’ 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부각시켜 주는 글이네요,
    광주 출신 밴드로는 ‘훌리건’을 기억하고 있었고 1회 펜타포트 당시, 사람이 거의 없는 새벽의 스테이지에서도 열띤 공연을 보여줬었어요.
     아무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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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mbae

    대구출신입니다.
    당시 낙장불입, 훌리건은 매달 1번씩 헤비에 찾아왔었고 저도 항상 그들의 음악을 들으러 갔었죠.
    동맥경화, 베티애스 등등 다들 그립네요.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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