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샤이니 | Chapter 1: Dream Girl – The misconceptions of you
| SM Entertainment, 2013

 

야심찬 아이돌은 무엇으로 승부하는가

예를 들어 전작 “Sherlock (Clue+Note)”의 ‘빵빵 터짐’을 기대하고 들었다면 의아해할 만도 하다. “Dream Girl”은 전개부에서 상당한 속도감을 이끌어내고도 후렴구를 포비트(4beat)로 폭발시키기보다는 두 마디에 걸친 패턴으로 리듬을 흘려보낸다. 섹션 구분에 의한 폭발은, 꽤 두드러지게 믹스된 기타가 걸쳐지면서 덮여버린다. 후렴구의 코러스나 B 파트(“Baby, 모두 꿈인 걸 알지만…”)의 구성을 생각하면, 폭발력이 없는 곡을 의도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또한 몇몇 곡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편곡의 레이어가 제법 많은 채로 컴프레스(compress)되어 억눌린 느낌을 준다. “Spoiler”, “히치하이킹” 등의 과격한 신스 사운드를 생각하면, 좀 더 각 소스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남긴다. 그런 물음표를 간직한 채 다시 한 번 들어본다.

수록곡들의 성향이 대충 갈린다. 무겁고 위협적인 사운드로 무장한 “Spoiler”, “히치하이킹”, “다이너마이트”가 한 부류다. 국내 아이돌 팝이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펼치고 있다고는 해도, ‘다른 어느 그룹의 음반에 수록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만큼 과감한 사운드 메이킹이 두드러진다. 특히 프로듀서 히치하이커(Hitchhiker)가 참여한 뒤의 두 곡은, 날카로운 금속성 사운드와 가시 돋친 베이스, 화려한 브라스가 어우러져 앨범 전체의 무게중심으로 자리 잡는다. 이 곡들은 좀처럼 어설프게 따라갈 수 없는 프로덕션으로서의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경쟁자들과의 결정적 차별화를 이뤄낸다.

비교적 밝은 분위기의 “Punch Drunk Love”, “Girls, Girls, Girls”가 가장 가벼운 “방백”과 함께 두 번째 군집을 이룬다. 솔직하게 인정하자. 남자 아이돌의 음반 중 상당수는 이성애자 남성에게 절대로 어필할 수 없는 음악이다. 듣는 이가 호모포비아라서가 아니라, 공감을 유도하기보다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선보이는 방식 때문이다. 즉, ‘그러라고 만든 게 아닌’ 것이다. 특히 SM은 이 한계를 뛰어넘기보다는 이성애적 어필을 더욱 강화하는 성향을 보여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앨범의 가벼운 곡들은 인상적이다. 강렬한 트랙들 뒤에 이어짐으로써 여성 팬들에게 달콤한 매력을 선보이는 동시에, 이성애자 남성이 못 견디고 트랙을 넘기지 않을 정도로 ‘오글미’의 수위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개중 가장 말랑말랑한 “방백”은 아마도 그 마지노선에 위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보이는 ‘트랙 수 채우기’를 훌쩍 넘어서는 탄탄한 퀄리티가, 이성애의 벽을 넘어서는 설득력에 기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워”, “Runaway”가 타이틀 “Dream Girl”과 하나로 묶인다. 화사하고 시원한 업템포의 이 곡들은, 앞의 두 부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다. “Dream Girl”을 앨범의 맥락에서 떼어내 바라보자. 샤이니의 커리어에서 “Sherlock (Clue+Note)”을 지우고 타이틀곡들을 늘어놓으면, 그다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곡이다. 전작이 주었던 부담을 다소 덜어내는 톤 조절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반대편에서 첫 번째 부류의 곡들이 전작의 과감한 매력을 그대로 살리며 확장해나가는 동안, 보다 대중적인 매력의 타이틀을 제시하고 비슷한 기조의 곡을 두 곡 추가해 앨범의 밸런스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특정 레퍼런스를 노골적으로 연상시키는 몇몇 순간은 다소 낯 뜨거운 감이 있다. 또한 비교적 선이 굵은 편곡의 “Punch Drunk Love”가 갖는 선명함에 비해, 몇몇 곡들은 매력적인 소리들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하는 믹스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이 앨범은 과감한 음악적 선택으로 빛난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힘입은 아이돌 붐이 끝나가면서, 적지 않은 그룹들이 장르적인 방향 선회를 시도하는 것이 눈에 띄는 시점이다. 이 와중에 샤이니는 오히려 급진적인 일렉트로닉을 연료 삼아, SM 음악의 한 축인 일렉트로닉 뉴잭스윙을 한 극단으로 밀고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기존의 남성 아이돌이 가지는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전작의 어수선함을 만회하는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를 갖춘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SM 엔터테인먼트는 자신들이 음악을 만들고 음악으로 승부하는 기획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뚝심 있는 기업임을 재확인해 주는 앨범이다. 그 속에서 샤이니는 하나의 완성형에 빠른 속도로 다가서고 있다. | 미묘 tres.mimyo@gmail.com

rating : 8/10
 

수록곡
01. Spoiler
02. Dream Girl
03. 히치하이킹 (Hitchhiking)
04. Punch Drunk Love
05. Girls, Girls, Girls
06. 방백 (Aside)
07. 아름다워 (Beautiful)
08. 다이너마이트 (Dynamite)
09. Run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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