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16일 부로 개정된 저작권법이 시행됩니다. 대강 살펴본 바로는, 이 법은 ‘돈 내고 혼자 들어라’는 정신을 충실히 구현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개정 이전에도 이러한 정신은 면면히 살아 있었습니다만, 개정된 법은 ‘혼자 듣지 않으면 잡아가겠다’는 부분을 강화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동안 공짜로 음악을 들어 온 파렴치한 다수 소비자에 대한 보복’의 성격도 섞인 것 같고요. 어쨌든 ‘사는 쪽’이 아니라 ‘파는 쪽’의 입장을 대변한 법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그러고 보니 그렇지 않은 법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네요).

더불어 이 법을 통해 한국의 음악산업계가 온라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한 번 오른 삼겹살 값이 다시 내려가는 일이 없듯이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값을 챙겼던 CD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겠지요. 전송권이 음반 제작자 뿐 아니라 곡을 연주하고 부른 뮤지션에게도 넘어갔습니다만, ‘CD는 사치품인데 뮤지션은 딴따라’인, 한국적 록만큼이나 별난 한국의 문화적 상황에서 뮤지션의 몫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입니다. 교통개편이나 때되면 찾아오는 ‘종교적 논쟁’에서 볼 수 있듯, 시스템 자체의 책임을 시스템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성향이 강한 나라에서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요.

시대의 요구에 몰지각하게 복종하는 저희 [weiv]에서도 ‘시범 케이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말미암아 더 이상 음원을 서비스하지 못하고 ‘본격 리뷰 전문 웹진’으로 새 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사실 예비 동작은 얼마 전부터 슬렁슬렁 취해왔습니다). 이미 그 동안 올려 놓았던 음원들은 모두 내린 상태이고, 진심으로 고맙게 운영되어 왔다고 자부하던 [music board]의 음원과 영상 역시 (당장은 아닐지라도) 조만간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그 동안 어디서도 보기 어려웠던 귀한 영상과 음원을 올려 주신 독자 여러분께는 그 동안 미처 못하고 넘어갔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법률이 제정한 침묵을 ‘블로그 로딩 시간이 줄어서 편하다’는 이유로 즐기실 분들께, 몇몇 업체에서 수익성을 기준으로 제공하는 음원’만’ 들을 운명에 처한 음악 애호가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개정법을 기점으로, 특히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음악을 듣는 행위는 많건 적건 변화를 겪게 될 거라는 당연한 예측을 해 봅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행위에도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예측도 해 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음악은 그 자체로 멋진 것이고,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는 19세기적 발언에 대해 ‘음악은 그 자체로만 멋진 것이 결코 아니며, 귀로 들어야 한다’고 대답하시는 20세기적인 분들이라면 제 말에 동감해 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법이 시행되는 동안 나름의 ‘타협’ 과정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제 머릿속에서는 [범죄의 재구성]에 나왔던 대사만이 헨릭 고레츠키(Henryk Gorecki)의 [슬픔의 노래(Symphony of Sorrowful Songs)]와 더불어 맴돌고 있을 뿐입니다. “사람 사는 게 말야. 오해는 풀고 상처야 치료하고 감정은 씻으면 돼. 근데 돈이란 건 안 그런 거거든.” | 글 최민우  200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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