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국내 음악계의 키워드 8개를 묶었다. 언젠가 2012년에는 이런 일들이 있었지, 정도로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 미묘, 차우진, 최민우 1. 음원 종량제 현대카드 뮤직은 금융 자본이 모양내기로 인디를 활용한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공정한 수익 분배와 세련되고 공격적인 마케팅 등으로 기존 음원 시장에 비해 결정적인 매력이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기존 음원 시장은 종량제와 판매가격, 컨텐츠 프로바이더 및 수익 배분 등의 문제가 얽혀 있으며, 저작권협회까지 포함하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어느 지점도, 하나를 해결한다 하여 나머지가 만만하게 풀릴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올해는 한국독립제작자협회가 창립하고 음악인들이 주도하는 스탑덤핑뮤직 캠페인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느 한 쪽 입장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상황을 만들어 가려는 움직임들을 주목한다. | 미묘 2. 강남 스타일과 유튜브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유튜브로 이전되고 있는 영미권 음악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밀접하다. 전통적으로 매스 미디어가 대중음악의 확산과 ‘작은 음악’의 메이저 돌파를 도왔다면, 유튜브는 산업 주체들이 그 경로를 관리하는 시대가 왔음을 시사한다. MTV 같은 미디어 그룹보다 음악 저작권을 행사하는 초국적 레이블들이 회사를 만들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구조에서는 팝 산업의 오래된 신화: 소수 그룹의 발견과 향유에 의해 성공하는 드라마는 점점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강남 스타일”의 성공은 저스틴 비버와 칼리 래 잽슨으로 점쳐진 뉴미디어의 가능성을 정립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유튜브에 올리기 위한 ‘기획 상품’도 대거 등장할 수 있고, 팝 산업의 셀러브리티 트위터가 마케팅 플레이스로 대체되는 구조가 일반화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의미로 “강남 스타일”은 21세기의 음악 산업 구조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인 셈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수용자들(과 창작자들)이 게을러지지 않는 것이다. 취향과 안목을 훈련함으로써 온갖 홍보물 속에서 뭔가를 찾아내고 가치를 발견하고자 노력한다면, 대자본이 지배할 수밖에 없는 이 미래의 구조에도 약간이나마 균열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음악의 역사는 늘 그런 식으로 거듭되어 왔으므로. | 차우진 3. 한국 로컬 음악과 해외 진출 야마가타 트윅스터와 위댄스의 일본 공연, SXSW, 3호선 버터플라이의 런던 투어 등이 있었던 한 해였다. 또한 인디 레벨에서 이뤄지는 해외 음악가의 국내 공연도 여럿 이어졌으며, 국내에서의 투어 및 지역 씬을 일구려는 움직임들도 시도되었다. 메이저에서도 많은 사례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변방의 한국 음악이 세계에서 인정받는다는 자부심도 좋겠지만, ‘한국에서 음악이 안 되니까 해외 진출’이란 시각도 있다는 것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흥을 깨기 위함은 아니다. 외부와의 교류는 그 장단점이 로컬의 문제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있었던 몇 가지 사건들이 보여준 우리 로컬 씬의 한계는, 아직 ‘합리적인’ 방법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내한 공연을 유치할 규모가 채 안 되는 시장이라는 점인 것이다. 음악의 생존을 위한 모델이든, 교류를 통한 공동체의 확장이든, 안팎으로 활발하게 오고 가는 일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그것이 (서울 마포구만이 아닌) 각 지역의 씬의 풍성함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길 기대한다. | 미묘 4. 인디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 인디 레이블 비트볼이 10주년을 맞았다. 어느 분야에서나 ’10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할 것이다. 한편으로 그건 ‘버팀’을 가능케 한 환경이 조성되어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규모의 문제다. 그와 동시에 이는 그 시간 동안 해당 씬이 생존을 위해 나름의 ‘타협과 조정’을 거쳐 왔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질적인 변화의 문제다. 그 변화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까지 모두 변화의 일부다. 어떤 레이블들은 자신이 ‘인디’라는 카테고리에 묶이는 것 자체를 불편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파스텔, 해피로봇 등의 ‘메이저 친화적’ 레이블과 비트볼과 같은 ‘컬렉터 친화적’ 레이블, 그리고 자립음악생산조합과 같은 ‘운동적 활동’의 경향을 보이는 커뮤니티들이 각자의 성향에 어울리는 결과물들을 내놓았다. 인상적인 것도, 실망스러운 것도 있다. 그 사이에서 ‘중간적’ 면모를 보이는 붕가붕가레코드와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등의 레이블 또한 새삼 언급할 만하다. 물론 자체 제작을 통해 첫발을 내딛는 수많은 뮤지션들도 있다. 그동안 인디 씬의 ‘비즈니스’를 특징짓던 것이 ‘유동성’ 혹은 ‘불안정성’이었다면, 규모와 질의 변화에 따라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활발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가 되면 ‘인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최민우 5. 인디 음악의 메이저 ‘돌파’ ‘두 번 나올 수는 없는’ 음악을 만드는 포크 듀오 무키무키만만수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에피톤 프로젝트와 이승기의 합작 음반은 음원 차트 ‘줄서기’에 성공했다. 10cm의 공연은 매진되었다. 국카스텐은 [나는 가수다]에서 ’10월의 가수’가 되었다. 인디 뮤지션들의 이런 ‘돌파’는 1995년의 삐삐밴드보다는 옥상달빛 또는 장기하와 더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캐릭터’와 ‘예능’ 중 적어도 하나는 필요해 보인다는 뜻이다(다만 에피톤 프로젝트는 보다 전통적인 의미의 ‘언더에서 메이저’로 보인다. 4번 항목과 연결할 수도 있겠다). 이는 무키무키 등이 예능에 적합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삐삐밴드에 더 가깝겠지만 한국 대중문화의 ‘예능적’ 분위기는 그들을 그렇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음악은 종종 ‘수사적’ 차원에 그치곤 한다(이를테면 ‘인디=파격+음악성’ 같은 등식). 그러면서 뮤지션들은 작품에 대한 상대적인 저평가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국카스텐의 연관 검색어는 “She’s Gone”이다. ‘음악적’인 측면에서 보다 까다로운 ‘감식안’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는 인디 음악 팬덤과 평론가들은 투덜거릴 것이다. 그러나 음악’만’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지 않은가? 거기서부터 ‘돌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것이다. | 최민우 6. 음악 공연 2011년 말, 라이브네이션의 한국 지부가 생겼고 올해 4월에 현대카드와 레이디 가가의 내한 공연을 추진했다. 국내 가수로는 빅뱅과 계약해 해외 활동을 서포트하고 있다. 이문세는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 40개 도시를 순회하며 100회 정도의 공연 동안 15만 관객을 유치했다. 10cm는 내년 2월 23일 1만 명을 수용하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까지 1만5000석 규모의 아레나 형 공연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K-Pop을 키워드로 KBS [뮤직뱅크]는 이제까지 네 차례의 월드 투어를 감행했고, MBC [쇼음악중심]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수교 20주년 기념 방송을 했으며, [SBS 인기가요]는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촬영과 편집 방식을 바꾸고 있다. 홍대 앞에서는 여전히 매주 기획 공연이 벌어지고, 공연 장소도 이미 라이브 클럽에서 갤러리와 카페로 확장되고 있으며, 기획의 주체도 음악가나 레이블 외에 싸이키델릭 팩토리 같은 ‘모임’으로 전이되고 있다. 공연과 제주도 여행상품을 묶은 [Get In 제주]도 호평을 받았다. 그러니까 인디든 메이저든 공연이 화두다. 이 ‘시장’은 음악시장의 분화(온라인-오프라인)로 야기된 결과이자 음악의 정체성이 ‘특별한/고유한 경험’과 밀착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때 기대할 수 있는 건 ‘작은 공연들’, 그 시공간을 통해 관객뿐 아니라 음악가들에게도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공연이다. 그건 자본의 규모와는 상관없다. 오히려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존중과 실험을 감당할 수 있는 기획 주체의 등장이 관건이다. 2013년의 공연을 살필 때 이런 관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 차우진 7. 한국의 영화음악 올해 영화음악계는 특히 인디 씬 음악가들의 활동이 도드라졌다. [은교]의 연리목(눈뜨고코베인), [시체가 돌아왔다]의 윤준호(델리스파이스), [설마 그럴 리가 없어]의 이능룡(언니네 이발관)이 영화 사운드트랙에 이름을 올렸다면, [파스타] 이후 드라마 음악감독의 뉴웨이브로 떠오른 문성남(에브리싱글데이)은 [골든타임] OST로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뿐만 아니라 [퍼펙트 게임], [코리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김태성과 [마당을 나온 암탉], [건축학개론]의 이지수를 비롯해 [말하는 건축가], [청포도 사탕], [범죄소년], [바비]의 강민국,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함께 작업한 모그와 김준성은 각각 자신의 브랜드를 가진 영화음악 작곡가로 2000년 이후 한국 사운드트랙의 역사에 그 이름을 새기고 있다. 영화음악은 창작과 외주 작업의 특성이 교차하는 작업이다.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남다른 경험을 쌓을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음악가가 (여러 의미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작품의 규모에 따라 어느 정도의 수입을 기대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현재의 사운드트랙들의 다양성이 이전과는 다른 인상을 준다는 데 있다. M&F와 조성우, 복숭아프로젝트와 이병우 등이 주도하던 10여 년 전과 달리 지금은 영화음악 전문 작곡가와 대중음악/클래시컬 분야의 음악가의 역할이 비교적 세세하게 나눠져 있으며, ‘작곡가’의 이름 역시 중요한 셀링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장르적으로도 더욱 심화되는 경향도 보인다. 요컨대 한국의 영화음악을 독립된 영역에서 살펴볼 만큼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 차우진 8. 버스커버스커와 나얼 아이돌을 제한다면 상반기는 버스커 버스커의 데뷔작, 하반기는 나얼의 솔로가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음반일 것이다. ‘보는 음악’의 시대가 가고 ‘듣는 음악’의 시대가 온 걸까? 편하지만 안이한 생각이다. 버스커 버스커는 ‘보는 음악’의 가장 길고 극단적인 형식인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다. 근본적으로 TV 종속적인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보는 음악’과 ‘듣는 음악’을 구분하는 태도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버스커와 나얼의 성공은 아이돌 시장의 퇴보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아이돌은 ‘국민적 여흥’의 영역에서 점차 ‘대규모 컬트’를 기반으로 음원 시장에서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는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2년 전부터 이런 추세가 있었지만 K-POP 열풍으로 인한 ‘생명 연장’ 때문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아이돌의 공백을 메울 모종의 ‘새로움’ 내지는 ‘신선함’일 텐데, 버스커 버스커와 나얼은 이를 위한 일종의 ‘베타 테스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디도 메이저도 ‘고급 가요’도 아닌 ‘싱어 송 라이터’와 2000년대 초반의 ‘리듬 앤 발라드’를 갱신하는 탁월한 보컬리스트를 ‘복고’라는 끈이 느슨하게 잇는다. [건축학개론]과 [응답하라1997] 등과는 여기서 만나고 헤어질 것이다. | 최민우 관련 글 2012 연말 결산 | 올해의 앨범 2012 연말 결산 | 국내 음악계 이슈 8 2012 연말 결산 | indie fatale 2012 연말 결산 | 아이돌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