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샤이니, 스몰오, 샘리, 코어매거진의 새 앨범을 다룬다. 코어매거진의 [Peep]은 재발매(리마스터링) 음반임을 일러둔다. | [weiv]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The Golden Age | 붕가붕가레코드, 2013.02.20
술탄오브더디스코

최민우: 나는 밴드의 호들갑스러운 유머가 재미없다. 그러나 이 데뷔작이 깔끔하게 잘 마감된 훵크/디스코 음반이라는 점에 취향의 잣대를 댈 수는 없다. 싱글보다는 음반으로 들을 때 더 즐거운데, 이는 ‘대표 싱글’을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꼽기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8/10
최지선: 이들이 구사하는(때로는 썰렁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농담과 유머의 장치들이 ‘주로’ 가사(아니면 보컬)를 통해 나타난다면, 사운드들은 전반적으로 그와 다른 궤도에서 선회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들이 표방하는 장르 스타일의 내공만큼은 분명 오랜 조탁의 결과라 할 만하다. 7/10
한명륜: 단순한 감상보다는 궁금증이 인다. 사운드 자체의 따뜻함은 분명 녹음 때라든가 혹은 녹음된 결과물을 릴테입에 돌리는 방식을 취했을 때의 그것인데, 이 릴테입이란 게 가격이 보통이 아니다. 하다못해 이런 아날로그를 구현하는 인터페이스를 구입하려 해도 한숨이 나올 수준이다. 사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라는 팀 자체가 붕가붕가라는 레이블의 정체를 의문스럽게 만든다. 아니, 진짜 ‘석유 재벌’ 아냐? 8/10
김영진: 키치와 유머가 가사를 넘어 음향 곳곳에 배어 있다. 예상치 못한 곳까지 녹아든 재치들은, 마치 문학에서의 펀(pun, 말장난)과 같이 앨범 전반에 쏠쏠한 완성미를 불어넣는다. 하나의 콘셉트를 가로지르는 깊이와 다양성도 눈에 띈다. “캐러밴”이 포용적인 훵크팝 트랙이라면, “압둘라의 여인”은 치밀하고 깊이 있는 소울 넘버다. “뚱딴지”는 한층 진보한 장기하와 얼굴들 같다. 진중하고도 창의적인, 그리고 붕가붕가레코드다운 앨범이다. 9/10

 

 

샤이니 | Chapter 1: Dream Girl – The Misconceptions of You
| SM 엔터테인먼트, 2013.02.19
샤이니

최민우: ‘K-POP’과 ‘팝송’ 사이의 거리 조절에 성공하지 못한 결과물처럼 들린다. “Sherlock”에 이어 다시 한 번 마이클 잭슨 스타일을 가져온 “Dream Girl”은, 매끈하고 세련됐지만 귀에서 금세 빠져나간다. 나머지도 마찬가지인데, 그러다 보니 유영진, 혹은 그가 상징하는 ‘로컬라이징’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5/10
미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SM은 자신들이 결국은 음악을 만드는 기획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아이돌 붐이 식어가고, 특히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장르적으로 다른 길을 찾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요즘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누구보다도 과감하게 진보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압도적인 퀄리티를 휘두르는 이 앨범은, 아이돌 팝의 정수 속에서도 이성애의 두터운 벽마저 넘어서는 설득력을 보여준다. “Dream Girl”이 전작에 비해 톤 다운을 하면서도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도 인상적이며, 앨범으로서의 힘에 방점을 찍는 히치하이커의 두 곡(“히치하이킹”, “다이너마이트”)도 현기증을 안긴다. “박수 칠 준비는 되셨”냐니, 손바닥이 부르튼 지 오래다. 8/10
김영진: 샤이니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대로 들려준다. 이는 어느 곡에선 온전한 장점으로, 어느 곡에선 장단이 뒤섞여 나타난다. 가령 더없이 잘 만져진 “Punch Drunk Love”가 소소하고 말끔한 댄스팝인 반면, 과욕이 넘치는 “다이너마이트”는 다소 난삽하고 투박하다. 물론, 전반적으로 ‘쌈박한’ 앨범임은 분명하다. 6/10
 

 

 

스몰오 | That Will Fall | 플럭서스뮤직, 2013.02.21
스몰오

최민우: 밴드가 밝히는 ‘레퍼런스’는 플릿 팍시스와 시규어 로스지만, 개인적으로 떠오르는 팀은 마이 모닝 자켓이나 밴드 오브 호시스 등이다. 단아하거나 청명하다기보다는 ‘싸이키’한 소리가 인상적인데, 사운드의 공간감이 더욱 두드러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당찬 음반이지만, 길지 않은 EP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6/10
최지선: 누군가로부터 영향받았다는 사실을 선수 치듯 밝혀버린 밴드 스스로의 제스처를 통해, 이들의 야심과 결의를 읽을 수 있었다. 초현실적이고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의 향방이 흥미로운데, 다만 여러 갈래, 즉 다채로운 결들의 조합이나 배정이 조금 더 잘 이루어졌다면 좋았을 듯하다. 7/10
한명륜: 냉정히 포크가 취향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고서, 이 음악은 충분히 귀가 간지럽다. 원 소스보다 그 이후 스튜디오에서 가능한 부분을 충분히 살린 포크랄까? 다만 기타의 경우 저음역대에서 살짝 무게감을 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7/10
김영진: 중요한 점은 닮음새가 아니라 만듦새일 텐데, ‘레퍼런스 프레임’을 떨쳐내기 어려운 입장에서 보자면 악곡이 비교적 엉성하게 들린다. 멜로디는 어딘가 성기고 푸석하며, 핵심 양념인 리버브와 겹겹이 쌓은 코러스는 곡들을 외려 식상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목가적(동화적) 심상에 대한 욕심 내지 강박이 효과음(종소리, 새소리 등)으로 나타나는 방식 또한 그다지 세련된 이미지 메이킹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4/10

 

 

샘리 | Maj In Me | 미러볼뮤직, 2013.02.21
샘리

최민우: 보컬 음반보다는 연주 음반이라는 측면에서 더 인상적이라는 건 어쩔 수 없겠다. 적절한 객원 보컬을 기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그 때문이다. 곡들은 전체적으로 포근하고 낯익다. 가끔은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도 든다. 연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실례일 것이다. 7/10
김영진: 늘 그래왔듯, 테크니션으로서의 욕망보다는 일관된 심상에 집중하면서 감정의 결을 짜나간다. 전작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포근하고 밝은 ‘라운지 보컬팝’ 트랙들이 앨범을 주도한다는 인상. 6/10

 

 

코어매거진 | Peep | 와이디씨티, 2013.02.19
코어매거진

최민우: 신서사이저의 ‘안개’와 킥 드럼, 바이브레이션 강한 보컬이 부르는 ‘팝 멜로디’로 꾸며진 “이미 늦은 말” 같은 곡은, 신서 팝으로 편곡한 U2를 연상시킨다. 전체적으로 ‘옛 감성’이 ‘오늘의 옷’을 입었다는 느낌이 강한데, 이 정도의 결과물이라면 완성도보다는 취향의 문제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들은 이 감성이 좀 버거울지도 모르겠다. 6/10
한명륜: 앤디 테일러(Andy Taylor)의 88년작 솔로 앨범을 듣다 보면 뭔가 더 구현하고 싶었던 헤비니스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는 지극히 현재의 관점이긴 하지만, 류정헌의 기타를 들으면서 앤디 테일러가 구현하고 싶었던 그 ‘약간 더’가 여기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보컬이 다른 부분에 비해 약하게 들린다는 건 리마스터링 과정에서의 문제일까?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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