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그레이, 버스커버스커, 김간지x하헌진, 그리고 Kings of Leon의 새 앨범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그레이(Graye) | Mon | 영기획, 2013.09.23 최민우: 꾹꾹 눌러 문지르는 비트, 건조하지만 효과적으로 쌓은 레이어, 칩튠으로 노래하는 나긋나긋한 멜로디, 침착한 진행이 돋보이는 “D’Mon”은 이 뮤지션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트랙이다. 재미있는 반전이 이어지는 “A’Mon” 역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음반 전체가 ‘싸늘한 멜랑콜리’라 표현해도 좋을 무드로 조율되었는데, 다른 무엇보다 다시 듣고 싶어지는 소리들을 만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장점이 어떤 방향과 색깔로 자라날지 궁금하다. 7/10 최지선: 말하자면,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우기 위한(?) 의도는 좋았다. 전체적으로 유기화되고 통일감을 주는 전략도 적절하게 느껴진다. 극변과 도약이 없어도, 보다 나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장치들을 조금 더 가지게 되면 금상첨화일 듯. 6/10 김영진: 단출한 코드와 루프 위로 위트 있는 비트와 효과음이 떠다니는 “D’Mon”, “E’Mon”, “C’Mon” 등이 귀에 쉽게 박히지만, 은은하게 ‘아스트랄’한 “A’Mon”과 “Gumgang River”도 흥미롭다. 주가 되는 리듬이나 신스의 음색 자체는 최신의 힙합, 일렉트로니카, R&B 분야의 그것과 그닥 거리가 있어 보이진 않지만, 색감보다는 모양새가 눈에 띈다. 몸을 흔들게 하는 음악과 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음악, 이 둘 사이를 적절히 왔다 갔다 하는 ‘Intelligent Beat Music’이다. 7/10 버스커버스커 | 2집 | 청춘뮤직, 2013.09.25 최민우: 데뷔 음반이 산과 골 같았다면 신작은 부드럽게 출렁이는 (여수)밤바다처럼 들린다. 전작에서 서투르게 들리던 부분들이 효과적이고 능숙하게 다듬어져 있지만 허를 찌르는 매력과 흥미는 줄었다. ‘안정적인’과 ‘좋은’ 사이 어딘가에 있는 음반이라는 게 솔직한 생각인데, “처음엔 사랑이란게” 후반의 격정적인 애드립을 ‘감정의 진실한 토로’로 받아들일 것이냐 ‘불필요한 시간 때우기’라고 여기느냐에 따라 전자와 후자 중 하나를 택할 것 같다. 6/10 한명륜: 장범준의 가사는 늘 화제가 되지만 “처음엔 사랑이란게”는 리듬 파트가 따로 논다. “봄바람”, “여수 밤바다”에서처럼 리듬, 특히 김형태의 베이스 파트와 마주 보고 춤추는 듯한 음절의 운용이 보이지 않는다. 중언부언하다 의성어로 끝나버리는 “사랑은 타이밍”은 연애의 한 순간을 시각화하기라는 이들의 또 한 가지 장점이 무너져 있다. 기타 음색 역시 1집의 대담한 어택이 사라지고 빈 공간을 메우는 데 그치고 있으며 멜로디는 쉽지만 머리에 오래 남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어색한 음색의 조합 안에서도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브래드의 드럼 터치가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적 자존심의 최소한으로 느껴진다. 5/10 김영진: 여전히 통속적이고, 그 신파도 여전히 유려하다.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에서 장범준의 보컬과 구수한 선율은 핵심이지만, 앨범으로 볼 땐 좀 더 내부의 무게중심, 그러니까 자기만의 코드워크와 주법, 작사 방식 등을 잘 알고 있는 자의 확신 혹은 배짱 같은 것이 중요해 보인다. 노랫말이나 콘셉트를 가로지르는 정서가 지나치게 세련되지 않은 점도 이 ‘젊은 음악’이 광범한 대중에게 어필하는 이유인 듯하다. 정서적으로는, 서툴고 파리했던 자신의 청춘에게 보내는, 조금은 더 성숙해진 애가 혹은 송가로 들리는 음반. 7/10 김간지x하헌진 | 김간지x하헌진 | 붕가붕가레코드, 2013.09.24 최성욱: 블루스 특유의 끈적끈적한 생동감이 살아 있다. 김간지의 드럼 연주가 추가되면서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은 줄어든 반면, 사운드는 좀 더 세련되고 정제되어 있다. 블루스 사운드 특유의 질감을 잘 살려낸 작업도, 스튜디오 작업의 결과물도 주목할 만하다. 7/10 한명륜: 연주자들의 즐거움이 느껴지는 음악. 로이 부캐넌의 메이저 키 넘버를 연상시키는 곡도 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김간지의 드럼, 하헌진의 기타 퍼즈 음색 등이 너무도 모던하고 깨끗하다. 이것은 일종의 ‘조크’―‘블루스는 아니지만 블루스가 아닌 것도 아니여’―가 아닐까 싶다. 즉 빈티지나 블루스라는 개념 및 용어의 눈치를 보지 않고 즐기듯 만든 록음악인 셈. LP를 사면 들어 있는 속지의 투명한 원형 셀로판 막, 그 안에 약간 방향이 돌아가 있는 LP를 형상화한 듯한 앨범 커버를 봤을 때는 그 짓궂은 의도에 다소 신빙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블루스의 완벽한 재현을 꿈꾸며 만들었다면 평가는 심각하게 다시 고려되어야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다소 모호해 어떤 스케일 기준의 평가를 하기는 애매함이 있는 앨범이다. 7/10 Kings of Leon | Mechanical Bull | RCA, 2013.09.23 최지선: 미끈해졌지만 공허했던, 그래서 갈피를 못 잡은 듯했던 5집에 비하면, 6집은 이들이 초창기에 지니고 있던 거친 에너지를 소생시켰고 강한 훅이 담긴 선율을 회복한 듯 들린다. 리버브로 요약되는 울림 가득했던 지난 사운드도 적당히 조율된 인상. 그렇지만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들이 가야 할 방향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6/10 최성욱: 초창기 시절을 연상시키는 몇몇 곡들은 확실히 흡입력이 있다. 그루브하면서도 거친 사운드가 일품이며, 멜로디 라인도 좋다. 그러나 나머지 몇몇 곡들은 지나치게 얌전하고, 지루하다. 곡들 간의 편차가 크다.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