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이라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라는 편두통을 막기 위해 권위라는 타이레놀을 먹어야 하는 생물입니다. 비평가는 칭찬의 말을 할 때조차도 지금의 조잡한 상황을 초월한 무언가를 염두에 두는 듯 거만하게 문화 생산물들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만약 정말로 문화의 유토피아가 도래한다면 보라색 눈사람처럼 희귀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평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속한 문화의 가장 조잡한 면과 닮아 있는데, 왜냐하면 오늘날의 많은 조잡한 문화 생산물들이 많건 적건 지금 여기, 바로 이 곳이 유토피아인 척 하면서 사람들을 홀리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비평가를 똑똑한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을 비평가에 대한 부당한 편견이라고만 여길 수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종의 중개업에서 출발한 비평은 자신의 상업적 출신성분을 망각하지 않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나는 선전이고 다른 하나는 검열입니다. 선전은 음반사의 보도 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것부터 무명이지만 재능 있는 뮤지션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에 이르는 모든 행위입니다. 검열에는 특정한 태도를 보이는 뮤지션에 대한 도덕적 혹은 종교적인 비난에서부터 새로운 경향의 음악들을 골라내고 묶어내는 작업에 이르는 모든 행동이 포함됩니다. 이 두 개의 프리즘에 작품의 빛이 투과되어 생겨나는 스펙트럼이 묘하게 엇갈리면서 비평의 고유한 색채를 만들어냅니다. 음반사의 보도 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이 음악이 새로운 경향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거나 재능 있는 뮤지션이지만 줄기세포 배양을 찬양하기 때문에 신의 뜻에 어긋난다고 쓰는 것입니다. 읽는 사람뿐만 아니라 쓰는 사람들 역시 이런 행동의 결과물에서 감상적인 말투로 위장한 재판관의 냉혹함을 느낍니다. 우리가 경멸의 뜻을 담아 사용하는 ‘선전관’이나 ‘검열관’이란 말은 이 두 가지 역할의 특정한,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형태를 일컫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경우는 비평의 위기를 포기한다는 점에서 이란성 쌍둥이와 같은 존재임이 드러납니다. 위기는 소통의 부재라는 상황보다 더 예민하고 순간적인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위기에는 소통이 갖고 있는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통의 부재에 대한 한탄에서는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희망이 소통의 부재에 대한 한탄보다 우선하지만 위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위기 그 자체입니다. 비평의 위기는 중개업에서 비롯한 비평의 아이러니 자체가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위기는 비평이 자신의 출신성분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위기가 생겨나는 동안 소통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통은 위기 이전 혹은 위기 다음의 문제입니다. 비평적 위기는 비평이 위기에 빠질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비평이 위기를 포기하는 순간에 찾아옵니다. 여기에는 선전관(보다 크고 안전한 곳에 소속되었다는 기쁨)과 검열관(비록 작을지라도 확실한 권력에 대한 의지)의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소통을 포기하는 행동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소통에 대한 안일한 집착, 즉 일단 대화를 하고 봐야 한다는 성급함으로 인해 하나마나한 말들을 늘어놓은 뒤 소통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낭만적으로 자축하는 행동도 포함됩니다. 변심한 연인을 향해 사랑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붙잡아 보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말들의 무게는 나뭇가지에 쌓인 눈처럼 무겁고, 결국 녹아버리는 눈처럼 허망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위기는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할 난관입니다. 하지만 비평에서 벌어지는 위기는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다른 위기를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 계기입니다. 그 속에서 비평은 자신을 다듬고 길을 그려나갑니다. [weiv]가 그러한 위기를 만들어내는 존재인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위기의 탈을 쓴 분란과 갈등만 조장해 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다양성을 핑계로 무관심이라는 소금을 음악이라는 달팽이에 뿌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편두통만 있을 뿐 타이레놀은 없는, [weiv]와 같은 종류의 일을 하는 우리 모두는 우리가 하는 일을 남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합니다. 저는 여전히 그것이 궁금합니다. | 글 최민우 20050617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