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SM 엔터테인먼트의 총 매출액은 약 1686억 원이었다. 전년 대비 53% 증가한 액수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오른 약 478억 원이었다. YG 엔터테인먼트는 2012년 1000억 원 이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SM의 절반 수준이었던 2011년보다 220억 원 이상 증가했다. JYP, 큐브 및 FNC 엔터테인먼트 등도 400억 원 수준이라 예측되지만, 그 역시 적은 규모는 아니다. 바야흐로 K-POP 산업의 전성기라 해도 좋을 이때, SM 엔터테인먼트는 K-POP 산업의 1인자일 뿐 아니라 그 원형과 토대로서의 지위를 얻고 있다. K-POP과 SM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단 얘기다. | [weiv] 의사 선생님, SMP가 뭔가요 올해 초, 소녀시대의 “I Got A Boy”가 발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SMP(SM Music Performance)를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복잡한(혹은 산만한) 구조를 들어 이것이 SMP의 귀환이라 했고, 누군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것은 SMP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 새삼 생각해보면, 이 용어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에 대해서는 합의된 바가 거의 없다. ‘무대 퍼포먼스에 최적화된 음악’이라는 느슨한 정의로는 케이팝의 대부분이 포함돼버리지 않겠는가. SM에서 나오는 음악은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 있고, 거기엔 이유가 있다. SM 사옥 지하에 비밀 연구소가 있다거나 이수만 대표가 “계획대로…”라며 음흉하게 웃고 있다는 설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SM이 가진 아이돌의 이상 혹은 취향은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되리라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왜 전형적인 미남·미녀를 뽑는가, 왜 강렬한 고음을 부르게 하나. 그것은 SM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상품으로서의 아이돌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독특한 매력의 외모’나 ‘부족해서 귀여운 가창력’ 같은 타협은 거의 없다. 음악 또한 아이돌 팝 프로덕션으로서 웰메이드 지향이라 부를 만한데, 그럼에도 종종 곤혹스러운 곡들을 내놓아 듣는 이를 당황시키기도 한다. 다행히, 누가 봐도 ‘웰메이드인 곡들’과 ‘곤혹스러운 곡들’을 꿰뚫는 공통점이 있다. 이 글에서는 크게 보아 아래의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1. 댄스와 록의 결합 H.O.T.가 서태지와 아이들을 참고했다는 것은 정설에 가깝다. 많은 참고점 중 하나로, 록과 댄스의 결합이 포함된다. 그러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1993)나 “교실 이데아”(1994)의 묵직한 질감과 비교하자면, SMP는 비주얼 록 취향이나 일본의 스피드(SPEED) 등을 두루 참고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표절 시비를 낳은 H.O.T.의 “열맞춰!”(1998)는, 댄스 음악에 록을 삽입하기 위한 방법론을 꾸준히 모색하던 중 뉴메탈을 발견해 도입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노골적인 록 사운드보다는 그 유전자에 록의 강한 영향이 드러나는 곡들이 많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2009)는 신스 라인을 기타로 연주하기만 하면 바로 뉴메탈 곡이 되며, 에프엑스(f(x)) “Nu ABO”(2010)의 베이스도 스트레이트한 다운 피킹을 연상시킨다. 소녀시대 – 소원을 말해봐 (2009) 상체를 앞뒤로 흔들며 따라 춰보자. 반드시 록을 댄스에 결합해야 했던 이유는 추측만이 가능하다. 우선 세기말을 바라보던 그 당시, 가장 자극적이면서 웅장한 사운드가 디스토션(distortion)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적지 않은 음악가들이 발라드에도 디스토션 이펙터를 활용한 기타를 찔러 넣고, 공일오비 등이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구사하기도 하던 시기였다. 같은 맥락에서 2000년대 후반부터는 일렉트로닉이 더욱 자극적인 사운드를 제시하게 된 것에서 SMP의 사운드도 함께 변화했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이유야 어쨌든 10대 팬들을 미치게 만들 가능성이 록 사운드에 있음을 서태지가 재증명했다고도 할 수 있다. 단순히 기획사의 취향이었을 수도 있으며, 마지막으로는 엄숙한 록 담론의 시대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후계를 자처하기 위해 필요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2. 가사: 메시지와 해체 초기 SMP는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대로 10대의 눈높이에 맞춘 사회적 메시지(학원 폭력, 권위적인 사회 등)를 담았다. 그러나 당시의 기성세대는 물론, 사회 참여를 긍정하던 평단 또한 이 가사들의 내용이 피상적이며 의미도 불분명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SMP의 메시지가 아이돌 팝에 대한 폄하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도 있고, 이는 분명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정말로 진지하고 조리 있는 가사를 쓸 수는 없었을까? 노림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SMP의 메시지에 대한 비판은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나만의 대변인’이란 아이돌의 이상에는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격한 감정을 두서없이 쏟아내는 듯한 불분명한 가사도 10대들의 정서에 공감을 일으켰다. 아이돌 팝은 전통적으로 기성세대와의 취향 갈등을 통해 팬을 고립시키곤 했다. 그 소외감이야말로 팬이 스타에게 더욱 큰 애착을 갖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대중음악 자체의 특징인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1990년대는 ‘신세대 음악’의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기성세대의 불평이 쌓이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성세대를 소외시키며 청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가사는, 적어도 초기 SMP의 한 방법론으로 활용됐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시대가 바뀌어 30대 후반까지도 아이돌 팝을 즐기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세대 구별의 필요성이 약해지자, 가사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새로운 진입 장벽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아이돌 팝의 ‘수준 낮은 가사’에 대한 비판이 커질수록, 가사는 SMP의 큰 무기가 되어갔다고 할 수 있다. 프로듀서이자 작사가인 유영진이 2010년 <텐아시아>와 가진 인터뷰에 의하면, SM 특유의 해체된 가사는 긴 맥락의 가사를 잘라내 리듬 안에 끼워 넣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2000년대 초반 일본 수입곡들의 번역 가사는 어쩌면 어색한 가사가 던지는 신선함을 증명했는지 모른다. 혹은 적어도, 그것이 팬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만은 증명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후 SM은 비문, 번역체, 불분명한 맥락, 화제의 전환, 초현실적 내용 등 다양한 양상으로 가사의 실험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 한 정점에 도달한 것이 에프엑스의 악명 높은 가사라 할 수 있다. f(x) – Hot Summer (2011) 이제는 거의 일가를 이룬 ‘맛 간’ 가사. 3. 다이내믹 사운드 SMP의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으로 다이내믹의 강조를 들 수 있다. 음악에 있어서 다이내믹은 대조를 통해 드러나는 요소이며, 많은 경우 강한 사운드와 공백의 낙차를 통해 구현된다. 강하게 흐르던 음악이 갑자기 조용해졌다가 다시 폭발하는 순간의 흥분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3-1. 구성을 통한 다이내믹함 초기 SMP는 복잡한 구조를 통해 이를 만들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H.O.T.의 데뷔곡 “전사의 후예”(1996)는 거친 사운드와 여린 R&B 보컬 파트를 나누는 정도로서, 그다지 과격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3집의 “열맞춰!”는 급격한 템포 변화만도 다섯 번이 이뤄지며 10개 이상의 상이한 섹션들로 나뉘어 있다. S.E.S.의 “Twilight Zone”(1999)은 사뭇 명랑하기까지 한 보컬 파트에서 음침하고 차가운 랩 파트로 넘어갈 때 템포와 리듬을 과감하게 바꿔주는 곡으로, 비교적 안정 지향적인 여성 아이돌에게서 초기 SMP를 시도한 사례로 남았다. H.O.T. – 열맞춰! (1998) 얼마나 연습하기 힘들었을까. 클럽 음악의 브레이크는 사실상 프로토콜에 가까워서, 클러버는 대개 디제이가 언제 다시 곡을 터뜨릴지 감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초기 SMP의 변칙적 구성은 곡의 흐름을 뒤바꿔놓기에, 각 곡에 웬만큼 익숙해지기 전에는 적응하기 힘들 정도의 변화를 보인다. 유영진은 제한된 시간 내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미국의 음악 방송을 언급하며, 한 곡에서 여러 곡을 들려주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이를 참조한다면, 관객과 ‘함께 놀기’보다는 완성된 무대를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성향 때문에 더욱 과격한 변화가 가능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익숙한 흐름을 배신하는 데서 오는 신선함과 흥분이 그것이다. 이수만 대표는 2007년 엠넷과의 인터뷰에서 SMP가 팬들을 결집시키는 데에 큰 장점을 발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운드와 가사, 퍼포먼스 등이 모두 결합되었을 때의 효과를 말한 것이겠으나, 지속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던져주는 복잡한 구조 또한 이에 기여함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2004년, 프로듀서 켄지(Kenzie)는 보아의 “My Name”을 통해 유영진의 SMP를 발전적으로 계승한다. 2세대 SMP의 시작이라 할 만하다. 구조의 과격한 변화는 억눌러 완결성을 높이되, 뜬금없는 듯한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베이스의 리듬 변화를 통해 대조의 미를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2008년 이후 북유럽 프로듀서들의 곡을 전면적으로 수입하면서, SMP는 극단적인 구조의 변화보다는 편곡을 통해 각 섹션의 대조를 만들어내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난폭한 베이스의 전개부와 화려한 후렴부를 지나 갑자기 발랄한 딜레이가 뿌려지는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가 대표적인 예다. 이후에도 에프엑스의 “Nu ABO”(2010)나 샤이니의 “Sherlock (Clue+Note)”(2012) 등이 구조의 복잡성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지만, 극단적인 구조를 보이는 곡은 드물어졌다. 동방신기 – Mirotic (2008) 2008년 SMP의 랜드마크 3-2. 편곡을 통한 다이내믹함의 강조 다이내믹함을 강조하기 위한 편곡은 다시 두 가지 방법론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웅장한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다. 오케스트레이션이나 합창을 삽입하여 편곡의 스케일을 크게 만드는 방법으로, 보아의 “ID; Peace B”(2000), EXO의 “Mama”(2012) 등이 그 예다. 대중음악에서 오케스트레이션을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SMP의 경우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나 풍성한 표현력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양상을 보인다. 타이틀곡의 상당수에서는 어두운 색채와 어우러져 무겁고도 위급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2세대 이후의 SMP에서는 오히려 간소한 편성이 눈에 띈다. 2012년에 발매된 에프엑스의 “Electric Shock”는 리드 신스 한 대가 베이스와 거의 같은 라인을 그리면서 곡을 지배하고, 노이즈 신스와 패드가 부분적으로 들어갈 뿐, 구별되어 들리는 악기의 수는 많지 않다. 소녀시대의 “I Got A Boy”(2013) 역시 각 섹션에서 사용되는 악기의 수가 적은 편임을 느낄 수 있다. 사용되는 악기의 수가 많아질수록 각각의 소리가 갖는 존재감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선 굵은 편곡은 강한 비트와 보컬에 충분한 자리를 내준다. 2004년 <사운드 & 레코딩>과의 인터뷰에서 이수만 대표는, 동양인은 목소리의 배음이 약해 존재감이 두드러지기 힘들고, 따라서 중역대의 소리를 비워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는 고음과 저음이 강조된 사운드였고, 각각의 소리가 더해지고 빠지는 순간은 더 큰 효과를 드러내게 된다. 이런 성향은 음악적 요소들을 덜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샤이니의 “LUCIFER”(2010)는 전개부 멜로디를 구성하는 음의 수를 점차 줄여나간다. 에프엑스의 “Nu ABO”는 일렉트로닉의 핵심인 베이스가 드럼의 엇박으로 들어가거나, 수시로 완전히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또한 보아의 “Copy & Paste”(2010)의 후렴구는 심지어 멜로디 악기가 아예 등장하지 않는 일곱 마디 끝에야 오르간이 두 마디 등장하고 다시 사라지는 극단적인 편곡을 선보인다. 이러한 편곡들은 후렴구 보컬 화성의 상승감을 강조하거나(“LUCIFER”), 무거운 킥을 강조하기도 하고(“NU ABO”), 사라졌던 베이스가 다시 나타날 때마다 위협적인 저음을 환기하고(“NU ABO”), 곡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등(“Copy & Paste”)의 작용을 하며 음악적 다이내믹함을 펼쳐낸다. SHINee – Lucifer (2010) 가만히 들어보면 보컬 멜로디가 한 음이 아니다! 남성 아이돌의 여성 팬덤이 주류를 이루던 1990년대의 1차 아이돌 붐과, 2000년대 초중반의 과도기, 그리고 2007~8년 2차 붐 이후의 아이돌계는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인다. SMP의 다양한 모습은, SM이 가진 아이돌의 이상을 시대와 상황에 맞게 구현하는 과정에서 방법론의 변화를 보여준다 하겠다. 위에서 열거한 특징들 중 어느 요소가 ‘SMP의 전형’을 결정하는지는 이 글에서 결론 내릴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시각과 의견이 모여 이제부터 정의해 나가야 할 부분일 것이다. | 미묘 tres.mimyo@gmail.com 아티스트 제목 발매 록 영향 복잡한 구성 악기 편성 H.O.T. 전사의 후예 1996 낮음 낮음 보통 H.O.T. 열맞춰! 1998 매우 높음 매우 높음 보통 S.E.S. Twilight Zone 1999 낮음 높음 보통 BoA ID; Peace B. 2000 높음 약간 높음 웅장함 동방신기 TR-ANGLE 2004 매우 높음 높음 웅장함 BoA My Name 2004 보통 약간 높음 웅장함 동방신기 주문 – MIROTIC 2008 높음 낮음 감소함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Geenie) 2009 높음 낮음 간소함 f(x) NU ABO 2010 높음 높음 간소함 SHINee LUCIFER 2010 낮음 낮음 간소함 BoA Copy & Paste 2010 낮음 낮음 매우 간소함 EXO MAMA 2012 매우 높음 보통 웅장함 SHINee Sherlock 2012 낮음 약간 높음 약간 웅장함 f(x) Electric Shock 2012 보통 낮음 간소함 동방신기 Humanoids 2012 보통 보통 보통 Super Junior Sexy, Free & Single 2012 낮음 낮음 약간 웅장함 소녀시대 I Got A Boy 2013 낮음 매우 높음 간소함 관련 글 [special] SM과 K-POP | 왜 SM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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