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앤리슨(Look and Listen) | Ready to Go! | 비트볼, 2012

 

Gimme Gimme Shock Treatment

즐거운 음악을 만드는 것은 보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음악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의 층위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지만, 그런 경우를 감안하고서라도 듣자마자 순도 높은 쾌감을 전달해주는 음악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보통은 ‘쾌감’을 추구하다가 그나마 남아 있는 ‘순도’마저 잃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니까. 그런 점에서 봤을 때, 3인조 펑크 밴드 룩앤리슨의 데뷔 앨범 [Ready to Go!]는 정말 흔치 않은 ‘즐거운’ 음반이다.

첫 곡 “Ready to Go”와 이어지는 곡 “19”로 거친 원투펀치를 찌르고 시작하는 앨범은 이후 시종일관 몰아치며 에너지를 쏟아낸다. “No Yeah”나 “Watch Out”같이 라몬즈(Ramones)나 데드 케네디즈(Dead Kennedys)를 연상케 하는 펑크한 곡도 있고, “Sunshine”이나 “Wake Up”같은 통통 튀는 파워 팝 넘버도 있다. 기타 정민과 베이스 미숙의 발랄한 목소리와 노랫말, 드럼 윤보의 투박한 드러밍,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타 솔로, 기교적이지 않으면서도(혹은 기교적이지 않아서) 굉장히 짜릿한 기타 솔로가 거의 모든 곡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멜로디는 딱히 어떠한 곡을 고르기가 미안할 정도로 차고 넘친다(개인적으로는 “마음속에”를 꼽고 싶지만).

이러한 음악적 요소들이 어느 정도는 전형적인 팝 펑크의 모습과 겹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Ready to Go!]는 클리셰적인 식상한 요소 대신에 신선한 기운으로 꿈틀거리는 앨범이다. 여기에는 프로듀서 하세가와 요헤이의 공이 크다. 작년 미미 시스터즈의 데뷔 앨범과 장기하와 얼굴들 2집의 싸이키델릭한 프로듀싱과는 달리, 이번 작업에서 하세가와 요헤이는 최대한 날것에 가까운 사운드를 추구한 것처럼 보인다. 펑크 특유의 ‘달리는’ 느낌은 극대화하고, 군더더기는 최대한 배제한 소리. 그렇지만 그 사운드의 원천은 여전히 과거의 ‘좋은 것들’이다. 70-80년대 초창기 펑크, 그리고 90년대 초 그런지와 이모 클래식들을 참조한 듯한 프로듀싱은 룩앤리슨 특유의 ‘발랄한 격렬함’과 겹치면서 굉장히 인상적인 소리들을 만들어낸다. 뛰어난 멜로디들을 가릴 정도로 너저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예쁘장한 메인스트림 팝 록처럼 매끈하지도 않은, 딱 알맞은 소리. “No Yeah”와 “Wake Up”의 작년 싱글 버전과 앨범 버전을 비교해 들어 보면 그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곡과 좋은 사운드, 룩앤리슨의 데뷔 앨범에는 두 가지 모두가 갖춰져 있다. 하지만 좀 더 날카로운 리스너라면 ‘그것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점이 이 앨범을 ‘좋은 앨범’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것저것 궁리하는 대신 그냥 좋은 것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만으로도 찌릿찌릿할 정도로 즐거울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한 즐거움은, 적어도 나에게는 충분한 설득력이다. | 정구원 lacelet@gmail.com

rating: 8/10

 

수록곡
01. Ready to Go
02. 19
03. Give It Up
04. Sunshine
05. 오늘밤 나는 어디론가
06. Run
07. 마음속에
08. No Yeah
09. Watch Out
10. Wake Up
11. O.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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