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닉 스페이스 | Who Lives In Sonic Space? | Universal Music, 2012

 

다재다능의 함정과 돌파구

소닉 스페이스는 일렉트로닉 음악가인 진바이진(Jin By Jin)의 새로운 이름이다. (보도자료에는 ‘아이덴티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진바이진은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학원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광고 음악과 자신의 음반, 디제이, 미디어믹스, 사운드 설치 등의 다양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진바이진의 전작들은 탄탄한 사운드 속에 디스코-훵크의 색채감과 라운지 풍의 접근이 섞여 있는 편이었다. 보코더와 현악기를 비롯한 리얼 악기 혹은 샘플링의 사용 뿐 아니라 멜로디나 화성의 차원에서도 그러했다. 또한 다소 주관적일 수 있음을 감수하고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하자면, 스타일적으로 다소 산만하다는 인상도 있었다. 각각의 트랙들이 우수하게 주물된 것이 충분히 느껴지지만, 아티스트가 음반을 통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힘든 찜찜함을 남겼다. 그런 조합이 어쩌면 ‘럭셔리’함과 다재다능한 유연성으로 작용해 그에게 상업음악가로서의 성공적인 길을 열어주었는지도 모른다. 반면, 착실하게 공부한 학생 같은 애매함 또한 어쩌면 남겼을지도 모른다.

반면 [Who Lives In Sonic Space]는 사뭇 다르다. 진바이진 명의의 작업에서 자주 등장하던 보코더의 사용도 일부에 한정되었고, 신스의 톤도 종종 트랜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훨씬 클럽 친화적으로 깔려 있다. 사운드나 곡의 작법은 시종일관 컴플렉스트로(Complextro)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금속성의 날카로운 새튜레이션(saturation, 앰프 등으로 소리를 증폭시키며 왜곡시킴)으로 묵직하고도 날카롭게 일그러져 있고, 프레이즈는 비트 리피팅 혹은 스터터 이펙트(stutter effect, 말을 더듬는 듯이 소리를 빠르게 반복시키는 이펙트. 반복의 주기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를 통해 자극적으로 찌르고 들어온다. 두텁고 단단한 비트 위로 완결성 있는 루프들이 짧은 호흡으로 번갈아가며 조합되고, 브레이크의 순간에도 날카로운 소리들이 자극적으로 찔러 들어오곤 한다. “Invitation To The New Dimensions”는 현악기와 피아노가 주요 모티프로 등장하나, 이 또한 손을 거쳐 보다 일렉트로닉적인 질료로 활용되고 있다.

충실하게 만들어진 각각의 레이어는 여전히 두뇌 플레이의 흔적이 역력하나, 각각의 프레이즈를 만들고 곡을 전개하는 호흡은 기존의 작업에 비해 다소 어깨에 힘을 빼고 직관적으로 작업한 듯한 인상이 있다. 다시 말해, 모범생의 느낌을 덜어내고 조금 더 즐기며 만든 느낌이다. 그 결과물인 화려한 사운드와 짧은 텀의 자극, 강렬한 새튜레이션과 탄탄한 비트 등은 모두 대형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을 쉴 틈 없이 뒤흔들기에도 제격이다.

의문은 남는다. 진바이진이 가진 다양한 방향성에 미루어 생각할 때, 기존 어느 작업과도 다른 질감의 이 음반이 그의 다양한 외도 중 하나인지, 혹은 어떤 음악적 승부처인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소닉 스페이스는 그의 어느 작업보다도 높은 밀도와 일관성으로 이뤄져 있으며, 컴플렉스트로는 그의 약점이 될 정도였던 다양함을 일관된 맥락에서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장르기도 하다. 또한, 굳이 다른 이름을 내걸고 발표한 작업이란 점도 어떠한 의도를 갖고 있다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은 두텁게 쌓아 올린 소닉 스페이스의 강렬함을 즐기기로 하고, 다음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미묘 tres.mimyo@gmail.com

rating: 7/10

 

수록곡
01. Sonic + Space
02. Radio Radio
03. HighLighT
04. Invitation To New Dimensions
05. Inertia
06. F_you
07. What’s Your Definition?
08. Sh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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