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0년이다. 지난 에디터스 노트를 2009년 8월에 썼으니 여덟 달이나 지났다. 물론 그때의 고민, 대중음악 비평의 역할과 동시대성에 대한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업데이트된 칼럼 “웹진 [보다]의 ‘한국 대중음악평론의 내일을 묻는다’에 대한 반론”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최민우 편집장이 [PD저널]에 썼듯(‘한국에서 대중음악 평론을 한다는 것’) 한국 대중음악평론이 자신의 정체와 위치에 대해 묻기 시작한 신호로 이해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weiv]는 이에 대한 반론이나 의견을 환영한다.) 연관해서, 최근 한국 대중음악의 한 경향을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9와 숫자들과 티비 옐로우의 앨범 덕분에 새삼 깨달은 것인데, 최근 몇 년 간 등장한 ‘가요’의 기반에 대한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 대중음악의 지형도를 그릴 때에는 크게 두 가지의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메이저 씬의 댄스 가요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혹은 베낀) 것으로, 인디 씬의 록 음악은 마니악한 록의 하위 장르를 지역화하거나 신중현과 산울림으로 대변되는 한국 록을 계승한 결과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카테고리에 포섭되지 않는 흐름이 존재한다. 줄리아하트나 브로콜리 너마저, 이지형이나 9와 숫자들처럼 대중적으로 성공한 밴드 음악을 통해 가시화된 그 경향은 ’90년대 가요 감수성을 계승한 21세기의 가요’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은희의 노을로부터 줄리아하트, 이아립의 솔로 1집과 이다오 1집, 위퍼 1집과 이지형 솔로 1집처럼 이미 존재했지만 크게 눈에 띠지 않았던 흐름이라는 점에서 이 음악들을 ’21세기의 가요’라고 싸잡아 말하는 것은 불공평할 지 모른다. 그러나 2010년에야 깨닫는 것은 1990년대에 등장한 소위, 고급가요의 영향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한국 대중음악’과 ‘가요’라는 용어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런 시도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반에 걸쳐 존재했다. ‘가요’를 일제의 잔재로 이해한 강헌과 이영미의 문제제기에 대응해 ‘가요’를 고려가요의 계승적 용어로 이해한 박애경의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말하는 ‘가요의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지금 등장하는 음악의 기반을 되묻는다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할 것이다. 이 음악들이 장르적으로 록보다는 팝에 가까이 위치한다는 점, 더 구체적으로는 윤상과 유희열, 오태호와 이승환 같은 싱어송라이터들이 만든 90년대 빅히트 가요의 정서가 다양한 실천-멜로디, 편곡, 구성, 효과, 태도 등-을 통해 반영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것이 과연 그 때 그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는 맥락인지, 아니면 해외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인디 씬의 주류적 경향에 대한 단편적인 반작용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일단 이런 경향이 대중적인 호응을 얻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실제로도 주목하고 있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최근 몇 년 동안 등장한 한국 대중음악(이라 말하든 가요라 말하든)의 면모는 꽤나 흥미롭다. 가요의 21세기는 어떻게 찾아오는가, 혹은 21세기의 가요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지금이야말로 이런 질문을 본격적으로 던질 때인지 모른다. * 최근 [weiv]에는 새로운 필자가 가세했다. 이재훈과 이수연이다. ‘젊은 피’를 수혈받은 덕분에 [weiv]가 한결 성실하게 보이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업데이트도 자주 할 예정이다) 이 자리를 빌어 [weiv]에 합류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 김민영과 최성욱에 대한 고마움과 기대도 함께 밝힌다. 요컨대 여러분과 함께 [weiv]가 2010년에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건재하면 좋겠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것이 모자라다. 자신의 재능과 자산을 어떤 식으로든(리뷰나 프로그래밍 혹은 그 무엇이든) 공유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연락하시길. 밥과 술은 우리가 사겠다. 믿어도 좋다. | 글 차우진 20100421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