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쾅프로그램, 스코믹 스트립, 강백수, 그리고 White Lies의 새 앨범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쾅프로그램 | 나 아니면 너 | 자체 제작, 2013.08.08 최성욱: 전위적이면서도 서정적이며 육중하면서도 그루브하다. 끊임없이 질주하고 하강하는 이미지가 반복되는데, 그 표상이 너무 모호한 나머지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창작자도 절절하게 반응하는 청자를 원하지 않는 모양새다. 7/10 최민우: 포스트 펑크를 끈기 있게 구현해내는 이 음반이 신선하게 들린다면 그건 일차적으로 ‘지역적 맥락’을 감안해서이겠지만, 음반은 필사적으로 그 맥락을 넘어서고자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 노력이 보상을 받는 순간들이 들린다. 어둡고 격렬하고 시끄럽지만 다 듣고 나면 ‘지적’이라는 인상이 제일 강하게 남는데, 이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일 수도 있겠다. 호오를 떠나 귀를 기울여볼 이유는 충분한 결과물이다. 7/10 스코믹 스트립 | Scomic Strip | 미러볼뮤직, 2013.08.08 최지선: 풍성한 리버브와 딜레이의 잔상, 울림 많은 기타, 낭만적인 선율. 새드 코어나 드림 팝의 잔향도 느껴진다. 어느덧 몽환적이고 명상적인 지점으로 향하는데, 칠웨이브를 표방한 구골플렉스의 리믹스 버전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앨범 전반적으로 서서히 고양되었다가 마지막 트랙에서 나른하게 침잠하듯 끝나버리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반면 대개 지나치게 일관적인 음악이 그러한 것처럼 후반부가 되면 다소 밋밋해지고 만다(이건 어쩌면 이런 종류의 음악이 가질 수밖에 없는 특징인지도 모르지만). 유일하게 보컬이 사용된 “선물”의 목소리 운용도 아쉬움이 있다. 7/10 한명륜: 따로 노는 악기 파트들과 다소 지저분한 만듦새가 눈에 띄지만, 반복해서 들어보면 우연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혼란스런 사운드 속에서도 나름의 규칙이 감지되는데, 딜레이를 비롯한 공간계 이펙팅을 중심으로 하고 있을 것 같은 그 규칙은 파악하려고 들면 멀리 달아난다는 인상을 준다. 연주에서는 많은 노트를 쓰지 않으며 의외의 타이밍을 선택하는 기타의 대담함이 돋보인다. 앨범 전체를 거의 ‘통짜’로 연결시키는 방식이 유기성 구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하는 의문은 남지만, 그 의문이 답답함이나 지루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7/10 강백수 | 서툰 말 | 북극곰 사운드, 2013.08.12 최성욱: 솔직하다. 솔직한 고백이다. “내가 장기하를 이겨도, 내가 이승기를 이겨도”, “뮤직뱅크 1위를 해도, 연말 가요대상을 타도”, “내가 만약 박근혜랑 사귄다면 박근혜 델꼬 술 사먹을 거야” 등 곳곳의 노랫말에서는 절로 피식 웃게 된다. 올드한 사운드 구성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7/10 한명륜: 음반에 포함된 에세이집을 보면 “처음 자전거를 타는 사람처럼 이리 쿵 저리 쿵 하다 보니 어느 새 턱 밑에 수염이 수북이 나 있었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런 위트가 정작 음악에서 들리지 않는 것은 안타깝다. 특히 각 악기 파트의 타이트한 조합과 보컬의 합이 너무 매끈하게 빠지면서, 가사가 전하고자 하는 해학이 ‘글자’에 머무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너무 잘 만들어서 약간 ‘빗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달까. 그래도 음반 전체에 감도는 김루트(‘신현희와 김루트’)의 베이스가 주는 매력을 거부할 수 없다. 7/10 White Lies | Big TV | Polydor, 2013.08.12 최민우: 포스트 (팝) 펑크의 약발이 슬슬 다 되어 간다는 느낌을 가끔 받는다. 인기가 떨어진다기보다는 해당 장르의 잠재력이 거의 다 발굴된 것 같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화이트 라이스의 신작을 들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감상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와 잘 다듬어진 사운드를 들으며 날것의 기운이 떨어졌다고 투덜거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전위란 작고 좁게 마련이다. 음반 제목을 ‘Big TV’라고 단 밴드가 짊어져야 할 짐은 아니다. 7/10 최지선: 콘셉트 앨범 형식으로 꾸민, 나름의 야심을 반영한 앨범. (브릿지 성격의 트랙을 포함해) 간간히 삽입된, 명상적이고 우주적이라 할 느린 곡들에서도 이런 의도는 감지된다. 물론 이들을 대표해온, 포스트 펑크와 일렉트로 팝이 곁들여진 적당히 음울하고 낭만적인 매력은 여전하다. 첫 두 곡 “Big TV”와 “There Goes Our Love Again”처럼. 그렇지만 수년이 흐르고 보니 그리 큰 파급력은 없게 들린다. 이건 어느 정도 입지를 세운 밴드가 갱신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숙제인지도 모른다.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