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ele – Skyfall | Skyfall O.S.T (2012)

 

<007 스카이폴>은 떠오르는 게 많은 영화다. 일단 하나만 꺼내자면, 내게는 ‘워커홀릭의 다이어리’ 같은 인상을 남겼다. 제임스 본드는 죽을 때까지 일만 할 팔자랄까(오래 전의 내 점괘도 그랬다는, 뭐 그렇고 그런 푸념). 말고도 더 많지만 무엇보다 ‘현장’을 중시하는 요원들의 태도나 “시간을 거슬러 간다”는 대사 그리고 CG 따윈 없는 풀세트 촬영과 애스턴 마틴 DB5에 이르기까지, ‘007 50주년 기념작’에 충실했다는 게 특히 인상적이다.

물론 이야기는 이 고전미를 강조/재현하기 위해 요즘 영화답지 않게 다소 어설프지만, 적어도 과거를 존중하려는 노력은 아델(Adele)이 부른 “Skyfall”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이 곡은 모든 시리즈에 인장처럼 새겨진 “James Bond Theme”(저작권에 대해 몬티 노먼(Monty Norman)과 존 배리(John Barry)의 소송도 있었는데, 법원에서는 몬티 노먼의 손을, 열혈 팬들은 존 배리의 손을 들어줬다)의 요소들을 하모니와 코드 진행에 슬쩍 끼워 넣고, 가상 악기 대신 77명의 오케스트라를 섭외해 유서 깊은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

아델의 고풍스러운 음색이 아름답게 흐르는 이 곡은, 비록 오프닝에만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구식의 사운드트랙처럼 천천히, 또한 우아하게 영상 위를 흐르며 이 ‘올드스쿨 액션 영화’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오프닝에 등장했기 때문에 (최면효과처럼) 영화의 전반적인 인상과 감상을 좌우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Rolling In The Deep” 같은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 폴 앱워스(Paul Epworth)와 아델이 공동으로 작업한 이 주제곡은, 007 영화 특유의 팝아트적인 오프닝과 함께 시작부터 온 감각을 사로잡는다. 모든 면에서 ‘트래디션’을 지키고자 애쓰는, 시리즈와 그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듬뿍 담긴 영화음악이다. | 차우진 nar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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