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 미스코리아 | 미스코리아 (2013)

 

이효리의 “미스코리아”는 뮤직비디오와 그 감독 차은택의 부연 설명이 있을 때 더 선명해지는 곡이다. ‘미스코리아’라는 말을 은근히 반어적으로 사용하는 이 뮤직비디오 안에서 이효리는 현실 세계의 이효리와 동일시된다. 영상의 그는 동물권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이효리이자 주류 광고 및 상업광고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효리이며 이발소 집 딸이자 드랙퀸들과 춤추는 이효리다. 그러니까 영상이 마침내 도달하는 곳은 사회적 편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섹시 스타라는, 적어도 한국에서 독보적인 정체성을 확보한 이효리 자신이다.

특히 “미스코리아”는 이효리가 작사 작곡한 곡이다. 오해하지 말기를. 댄스가수보다 싱어송라이터가 우월하다는 의미로 강조한 게 아니다(물론 ‘우리’는 자주 이 함정에 빠진다). 표절논란과 공식사과가 상업적 실패로 이어진 2010년의 [H-Logic]은 사실 이효리가 프로듀서로서의 욕망을 드러낸 앨범이었다. “미스코리아”는 거기서 한 걸음을 더 나아가려고 애쓴다. 이때 편곡자 이상순의 흔적(이 곡에서 롤러코스터의 흔적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보다 인상적인 건 노래의 테마나 안무, 가사 모두가 이효리’답게’ 여겨진다는 점이다. 적어도 그게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맥락이 중요할 것이다. 요컨대 반복되는 프레이즈가 조금 지루하고 ‘미스코리아’라는 발음이 어색하다는 단점에도 이 노래는 이효리의 어떤 욕망을 소속사나 프로듀서, 시장의 트렌드 같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스스로 드러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그 욕망이 단지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종류를 넘어 자신의 삶은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쪽이라면 이 곡은, 이제까지 그가 음악 밖에서 보여준 삶의 맥락에서 일종의 공식선언과 같다는 인상도 강하게 남긴다. “미스코리아”가 남다르게 들린다면(나 역시 마찬가지인데) 바로 그 ‘진정성’의 맥락이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 차우진 nar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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