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지에 연재되고 있는 이빈의 [원(One)]의 한 장면, 천재 뮤지션(이 될지 모르는) 주인공 원음파가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는 낭만적이고 분위기있는 어떤 장소가 아닌 오락실. 음파는 디제잉 게임인 비트 매니아에 동전을 넣고 ‘이지 모드’ 중 발라드 곡 “Do You Love Me?”를 선택하고 멋지게 ‘클리어’한 후 여자친구에게 곡명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게이머의 천국 일본에서 건너온 이 게임들은 과거 오락실의 주력 종목이었던 슈팅, 파이팅 게임과는 다른 방식의 유희를 제공한다. 이는 게임방을 대한민국 최고의 유력 업종으로 등극시킨 스타 크래프트 열풍과도 다른 방식의 접근이다. 일본 고나미사가 개발한 비트 매니아와 댄스 댄스 레볼루션의 게임 방식은 간단한다. 비트매니아는 제공되는 메뉴 중 맘에 드는 곡을 선택하여 플레잉되는 곡의 악보(모양의 지도)에 따라 다섯 개의 건반(역할을 하는 버튼)과 하나의 턴테이블을 이용하여 ‘클리어’하고, 댄스 댄스 레볼루션은 여러 종류의 음악을 선택하여 게임기가 지정하는 대로 스텝을 밟아 ‘클리어’한다. 이미 일본에서 한차례 열풍을 일으키고 들어온 이 두 개의 게임을 해보면 “과연 90년대가 일렉트로니카의 시대라고 하더니 이제 디제잉과 댄스가 일상의 영역에 진입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지나치게 과대평가할 이유 또한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게임에 수록된 곡들은 퀄리티가 그다지 떨어지지 않고 그 종류도 드럼앤베이스, 훵크, 힙합, 레게, 앰비언트 등 일렉트로니카의 유행과 거의 흡사할 정도로 다양하다. 게이머에게 스틱을 움직이고 버튼을 누르는 단순 노동 이상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이 게임들은 8비트 시대의 게임 이후 오락실을 등진 이들에겐 버거운 상대로 느껴진다. 하지만 거기까지이다. 스틱과 6개의 버튼을 조정하며 최신 3D 게임을 격파하던 중고딩들에겐 시간과 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정복할 수 있는, 게다가 자기과시하기 적당한 게임의 하나일 수 있다. 선택한 곡의 비트가 어떻고, bpm이 얼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곡과 악보를 단순암기하면 얼마든지 클리어할 수 있다. 그러니 이 게임기를 두고 신세대 운운하거나 디제잉 문화니 일렉트로니카 시대니 어쩌구 하는 것은 아직 어불성설인 것이다. 디제잉과 댄스, 새로운 젊음의 에너지로 부각되고 있는 이들이 가까운 현실에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미덕이 될 수 있지만 다마고치 키우듯이 레이브 문화가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트 문화도 주말 문화도 부재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뮤즈 월드’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닌 레이버들에 의해 주도되는 커뮤니티로서의 ‘익스트림 댄스 파티’이다. | 글 김민규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