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치 | 유작 | 미스티89, 2013 미성년 잔혹사 [미성년 연애사]의 달콤, 쌉싸름한 사랑가를 기억하는가. 그것은 “사랑은 한 잔의 소주”, “늙은 언니의 충고”와 같은 보사노바 풍의 팝 싱글부터 “달려가”, “잘 지내”와 같은 서정적인 발라드 싱글까지, 우쭐거리지도 않지만 수줍은 척하지도 않았던 담백한 어쿠스틱 앨범이었다. 현악과 관악의 쓰임새도 유려했으며, 결코 넘치게 배색되는 법도 없었다. 롤리팝 옴니버스 앨범부터 최근 피처링에 참여한 싱글까지 올곧은 감수성을 비쳐온 그였기에, 이번 앨범이 더욱 뜨악하게 느껴질는지도 모른다. [유작]은 여러모로 시류에 역행하는 음반이다. 예쁘고 착한 말이 유행인 시대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노랫말도 그렇고, 아기자기한 리듬의 포크 음악이 대세인 흐름에 장황하게 어둡고 침울한 사운드를 배치한 형식도 그렇다. 감정을 건드리는 지점은 이전과 180도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전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재기발랄함은 여전히 유효하다. 단출한 기타 반주에서 시작되어 포효하는 전기기타 솔로로 마무리 짓는 “위로”는 비장미 넘치는 198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 발라드를 가볍게 변주하고, “치유”는 어느 순간 난데없이 몰아치며 아방가르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저점을 찍는다. 만약 김동률이 조금 더 어둡고 전위적이었으면 이와 같았을까. [유작]의 약점은 엉뚱한 곳에서 비롯된다. “나의 허세”는 최근에 발표된 김C의 앨범 [Priority]의 수록곡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들리고, “겨울이 오면”에서는 정준일의 다른 노래들이 떠오른다. “새벽”은 하림의 연주가 도드라진다. “위로”의 ‘전화기 약정 몇 번 지나면 끝날 삶’과 같은 가사에서는 윤종신 특유의 노랫말이 연상되는데, 문제는 곡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하여, ‘죽음’이라는 모티브와 음울한 포크음악이라는 점에서, 지난 해 발매되었던 윤영배의 [좀 웃긴]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소리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한다. 윤영배가 빼고 흩뿌리는 방식이라면, 조정치는 더하고 조합하는 방식이다. 방법론과는 무관하게 [좀 웃긴]에 좀 더 손을 높이 들어주고 싶다. 윤영배는 반복적인 사운드의 공명과 담담한 노랫말을 통해서 점층적으로 정서를 몰입시키는 데 반해, 조정치는 멜랑콜리한 사운드에 지나치게 무거운 노랫말을 덧입힘으로써 감정의 과잉을 불러일으킨다. 이 점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유작]의 독특한 구성과 비장미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으나, 울림의 파고는 [좀 웃긴]보다 덜한 이유다. | 최성욱 prefree99@naver.com rating: 6/10 수록곡 01. Intro 02. 꽃 03. 나의 허세 (Feat.김C) 04. 새벽 05. 겨울이 오면 (Feat.정준일) 06. 치유 07. 우리의 시대 08. 위로 09. 유언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