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치마 |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 도기리치/소니, 2011 서른 즈음에?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이 앨범에서 받은 첫인상은 당혹감이었다. (‘미쿡 출신’이라는 조휴일의 이력을 구태여 들이밀지 않더라도) 분명 검정치마의 첫 앨범 [201](2008)은 그 안에서 다양한 형식을 제시할 뿐 아니라 앨범 전체적으로는 2000년대 영미권 인디씬과의 동시대성을 지닌, 그 해 한국에서 가장 야심차고 ‘힙’한 앨범이었다. 즉 [201]은 칵스나 포니, 아침을 비롯하여 ‘본토’의 재현에 무게를 실은 듯 보이는 한국산 개러지 리바이벌의 효시였다. 그러니 검정치마를 “서구적인 한국 인디팝의 창시자!”라고 지칭한 음반사의 홍보자료는 비록 여러가지 측면(검정치마 이전의 한국 인디는 ‘서구적’이지 않았는가?)에서 굉장히 ‘돋을’지언정, 아예 탈맥락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에서 [201]의 흔적은 좀체 찾기 어렵다. 다시 말해서, 이 앨범에서는 “좋아해줘”가, “강아지”가, “Antifreeze”가 재현되지 않는다. 되려 오프닝 “이별노래”의 완연한 컨트리(그렇다, 컨트리!)풍 도입부는 검정치마의 새로운 방향성, 또는 외도를 직접적으로 대변한다.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은 [201]의 ‘뿅뿅’ 사운드와는 대체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으며, 포크와 얼트-컨트리를 중심으로 힘을 빼고 차분하게 전개된다. 여기에 조휴일은 “배가 떠난 부둣가에 남아 떠도는 뱃사람 / 검은 파도 무서워서 갑판에 발도 못 댔네”(역시 “이별노래”)을 시작으로, 한없이 쿨하기만 했던 1집의 그것에 비해 확연히 개인적이며 종종 자조적이기도 한 가사를 읊조린다. 게다가 [그저 수영하고 있을 뿐이니 걱정하지 말]라면서도 마지막에는 “내가 어떻게 이 바다 위에서 살아남을지 나도 궁금”(“앵무새”)하다 고백하는 조휴일의 노랫말은 지난 3년간 그가 겪어온 (개중 일부는 익히 알려진) 일들을 연상하거나 상상토록 한다. 재미있는 것은 산울림을 재현하는 “날씨”나, 제목에서 곡 구성까지 모든 면에서 ‘7080’스러운 “젊은 우리 사랑”이 그렇듯 [201]에서 두드러졌던 무국적성이 이 앨범에 이르러서는 상당부분 희석된 듯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들이 이례적 성공을 거둔 [201]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의도적 산물인지, 혹은 형식적으로나마 밴드 구성을 취하고 있었던 검정치마가 완전히 원맨밴드로 재편되면서 자연스럽게 도달한 지점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느 쪽이든 결과적으로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이 밴드 검정치마의 작업물이라기보다는 조휴일 개인으로서의 작업물에 가까워 보이게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물론, 외형적인 방법론이 달라졌을지라도 여전히 조휴일은 날카로운 유머가 담긴 가사(“외아들”이나 “아침식사”, “음악하는 여자”를 보라)를 쓰며, 캐치한 멜로디와 좋은 훅을 만들어낼 줄 아는 뛰어난 송라이터다. 그러나 인상깊은 오프닝 “이별노래” 이후로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차분하고 ‘성숙’된 나머지 간혹 평이하게까지 느껴지는 곡들(예컨대 “Love Shine”이나 “International Love Song”, “앵무새”)이 아니라 “외아들”이나 “날씨”처럼 비교적 에너제틱한 업템포 트랙, 말하자면 그나마 [201]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곳에 존재한다. 딱히 방향성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하다 – 오히려 이것은 에너지의 문제다. 이전의 검정치마를 지탱하고 차별화하는 두 축이 에너지와 멜로디였다면, 이제 ‘새로운 검정치마’는 에너지를 상실한 채 오직 멜로디만이 감지된다. 글쎄, 어쩌면 앞서 언급한 밴드 포맷상의 변화나 노랫말에서 미루어 짐작되는 ‘피곤한’ 개인사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지 그 동안 검정치마, 아니 조휴일이 너무 일찍 나이들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만은, 뭐 어쩔 도리가 없는 노릇일 게다. | 글 임승균 obstackle1@gmail.com ratings : 3.5/5 수록곡 1. 이별노래 2. 무임승차 3. Love Shine 4. 외아들 5. International Love Song 6. 날씨 7. 아침식사 8. 음악하는 여자 9. 젊은 우리 사랑 10. Ariel 11. 기사도 12. 앵무새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