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R-002055_b바이 바이 배드맨(Bye Bye Badman) | Light Beside You | Tripper Sound, 2011

 

아이 앰 더 레저렉션

바이 바이 배드맨의 지향점은 ‘브릿팝’이다. 특히 오아시스와 스톤 로지스 등의 까칠하거나 ‘댄서블’하거나 아니면 둘 다인 밴드들의 그림자가 길다. 따라서 밴드가 의식을 하건 하지 않았던 킹크스(Kinks)나 더 잼(The Jam) 같은 이름이 같이 떠오르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요점은 이 영향 관계에서 ‘한국 음악’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음반을 몇 번 돌려듣고 난 뒤에 든 솔직한 감상은 ‘듣기 좋아서 문제’라는 것이다. 밴드의 보컬 정봉길은 몇몇 곡에서 거슬릴 정도로 리엄 갤러거의 창법을 따라한다(나는 밴드의 EP에 대한 [weiv]의 리뷰에서처럼 온건하게 말할 생각은 없다). “W.O.S.”는 오아시스의 “Cast No Shadow”와 “Champagne Supernova”를 적당히 섞은 것 같다. 음반 발매 전의 라이브 동영상에서 밴드는 이 곡을 영어로 부르고 있는데, 음반에서는 한국어와 영어를 섞고 있다. 한국어로 쓰인 곡들 중 처음에는 영어로 작업한 뒤 한국어를 가필한 곡들이 있으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는 근거다.

그러다 보니 편견이라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밴드는 영어 가사로 노래할 때, 즉 ‘영국 밴드’처럼 굴 때 더 편안해 보이고 곡에 대한 인상도 더 오래 간다(“Golden Nightmare”, “5500-2”). 물론 수록곡이 모두 ‘영국스러운’ 것은 아니다. 9와 숫자들을 연상시키는 소박하고 달콤한 “노랑불빛” 같은 곡도 있다. 시원하게 내달리는 “데칼코마니”는 밴드가 가진 잠재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음반 전체로 보자면 이런 곡은 예외적인 쪽에 속한다.

언어의 문제가 중요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특정 언어는 특정 형식이나 멜로디, 심지어 스타일까지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는 점에서 그렇다. 가사에 대해 물어보면 밴드, 특히 전곡의 작사와 작곡을 담당한 정봉길과 이루리는 영어 가사를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서’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렇게 보자면 밴드의 음악이 가 닿은 귀결 역시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차우진이 이에 대해 ‘이해찬 세대의 21세기적 경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확실히 바이 바이 배드맨의 음악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한 브릿팝의 ‘글로벌’한 물결을 가슴으로 받아친 ‘로컬’의 젊은이들이 만든 음악이다.

‘로컬 밴드’가 자신들의 지역적 색채라 할 만한 걸 거의 지워버린 음악을 만들어내는 건 아마도 그 자체로 가장 ‘로컬’한 전략일 것이다. 이는 외국의 스타일을 ‘한국적’으로 절충하는 것보다 더 큰 각오가 필요할 텐데, 왜냐하면 한국과 한국어라는 맥락을 말소함으로써 청자의 ‘기대지평’을 달리 펼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바이 바이 배드맨은 ‘한국적 적용’이라는 방패 없이 오아시스 대신 자신들의 음악을 들어야 할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칵스나 글렌 체크, 드린지 오, 빅 베이비 드라이버, 트램폴린 등 올해 음반을 발표한 뮤지션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 중 어떤 밴드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이고 어떤 밴드는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영국(중에서도 런던), 수입 CD, P2P, 특정 음악에 대한 ‘취향의 공동체’의 형성 등을 통해 성장한 것으로 보이는 세대의 뮤지션들이 만드는 ‘탈 로컬적인 로컬’ 음악들이 가지고 있는 맥락을 그 자체로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수록곡
1. Purify My Love
2. 데칼코마니
3. 노랑불빛
4. W.O.S
5. 인공눈물
6. Golden Nightmare
7. Bee
8. Low
9. About You Now
10. 5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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