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지난주에 호언한 대로 보다 풍부한(!) 코멘트와 함께 찾아왔다. 대부분이 추천할 만한 음반이니, 필자들의 멘트가 독자들의 취향과 저마다 잘 접목되어 즐거운 감상을 이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여, 이 코너의 목적이 (첫 회 머리말에서도 언급했듯) 국내 앨범 중심의 ‘소개’와 ‘추천’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공시해두고자 한다. 최근 그 어느 때보다도 다채롭고 많은 국내 음반이 발매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위클리 웨이브’는 웨이브의 제한된 인원과 역량 하에 모색해볼 만한 ‘실용적 대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코멘트가 ‘전후 맥락이 생략된 단상’에 가까운 만큼, 평가에 있어 더욱 치밀하고 정교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weiv]

 

 

 

황보령=Smacksoft | Follow Your Heart | Smacksoft, 2012.11.29

최민우: 전자음의 사용이 다소 관습적이라는 인상이다. 그러나 황보령=Smacksoft의 음악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실험이나 스타일보다는 곡이 품고 있는 집중력과 밀도일지도 모른다. “Wonder”나 “Marching Through War” 등은 어둡고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7/10
차우진: 지난 앨범들에서 부분적으로 시도하던 일렉트로닉을 본격적으로 시도한다. 밴드의 정체성을 뒤바꿀 만한 이 실험은 일단 성공적으로 여겨지는데, 그렇다고 기존의 앨범들과 음악적 방향이 크게 달라진 걸로 여겨지진 않는다. 요컨대 황보령과 스맥소프트는 여전히 ‘이미지’로 소환되는 음악을 지향한다. 8/10
최지선: ‘덩쿨들이 자유로이 직조되는 듯한’ 식물적 상상력 또는 ‘마음의 길을 따르는 듯한’ 명상적 질감이 그간 황보령=Smacksoft의 음악에 서려 있었다고 한다면, 이번 시도는 조금 늦게 당도했다. 8/10
우해미: 일렉트로닉을 시도한 변화에도 올곧이 자신만의 색깔을 꽃피운다. 하이패션이라 일컫는 패션 매장에서 흘러나올 법한, 트렌드의 최전선과 맞닿아 보이는 몇몇 트랙이 흥미롭다. 8/10
 

 

 

아홉번째 | The Boy Looked At Johnny | 트리퍼사운드, 2012.11.28

최민우: 기분 좋은 데뷔작. 또랑또랑한 멜로디와 활력 넘치는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브릿팝의 한국어 번안’이라는 비판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6/10
차우진: “서울”의 도입부는 김C(혹은 뜨거운 감자)를 환기하는데, 나로서는 이게 꽤 좋다. 한편 적당히 거칠고 적당히 조율된 로큰롤 사운드가 만족스러운데, 이로써 트리퍼사운드는 수용자들에게 ‘신뢰할 만한 레이블’로 여겨지지 않을까. 7/10
한명륜: ‘흔하다’는 것이 분명 장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마이너스 요소라 하기도 어려운 게 요즘의 모던록 씬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이 팀은 그런 분위기의 수혜자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완성도가 중요한 시기 아닐까 싶다. 막 만든 사운드 같지만 기타 사운드의 공간감은 상당히 정제되어 있다. 레이블의 저력일 수도 있고, 그만큼 기타 연주자들의 평균적인 감각이 높아졌다는 뜻일 수도 있다. “Blank Paper”의 중간과 엔딩 부분 기타 솔로는, 보컬의 또 다른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리드기타의 정석에 충실했다. 다만 지속적인 동력원의 유무는 판단하기 애매하다. 7/10
최지선: 소개 글 제목처럼 ‘청춘의 로큰롤’로 표상되는 괜찮은 시작. 이 어구로 통용되는 행보(로 시작하는 것)가 어느 정도 관례화되었다고 본다면, 몇몇 숙제는 남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경쾌한 속도감이 붙은 트랙들에 비해 “Walk You Home”처럼 느린 ‘발라드’ 트랙에서는 다소 흥미가 반감되었다. 7/10
우해미: 통통 튀는 사운드로 일관된 분위기는 첫 정규 앨범이라는 타이틀과 잘 어울리지만 그 이상의 매력과 의미를 찾기 어렵다. 합이 잘 맞는 밴드의 결과물임은 확실하지만, 청중과 뒤섞인 공연이라기보다는 멀리서 제 흥에 취한 밴드의 공연을 보는 느낌. 5/10
 

 

 

갤럭시 익스프레스 | Galaxy Express | 러브락 컴퍼니, 2012.11.26

최민우: 갤럭시 익스프레스에게는 개인적으로 늘 ‘킬링 싱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신보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공연에서 사람들을 얼얼하게 후려칠 곡들은 여전히 많다. 6/10
한명륜: 확실히 사운드와 파워 면에선 명성과 그간의 성과에 미달되지 않는다. 4번 트랙 “호롱불”의 기타리프가 전하는 초창기 주다스 프리스트나 아이언메이든 같은 느낌도 반갑다. (6번 “그날처럼”은 AC/DC네?) 다만, 전체 곡들의 기타 솔로에 있어 상상력 부재에 관한 의구심이 조금 든다. 세 번째 앨범이기에 ‘의심’ 수준이지만, 2년 정도 뒤에 네 번째 정규앨범에서도 비슷하다면 평가가 지금 같으리라 보장할 순 없다. 이 평점이 촛불이 꺼지기 전 순간의 반조(返照)가 아니었으면. 8/10
최지선: 레코딩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에너지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옆길로 조금 새자면, 이들의 시도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라는 대세를 거스르는, 어떤 면에서는 다소 낭만적인 이념과 결탁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아날로그 릴테이프를 통한 녹음부터 검은 비닐 음반 모양의 CD 디자인까지…… 예전부터 시도했던 원테이크 합주 형식의 녹음도 마찬가지 맥락에 있다. 8/10
 

 

 

동방신기 | Humanoids | SM엔터테인먼트, 2012.11.27

최민우: 과시적이고 화려한 사운드와 몇몇 곡의 대담한 시도들이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리가 잘 되지 않은 것처럼 들린다. 6/10
차우진: 평이한 트랙들 중에 토마스 트롤센(Thomas Troelsen, 동방신기의 “미로틱”, 샤이니의 “셜록”, f(x)의 “Hot Summer” 작곡가)의 “Humanoids”와 유영진의 “Catch Me”, 뜻밖의 이름인 언더독스(Underdogs)의 “인생은 빛났다”, 그리고 켄지와 히치하이커의 ‘쎈’ 곡들이 인상적이다. 몇몇 트랙 때문에 균형이 흐트러진 걸 무시하면, 완성도 면에선 [Mirotic]에 버금간다는 생각. 7/10
이다혜: 이전까지 단순한 ‘양념’ 정도의 역할을 했던 덥스텝이 이번 앨범에선 전반에 걸쳐 드러난다. 하지만 그 점이 무작정 좋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R&B 트랙들(“Destiny”, “Good Night”)이 그나마 체면을 세워주는 정도랄까. 이제 SMP(SM Music Performance)의 바통은 EXO가 이어 받았으니, 다른 시도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 5인 시절 동방신기를 떠올려 봐도, 그들에게 어울리며 그들이 가장 잘 소화해내던 것은 SMP가 아닌 R&B계열의 발라드라 생각하기에. 5/10
한명륜: 현재 한국의 아이돌 음악(뿐 아니라 대부분의 주류 가요)에서 화성적 다양성의 부재가 곡의 수명 단축에 기여한다는 것도 사실. 물론 예쁘게 매만진 화성은 잘 팔리지 않으니 딜레마이긴 하지만 말이다. 말도, 탈도, 욕도 많지만 SM 작곡진에 그나마 점수를 주고 싶은 건 바로 그 화성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곡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히치하이커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 지누의 ‘전사’ 시절 페르소나가 슬쩍 엿보이는 “I don’t know”는 특히 인상적인 트랙. “Catch Me”가 빠졌으면 더 괜찮은 앨범이 될 뻔도 했다. 6/10
 

 

 

소리헤다 | 소리헤다 2 | Genuine Music, 2012.11.27

최민우: 매끄럽고 멜랑콜리한 재즈-힙합 비트 위에서 참여 래퍼들이 솜씨를 뽐낸다. 울적한 무드가 두드러지며, 그 와중에 매력적인 순간들이 반짝인다. 다만 가사들이 다루는 소재와 정서가 전반적으로 비슷한 영역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7/10
차우진: “출발선”이 일단 귀를 확 끌어당기는데, 이 호감이 앨범의 끝까지 작용한다. 나처럼 힙합을 잘 몰라도 충분히 즐길 만한 곡들로 여겨진다. 9/10
우해미: 심각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중용의 맛이 흐르는 힙합 앨범. 무겁고 어두운 ‘힙합 정신’을 덜어낸 대신,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 비트로 전반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7/10
 

 

 

망각화 | 차가운 노래 | 브라우니 엔터테인먼트, 2012.11.28

최민우: 제목과 잘 어울리는 고즈넉하고 서늘한 포크 송 모음집. [춤추는 삶]에 비해서는 조금 무던하다는 인상이다. 5/10
차우진: 계절에 맞춰 발매한 앨범이라 생각하면 무난하게 좋은데, 그래서 별다른 인상을 얻지는 못한다. 적어도 나로서는 자주 듣게 되진 않을 앨범. 물론 “The Girl In The Storybook”의 리프는 꽤 좋지만. 5/10
한명륜: 언뜻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는, 분명 알고 있는 곡의 일부분인데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 ‘설단(舌端) 현상’으로 되살아날 그런 음악. 클리셰는 한계를 갖지만, 그만큼의 장점도 있다. 연주력도 출중하지만 세션맨들이 모인 것 같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음반에서는 괜찮은데, 실황에서 보컬 양주영의 부정확한 발음과 과도한 바이브레이션으로 인한 음정 문제는 숙제. 6/10
우해미: 흐름을 유지하는 것과 지루한 것에는 차이가 있는데, [차가운 노래]는 아슬아슬하게 이 둘 사이를 오간다. 멜로디 라인과 보컬 모두 안개 속을 헤매듯 불분명한 가운데, 전작이 훨씬 인상적이었다는 느낌만이 확실하게 다가온다.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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