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 Folds | Songs For Silverman | Epic/Sony, 2005 언제나 B학점을 유지할 줄 아는 능력 꾸준히, 언제나 B학점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벤 폴즈(Ben Folds)는 그런 작자다. 늘 기복 없는 작업을 해온 ‘장이’로 다가오는 것이다. 석 장의 밴드 앨범과 두어 개의 프로젝트 앨범 그리고 두 장의 솔로 정규작을 통해 그러한 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제2의 토드 런드그렌(Todd Rundgren)’이라는 가칭도 무색하게 들릴 만큼, 이제 그는 나름의 음악적 중심을 구축했다. 벤 폴즈식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화사하고 장엄한 스타일은 또 하나의 팝 세계를 열어놓은 듯하다. 1995년 3인조 밴드 ‘벤 폴즈 파이브(Ben Folds Five)’로서 첫 앨범을 낸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음악은 본질적으로 변한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다. 불필요한 애드립을 자제하면서도 메인 기타를 대체하고도 남을 원심력으로 중무장한 그의 피아노는, 웬만한 리드 기타보다 더욱 힘 있는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리프와 간주를 이끈다. 마냥 자유로워 보이는 그의 리듬 메이킹과, 생뚱맞게 진행된다 싶다가도 귀에 쉽게 감기는 멜로디 라인은 거부하기 힘든 벤 폴즈의 매력이다. 그리고 2005년에도 어김없이 예의 그 ‘벤 폴즈 표 사운드’가 찾아왔다. 이번 앨범에서도 특유의 치솟는 업비트(upbeat) 스타일은 한껏 발휘되고 있다. 첫 싱글 “Landed”는 수록곡 중 그러한 요소에 가장 충실한 트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맑고 차분한 피아노 전주에 이어지는 그의 미성 보컬은, 청량하고 조근조근한 목소리를 내다가 금세 피아노와 드럼의 경쾌한 리듬에 몸을 맡긴다. 이처럼 코러스 부분에서 왕왕 나타나는, 음계 간의 폭이 큰 악곡 구성 역시 그의 ‘꺾고 튕기는’ 목소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오랜 공백 끝에 발매된 [Songs For Silverman]은 전작 [Rockin’ The Suburbs](2001)와 마찬가지로, 음향적으로는 재치와 안정감이 느껴지고 철학적으론 반어와 진정성이 전해지는 수작이다. 모든 곡이 평균 점수와 편차가 크지 않은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감성을 가장 건드리는 트랙은 “Late”이다. 애절한 선율이 두드러지는 이 노래를 통해 벤 폴즈는, 다름 아닌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한다. ‘이것만은 말하고 싶어요. 당신의 노래는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었어요. (The songs you wrote got me through a lot / Just wanna tell you that)’와 같은 가사는 같은 뮤지션의 입장으로서 고인에게 바칠 수 있는, 존경과 진솔한 감정이 깊게 내재된 언사로 들린다. | 김영진 younggean@gmail.com rating: 7/10 수록곡 01. Bastard 02. You To Thank 03. Jesusland 04. Landed 05. Gracie 06. Trusted 07. Give Judy My Notice 08. Late 09. Sentimental Guy 10. Time 11. Prison Food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