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ler, The Creator | Goblin | XL, 2011

나를 봐, 나를 봐, 내 안의 괴물이 이렇게나 커졌어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비트를 만들며, 랩을 한다. 래퍼, 싱어, 프로듀서, 스케이트보더 및 기타 정확한 포지션을 알 수 없는 멤버들이 소속된 크루 OFWGKTA(Odd Future Wolf Gang Kill Them All, 줄여서 오드 퓨처 혹은 울프 갱/골프 왱)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거대 인디 레이블 XL에서 발매된 [Goblin](2011)은 정식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는 타일러의 첫 앨범이지만, 전작 [Bastard](2009)를 비롯해 타일러와 오드 퓨처가 2008년부터 만들어온 수많은 ‘앨범’ 및 믹스테이프는 모두 자신들의 텀블러에서 무료 배포되어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2011년 2월, 지미 팰런 쇼(Jimmy Fallon Show)에 오드 퓨처의 멤버이자 멜로하이프(Mellowhype)의 래퍼인 호지 비츠(Hodgy Beats)와 함께 출연한 타일러는, 세트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문자 그대로 무대를 뒤집어놓고, 끝내는 호스트 지미 팰런에게 뛰어올라 업히는 타일러와 흥분한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SWAG!”을 연호하는 게스트 모스 데프(Mos Def)라는 진풍경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이렇게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모두가 주목하는 신인이 되었다.

타일러는 다양한 얼터에고(alter-ego)를 창조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Goblin]의 첫 싱글 “Yonkers”는 ‘나는 씨X 걸어다니는 모순 / 아니, 난 아냐.’라는 묘한 가사로 시작하는데, 이 곡 자체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와 ‘울프 헤일리’의 상호 부정이기 때문이다. 전작 [Bastard]에서 사용한 ‘닥터 TC’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심리상담 컨셉은 [Goblin]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두드러졌던 [Bastard]와 달리 [Goblin]의 주된 소재는 다름 아닌 타일러 자신이다. 그런데 가사에서 제시되는 타일러는 대략 이런 인간이다: ‘Kill people, burn shit, fuck school!’, ‘Fuck your traditions, fuck your positions, fuck your religions, fuck your decisions!'(“Radicals”). 뭐, 그냥 “다 X까라!”는 게다. 얼터에고를 빌어 시종일관 동성애자를 비하하고 여성을 강간하며 사람들을 죽이고 종교를 모독하는 타일러는 커리어 초기의 독기 서린 에미넴(Eminem)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에미넴과 달리, (최소한 가사에서 제시되는) 타일러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혐오한다. 역설적으로 이 시점에서 타일러의 욕설은 나, 너, 우리, 그들, 세상 전체에 해당하는 대명사로 변모해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오히려 무의미한 욕설과 위악적인 부정이 드러내는 것은 오직 타일러 자신의 불안정한, ‘중2병적’ 자아다.

물론 ‘죽이고 불태우고 범하고 묻어버리는’ 랩이 타일러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런 스타일은 이미 힙합의 하위 장르인 호러코어(Horrorcore)로 확립되어 있으며, 계보를 따지자면 그레이브디거즈(Gravediggaz)의 [6 Feet Deep](1994)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을 자랑한다. 비록 폭넓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을지라도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네크로(Necro)와 브라더 린치 헝(Brotha Lynch Hung) 같은 이들이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호러코어를 구사해왔으며 무엇보다 호러코어 성향이 적지 않은 에미넴이 여전히 힙합의 정상에 군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흥미로운 컨셉에도 불구하고 다소 평이한 타일러의 랩이 이렇게까지 주목받는 것은 분명 인터넷에서 형성된 하이프(hype) 때문일지 모른다.

그래서 그의 랩은 비트와 함께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미니멀한 신스/드럼 조합에 (종종 불협화음으로 구성된) 피아노 루프를 얹는 타일러의 비트는 가사에 어울리는 긴장감과 불안감을 조성한다. 르자(Rza)에서 넵튠즈(The Neptunes)까지를 망라하는 급진적 비트메이커들의 유산이며, 보다 직접적으로는 데프 적스(Def Jux)나 앤티콘(Anticon) 레이블과 같은 90년대 말~2000년대 초 언더그라운드 앱스트랙트 무브먼트의 연장인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타일러 자신이 ‘호러코어’에도 ‘언더그라운드’에도 알레르기적 거부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는 비주류적 방법론을 따르면서도 주류 지향적이라는, 다소 모순적인 면을 숨기지 않는다. [Goblin]의 단점은 이 지향성이 단순한 태도면에서가 아니라 무리한 음악적 시도로 이어짐으로써 생겨난 몇 곡의 어색한 결과물(노골적인 렉스 루거(Lex Luger) 스타일 카피 “Bitch Suck Dick”이나 실패한 일렉트로 시도처럼 보이는 “Fish/Boppin’ Bitch”)에서 온다. 앨범 대부분의 수록곡들, 특히 “Yonkers”, “Sandwitches”, “She”, “Tron Cat” 등이 실패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뛰어나다는 것은 개중 다행이지만.

분노와 혼란에 휩싸인 자기고백 “Goblin”으로 시작한 [Goblin]은 ‘나는 단지 테이블(그 테이블 맞다!)일 뿐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할 만큼 정신적으로 극한에 몰린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에게 자신들이 모두 동일인물의 얼터에고임을 밝히는 닥터 TC의 최종선고를 통해 수많은 얼터에고가 하나의 괴물(goblin)으로 통합(“I’m… me.”)되는 “Golden”으로 마무리된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자신의 ‘거대한’ 자아를 그대로 투영한 결과물이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2010)였다면, [Goblin]은 중2병 걸린 10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혼돈에 빠진 자아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비록 칸예만큼 혁신적이지는 못할지라도 [Goblin]은 지금의 타일러가 아닌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모순되고 혼란스럽고 불편한,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앨범이다.  | 글 임승균 obstackle1@gmail.com

ratings: 4/5

수록곡
1. Goblin
2. Yonkers
3. Radicals
4. She (feat. Frank Ocean)
5. Transylvania
6. Nightmare
7. Tron Cat
8. Her
9. Sandwitches (feat. Hodgy Beats)
10. Fish / Boppin’ Bitch
11. Analog (feat. Hodgy Beats)
12. Bitch Suck Dick (feat. Jasper Dolphin & Taco)
13. Window (feat. Domo Genesis, Frank Ocean, Hodgy Beats & Mike G)
14. AU79
15. Gol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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