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Blake l OvergrownJames Blake | Overgrown | Polydor, 2013.04.09

    절충주의의 신예가 들려주는 유희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Overgrown]이 발매됐다. 그는 이제 ‘일렉트로닉의 신예’를 넘어 숙련된 아티스트의 자리에 다다른 듯하다. 포스트 덥스텝(Post Dubstep)이나 퓨처 개러지(Future Garage) 등의 신생 장르를 기반으로 자기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미래 지향적’이라는 인상도 풍긴다. 이번 음반에서 제임스 블레이크는 네오 소울(Neo Soul)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택했다. 장르 자체로는 감상적이고 정형화된 음악 형식이지만, 이 음반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감성을 통해 진정성을 획득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즉흥적이면서도 한편으로 내성적이고 사색적이라 할 만하다. 그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감상성을 극대화시키는 에코 효과의 보컬에서는 냉소적이면서도 쓸쓸한 분위기가 풍긴다. 또한 사운드상으로는 음의 윤곽을 모호하게 조성하거나, 파편화되고 변형된 목소리들의 코러스를 가파르고 변칙적인 빠른 속도의 비트와 어우러지게 하기도 한다.

새벽녘 공기를 연상시키며 경계를 분간할 수 없는 불투명함과 나른함, 황홀함 등이 맞물리는 트랙 “Overgrown”을 시작으로, 그런지한 질감의 피아노와 흩날리듯 떨어지는 보컬이 인상적인 “I am Sold”, 훵키한 그루브를 바탕으로 엄숙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느낌을 내는 “Life Round Here”, RZA의 랩과 제임스 블레이크 본연의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보여준 “Take A Fall For Me” 등 어느 수록곡 하나 빠트리기 어려울 만큼 강한 매력을 선보인다.

특히 뛰어난 선율감을 자랑하는 “Retrograde”는 서정적인 반주와 차분하고 섬세한 사운드로 곡의 감수성을 증폭시킨다. 이어 “Digital Lion”은 급박하게 흐르는 비트와 주절주절 내뱉는 보컬, 거기에 변형된 오르간 소리를 더해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울림을 자아낸다. “Voyeur”의 느슨하고도 내면적인 깊이가 드러나는 보컬과 길게 늘어뜨린 전자음은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끝으로 공간감 있는 미드 템포의 꽉 찬 사운드 위에서 흐트러진 듯한 감정으로 노래하는 “Our Love Comes Back”에는 마치 외로운 독백과 같은 우울함과 황량함이 묻어 있다.

제임스 블레이크의 음악은 날카롭고 냉정하며, 합성된 것과 인공적인 것을 찬양한다. 또한 부드러우면서도 변형되고 일그러진 음악적 태도를 취하는데, 이러한 특징은 2010년대 들어 가장 실험적인 면모를 보여 온 일렉트로닉 음악의 지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여러 종류의 상호 교통, 즉 이질적인 것들의 공존은 순수한 형태를 통해 불가능한 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며 새로운 형식, 새로운 감성으로부터 재차 자기만의 것을 창조해내려는 시도가 조명 받는 이유일 것이다. | 김민영 cutthecord@nate.com   rating: 9/10   수록곡 01. Overgrown 02. I am Sold 03. Life Round Here 04. Take a Fall For Me 05. Retrograde 06. Dim 07. Digital Lion 08. Voyeur 09. To The Last 10. Our Love Comes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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