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메이션 그래픽 디자인 전. [K-Pop 인포그래픽으로 피어나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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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올해의 이슈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다. 유튜브 조회수 10억 건을 눈앞에 둔 이 ‘한국어 댄스 음악’의 국제적인 성공은 그야말로 갑작스럽고도 놀라운 일이었다.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공개된 7월 15일부터 저스틴 비버를 발굴한 스쿠터 브라운(Scooter Braun)의 초대로 싸이가 미국에서 활동을 시작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이었다. 이후의 일들은 모두가 잘 아는 바다. NBC의 [엘렌 드 제네러스 쇼(The Ellen DeGeneres Show)]와 [투데이 쇼(Today Show)],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aturday Night Live)], 그리고 ABC의 [더 뷰(The View)] 같은 유명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만나고 티-페인과 콜라보레이션을 약속하고 LMFAO와 만나 인증 샷을 찍었으며 마돈나와 같은 무대에 섰다. [빌보드 매거진] 표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 그리고 구글이 세계 55개국의 검색 쿼리를 기준으로 집계한 ‘올해의 인기 검색어’ 2위에 올랐고, ‘강남 스타일’은 미국 예일대가 선정한 ‘올해의 말’ 9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강남 스타일”이 UK차트 1위, 빌보드 차트 2위를 기록한 건 차라리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질 만큼 이 모든 일들이 단 몇 개월 사이에 벌어졌다.

이 모든 현상에 대한 분석은 대부분 ‘k-pop’을 키워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강남 스타일”의 성공은 오히려 미국 팝 산업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보는 게 합당할 것 같다. 이 노래가 K-Pop이란 카테고리로 묶여 소비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기존의 ‘아이돌 팝’과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강남 스타일”의 성공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 미국 팝 산업은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2006년 이후 급변했고, “강남 스타일”의 성공은 그 변화의 정도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일단 “강남 스타일”이 등장해서 빌보드 차트 2위를 차지하기까지 초기 3개월 정도의 확산 경로를 살펴보자. (뮤즈얼라이브의 글 [싸이 ‘강남스타일’ 어떤 경로로 성공했나-2012/08/09]와 여러 언론 기사들, 그리고 인포메이션 그래픽 디자인 전시인 [K-Pop 인포그래픽으로 피어나다] 등을 참고했다)

7월 11일 – 티저 뮤직비디오 공개. 트위터 최초 언급 후 일당 3000건 수준의 인용.
7월 15일 – 뮤직비디오 공개. 산다라 박의 해외 팬 트위터에 언급된 후 일당 6922건 인용.
8월 01일 – 스쿠터 브라운, 트위터에 뮤직비디오 언급.
8월 02일 – 티.페인, 트위터에 뮤직비디오 인용. 유튜브 조회 1000만 건 기록.
8월 15일 – 싸이, 스쿠터 브라운의 초대로 미국 방문.
8월 20일 –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공연.
8월 21일 – 아이튠즈 뮤직비디오 차트 1위.
9월 04일 – 유튜브 조회 1억 건. 아일랜드 데프 잼 뮤직과 세계 판권 및 매니지먼트 계약.
9월 13일 – 빌보드 싱글차트 64위 데뷔.
9월 19일 – 유튜브 조회 2억 건 돌파.
9월 25일 – 유튜브 조회 2억 7천만 건 기록. 귀국.
9월 27일 – 빌보드 싱글차트 2위 기록. (이후 7주 연속 2위)
9월 30일 – UK차트 진입 6주 만에 1위 기록.
10월 4일 – 시청 앞 공연.

이 흐름에서 트위터와 유튜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대로다. 그런데 “강남 스타일”이 그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최초의 사건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였다.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가 [엑스펙터]와 [아메리칸 아이돌]로 21세기의 신인 카탈로그를 채우고 있을 때 스쿠터 브라운은 유튜브에서 어디와도 계약하지 않은 ‘신인’을 찾고 있었다. 우연히 그의 눈에 띈 저스틴 비버는 스쿠터 브라운의 레이블 스쿨 보이 레코드와 계약했고, ‘협력’ 관계에 있던 유니버설 뮤직의 산하, 아일랜드 데프 잼 뮤직 그룹에서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그의 싱글 “Baby”는 7억 9천만 건으로 싸이 이전에 유튜브 조회 1위를 지키고 있었는데, 당시 2위는 약 6억 1000만 건을 기록한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의 “On The Floor”였다. 주목할 부분은 두 곡 모두 아일랜드 데프 잼 뮤직에서 제작한 싱글이라는 점인데, 최근 싸이도 이곳과 계약했단 점에서, 2012년 현재 스쿨 보이 뮤직-아일랜드-유니버설이 팝 산업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2012년의 스타’로 언급되는 칼리 래 잽슨(Carly Rae Jepsen) 역시 스쿨 보이 뮤직의 소속이라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트위터가 없었다면 칼리 래 잽슨(Carly Rae Jepsen)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런데 이 ‘히트’ 싱글들은 성공하는 과정에서 미디어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원래 미국의 팝 산업이 미디어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긴 했지만(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마이클 잭슨의 성공이 1960-80년대의 ‘대중음악과 미디어의 밀착’을 상징한다면, [타이타닉]과 [아메리칸 아이돌]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상징한다), 2007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고 2009년 고화질 뮤직비디오 서비스인 VEVO를 론칭한 이후부터는 유튜브가 기존의 미디어의 역할을 대체할만큼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발굴’된 저스틴 비버가 데뷔하면서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와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9에서 부른 “Baby”의 영상 클립이 유튜브를 통해 재확산되었던 것이나, 제니퍼 로페즈가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10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발표한 “On The Floor”의 스페셜 라이브 무대가 유튜브의 뮤직비디오 플레이로 연결된 일, 또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와 캐나다로 휴가를 떠난 저스틴 비버가 우연히 라디오에서 칼리 래 잽슨의 “Call Me Maybe”를 듣고 자신의 트위터에 언급한 후 빌보드 아이튠즈 싱글 차트에 진입, 9주 동안 1위를 차지했던 일은 모두 최근 몇 년 사이에 팝 시장의 토대가 급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성공은 예외적이라기보다는 이런 경향에 쐬기를 박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유튜브: UCC 플랫폼에서 음악 중심의 플랫폼으로

한편 팝 산업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거대해지는 과정은 음악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과정이 변했음을 시사한다. 아이튠즈가 음악 판매 시장을 점령한 2008년 전까지 미국 음악의 유통을 책임지고 있던 곳은 월마트였다. 타워레코드가 파산한 2006년(상징적인 해다), 월마트는 자체 브랜드로 음악 시장에 진입했고 2007년에는 DRM을 제거한 디지털 음원을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아이튠즈에 업계 1위의 자리를 내준 후 부진을 거듭하다가 2011년에야 뮤직 다운로드 서비스를 중지했다. 오프라인 음악 유통에 있어서는 스타벅스도 90년대 이후부터 큰 역할을 했는데, 1996년 ‘블루노트 브랜드’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 판매한 것을 계기로(이 때문에 오랫동안 저작권 분쟁에 휩싸였다) 200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4년에 콩코드 레코드와 협업해 발매한 레이 찰스의 [Genius Loves Company]는 77만 5천장으로 그해 음반 판매 2위를 기록하며 그래미 올해의 음반 부문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소니BMG와 계약해 밥 딜런의 [No Direction Home]을 독점 유통했다. 콜드 플레이의 [X&Y]는 11만 5천장, 데이브 매튜스 밴드의 [Stand Up]은 10만 7000장을 판매하며 스타벅스는 월마트에 비견될 만큼 음반 유통업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 여파를 몰아 2007년에는 콩코드 뮤직과 제휴해 [히어 뮤직(Hear Music)]을 설립했는데, 음악 산업이 디지털로 이전되는 2008년에 재빨리 경영에서 손을 떼고 콩코드 뮤직 그룹에 전권을 일임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히어뮤직(Hear Music)을 설립한지 1년 만에 운영에서 손을 뗐다.

2000년 이후 월마트와 스타벅스 음악 사업의 부진은 아이튠즈의 등장 이후 재편된 산업의 질적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오프라인 유통에서 전국 체인망을 가진 대형 마트나 커피 체인점이 음악 산업에 개입하며 발생한 문제점들은 다음의 일들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05년, 스타벅스는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를 문제 삼아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Devils & Dust] 판매를 거부했다(‘보스’의 팬들은 분노와 지지로 앨범을 구매했고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스타벅스에서 판매되지 않은 앨범으로서는 이례적이었다). 2009년, 월마트는 가사를 문제로 삼아 그린데이의 [21st Century Breakdown] 판매를 거부했다(그린데이는 끝까지 수정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사례는 모두 ‘미국의 건전한 중산층 고객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을 가졌는데, 대형 유통망이 창작품의 검열관을 자임한 사례로 기억될 만하다. 그런데 아이튠즈와 유튜브의 등장은 이런 권력 구조에 균열을 내며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할 것이다(물론 월마트는 여전히 거대한 CD 유통망이고, 유튜브가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서 유사한 문제들-형태는 다를지라도-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2005년에 설립된 유튜브는 애초에 UCC 동영상을 수집, 공유하는 사이트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상들이 방송, 음악, 영화 같은 기존의 미디어를 복제한 것들이어서 이미 2006년부터 EMI, 유니버설 등에 의해 수많은 경고와 소송에 시달렸는데, 그럼에도 1년 사이에 하루에 1억 명이 방문하는 사이트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를 기반으로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 비디오 저작권자에 수익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2006년 말에는 워너뮤직, 유니버설, 소니BMG 같은 음악 레이블 외에 NBC, MGM, 라이온스 게이트(Lions Gate Entertainment), CBS, 폭스(Fox), 디즈니(Disney) 같은 대다수의 미디어 그룹들과 제휴를 맺으며 저작권 분쟁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물론 2007년에는 비아콤(VIACOM)으로부터 MTV 동영상을 포함한 자사 콘텐츠 10만개를 삭제하라는 압력을 받았고 일본 저작권협회로부터 국제 소송을 받아 일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전부 삭제하는 일도 있었지만, 소니뮤직 산하의 와인드업(Wind-up) 레코드와 뮤직 비디오 공급 계약을 맺으며 현재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2009에는 유니버설과 소니뮤직, 아부 다비 미디어, E1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설립한 VEVO(초기에 협의를 진행하던 워너뮤직은 막판에 MTV 네트웍스와 손 잡으며 VEVO와 경쟁구도에 들어섰다)의 채널을 론칭하며 대규모의 고화질 뮤직비디오 스트리밍을 통해 핵심적인 음악 채널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유튜브와 VEVO는 뮤직비디오 스트리밍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유튜브는 2009년 이후 뮤직비디오 유통 사이트로 재편되다시피 했는데, ‘특히’ 미국의 팝 산업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8월에 발표된 ‘닐슨 뮤직 360’의 조사 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참조: “강남스타일 확산” B급 문화라서? 디지털 문법 열광?)

10대들은 다른 어떤 소스보다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10대의 64%는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10대의 56%는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10대의 53%는 iTunes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10대의 50%는 CD로 음악을 듣는다

한편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표지로 실은 [빌보드 매거진]의 발표도 시사적이다. 1894년 뉴욕에서 창간한 [빌보드 매거진]은 애초에 산업 관계자들을 위한 소식지로 출발했다. 업계 관계자를 위한 소식지 정도의 정체성을 가졌던 이 잡지가 현재의 권위를 얻게 된 것은 음악 산업이 심화되던 1950년대 중반부터 인기 순위를 집계하면서였다. 매주 발표되는 35개 차트는 크게 싱글과 앨범 차트로 구분되는데, 싱글 차트는 싱글의 판매량과 방송 횟수를 기준으로 빌보드 핫 100(The Billboard Hot 100)과 모던 록 트랙스(Modern Rock Tracks)로 나뉜다. 반면 앨범 차트는 순수하게 앨범 판매량을 기준으로 삼는데, 2003년 7월부터 인터넷 다운로드도 집계하기 시작했고, 2004년에는 휴대전화 벨소리 차트를 개설했다. 그만큼 음악 산업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매체란 점을 보여준다.

[빌보드 매거진]의 표지를 장식한 싸이. 2013년부터 빌보드 차트 집계 방식은 전면적으로 바뀐다.

그런데 이슈는 최근 빌보드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집계 규정을 전반적으로 변경했다는 데 있다. 이제까지 메인 차트인 ‘핫 100’에만 적용되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횟수를 힙합, 컨트리, 알앤비 등 장르별 순위 산정에 라디오 방송 횟수와 합산하겠다는 게 요지다.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건 마찬가지라, 결국 [아메리칸 아이돌]을 적극 활용한 제니퍼 로페즈(사실 [아메리칸 아이돌]에 제니퍼 로페즈의 뮤직비디오와 스페셜 무대가 열릴 수 있던 근거는 유니버설 산하의 인터스코프-게펜-A&M 레코드가 음원 배급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처럼 미디어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유명하고 강력한 스타들과 회사만 득을 보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빌보드는 앞으로 유튜브의 동영상 플레이 횟수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말한다. “강남 스타일”을 비롯해 저스틴 비버나 칼리 래 잽슨 같은 최근 이슈가 보여주듯, 세상이 변했다는 이유다.

스쿠터 브라운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기재한 ‘철학’에 대해 “재능을 알아보는 안목 외에 테크놀로지, 소셜 미디어, 팝 문화를 배우는 자세”를 꼽아 놓았다(Scooter Braun not only has an expert eye for talent, he is also a student of social media, technology, and pop culture). 이에 대한 판단이야 어떻든, 중요한 건 그가 이 총체적인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요컨대 세상의 변화란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새로운 산업이 발생하고,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그 모든 과정을 일컫는다. 저스틴 비버와 싸이의 팝 시장 점령, 그리고 스쿠터 브라운과 스쿨 보이 레코드의 급격한 성장, 아이튠즈와 유튜브(그리고 아마존 MP3)의 온라인 유통망 장악, 여기에 빌보드 차트의 변화와 같은 모든 것들은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팝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겨냥한다. 이런 맥락에서 “강남 스타일”의 성공이 순간적인지 지속가능한 지에 대한 논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로부터 K-Pop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도 어딘지 어색하다. “강남 스타일”은 이미 스쿠터 브라운이 트위터에 언급한 그 시점부터 미국 음악 산업의 흐름에 휘말릴 운명이었고, 그 속에서 거둔 이변적인 성공은 차라리 한 시대가 바뀌는 기점의 상징적 순간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 차우진 nar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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