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weiv] 05.09 ~ 05.23

 
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씨 없는 수박 김대중, 이효리, 이승열, Daft Punk의 새 앨범에 관한 필자별 코멘트다. | [weiv]
 

씨 없는 수박 김대중 | 씨 없는 수박 | 붕가붕가레코드, 2013.05.20

한명륜: 스스로 거세하지 않고서, 미치지 않은 채 살 수 있겠니. 이 잔혹한 세상에서 말이지. 내가, 씨 없는 수박이라니, 내 ‘*알’ 두 쪽이 쓸모없다니, 하늘이 ‘두 쪽’ 나는 것 같은 고통은 의외로 심하지 않을지도 모른단다. 물리적이고 상징적인 그 모든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자, 너는 아니라고 생각하나? 김대중의 행간에 울리는 또 다른 노래. 9/10
차우진: 블루스가 주로 “현실의 고통을 승화하며 자리잡은 양식”(크레이그 워너, 《A Change Is Gonna Come》, 1999)이라면, 유머야말로 블루스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김대중의 음악 역시 해학이 중요한데, ‘웃기고 슬픈’ 감각 속에서 블루스‘적인’ 정서가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그 양식이 엄격하지 않고 유연할 뿐더러 내러티브를 통해 21세기 한국의 어떤 지점을 힘주어 겨눈다는 걸 지목하고 싶다. 이런 것들이 김대중을 중요한 음악가로 여기게 만든다. 8/10

이효리 | MONOCHROME | B2M 엔터테인먼트, 2013.05.21

최성욱: 훵크하고 그루브한 사운드가 일품이다. “Holly Jolly Bus”, “Love Rader”, “Special” 등이 그 예다. 딱히 흠잡을 곳 없는 사운드에, 몇몇 곡은 두어 번만 들어도 흥얼거릴 만큼 귀에 콕 박힌다. 이만하면 조용필과 더불어 올해의 컴백 후보자 명단에 올릴 만하다. 7/10
우해미: 그녀가 무척이나 공들인 게 분명한 이 앨범은, 매력적이라기보단 흥미롭다는 쪽에 가깝다. 흠잡을 데 없는 수준임에도 앨범 전반에서 ‘과도하게’ 묻어나는 치열한 고민과 노력의 흔적은 음악을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만든다.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넘어설 수 없다고 했던가? ‘타고난 가수’를 꿈꾸는 ‘타고난 엔터테이너’의 모습이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어색하고 불편하다. 6/10
 

이승열 | V | 플럭서스뮤직, 2013.05.23

최민우: 라이브 음반이되 스튜디오라는 작업 환경을 전제로 한 작업처럼 들린다. 빛나는 순간이 청자를 종종 압도하지만 다 듣고 나면 이 길고 ‘실험적’인 음악이 청자/관객보다는 뮤지션 본인에게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인상이 남는다. 그런 태도를 존중하는 것과 그 결과물을 사랑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 음반의 경우, 나로서는 전자는 가능하지만 후자는 잘 모르겠다. 5/10
한명륜: ‘실험’이니 ‘대곡’이니 청자들을 겁먹게 할 수사들이 나돌고 있지만, 이승열의 이번 앨범을 감상하는 방법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을 수 있다. 음악이 무엇보다 울림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어떨까. 핑크 플로이드 풍의 후반부 기타 솔로(윤상익)가 멋진 “Satin Camel (바다였던)”은 추천 트랙. 9/10

Daft Punk | Random Access Memories | Columbia, 2013.05.21

최민우: 다프트 펑크 같지 않은 다프트 펑크 음반. 예전과는 다른 것을 해보겠다는 의욕이 과한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인상이다. 걸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건 이들의 예전 음반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음반 역시 오래 들을 수 있는 즐거운 음악들로 가득하다. 8/10
최성욱: 팝의 미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팝의 과거와 현재를 능숙하게 축약해놓았다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레퍼런스에 함몰되지 않고 말랑말랑한 방식으로 변주하는(혹은 부드럽게 반죽을 치대는) 이들이야말로 동시대 팝의 척도다. 9/10
우해미: 곡의 흐름과 힘 조절이 돋보인다. 앨범 전체를 듣고 나면 흡사 서사 구조가 잘 짜여진 영화 한 편을 감상한 느낌인데, 듣는 이의 감정선을 이끄는 솜씨가 상당히 노련하다는 인상이다. 표현 방식이 달라졌을 뿐 전작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다프트 펑크가 그려낸 특유의 정서는 그대로다.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