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김목인, 머쉬룸즈, 전기흐른, 그리고 Chvrches(처치스)의 새 앨범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김목인 | 한 다발의 시선 | 일렉트릭 뮤즈, 2013.10.04 최지선: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가 음악가를 화두로 하여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일종의 일기였다면, 2집 [한 다발의 시선]은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이런저런 삶의 풍경들이 다채롭게 상연되는 소극 모음집 같다. 이전 시절부터 해왔던 것처럼, 그는 여전히 사려 깊고도 따뜻한 필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감정의 극단을 배재한 채 자신의 노래를 담담하고 담백하게 조근조근 이야기하듯 풀어낸다. ‘새로운 언어’는 없을지언정 살짝 곁들여진 위트가 반짝이고 있고, 압도적인 히트 싱글은 없지만 앨범 전체를 정성스럽게 매만진 흔적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집시풍 스윙, 보사노바 등의 몇 가지 양식들과, 피아노나 기타를 근간으로 클라리넷, 트럼펫, 바이올린, 퍼커션 등 그의 동료들과 함께 한 연주는 소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음악극을 위한 훌륭한 역할을 담당한다. 8/10 한명륜: 어택을 절제하되 강하고 풍부한 울림을 음악적 시공간 안에 풀어놓는 타악 파트(오형석, 자이온 루즈)의 매력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음역대마다 고르게 지분이 나뉘어 있기보다는 육감적인 저음부의 힘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인상을 전한다. ‘판’ 위에서 마이너와 메이저를 오가는 기타(김목인, 이호석, 홍갑)의 능글맞음이 흥겹게 다가온다(“그게 다 외로워서래”, “불편한 식탁”). 물론 취향에 따라선 이 무겁고 힘 있는 사운드가 ‘탁함’으로 다가갈 수도. 8/10 머쉬룸즈 | One Game Wonder | 루비레코드, 2013.09.27 최성욱: 잘 만들어진 모던록 앨범이다. 어쿠스틱한 싱글이든 좀 더 밴드사운드가 강조된 싱글이든 노래의 절정부에서 연주를 쌓으면서 드라마틱한 구성을 보여준다. 자칫 밋밋하게 흐를 수도 있는 사운드가 점차 풍성해지면서 깊이를 더한다. 다만, 영어로 쓰인 몇몇 노래는 외국어 번안 곡을 부르는 것처럼 어색하게 다가온다. 모국어로 표현된 노래에 비해 운율감이 떨어진다. 8/10 한명륜: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과, 빈티지하기보다는 다소 모던한 느낌의 퍼즈 사운드가 따뜻하게 살을 맞대고 있는 인상이다. 그러면서도 각 소스의 개별적 존재감은 분명하게 지켜낸 믹싱의 묘가 돋보이는 앨범이다. 개개의 곡들 자체만 따진다면 큰 특징이 보이진 않지만 앨범 전체의 사운드가 매력으로 다가오는 케이스다. 7/10 전기흐른 | 길티 플레저 | 2013.10.01 최지선: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이들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이 앨범은 팝 듀오로서 협업 체제를 갖춘 첫 작품이겠지만, 전자양이 조력했던 흐른의 2집은 그 서막격 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이전은 물론) 흐른의 2집보다 한결 안정적으로 신스팝 스타일로 진화하는 행적을 이 음반을 통해 읽어낼 수 있다. 본격적인 비트 메이커로 나선 류호건은 빈티지하고 복고적이지만 적절히 감각적인 사운드의 센터 역할을 하고 있고, 흐른은 전보다 한층 선명하며 여전히 의미심장한 메시지와 간결하고도 좋은 멜로디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런 이 둘 사이의 결합은 느슨하지만 흥미로운 맥락을 만들어낸다. 7/10 차우진: 흐른은 줄곧 흥미로운 행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데뷔 때부터 현재까지 장르와 톤도 바뀌어왔고, 크고 작은 다양한 공간에서 꾸준히 공연을 해가는 것도 관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나는 이 앨범이 여전히 과도기적으로 보인다. 메시지와 멜로디를 결합하려는 꾸준한 시도는 종종 감탄을 자아내게 하지만 좀 더 댄서블하면 좋겠다는, 요컨대 좀 더 단순하고 자극적인 훅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5/10 Chvrches | The Bones of What You Believe | Virgin, 2013.10.04 김영진: 빛이 산란하듯 흔들리거나 흩뿌려지는 신서사이저 소리들이 매력적인 무드를 만들고, 리드 보컬 로렌 메이베리의 연한 목소리는 상큼하고 달짝지근한 멜로디를 따라 흐른다. “The Mother We Share”, “Recover”와 같은 곡들은 그 완벽한 예다. 하지만 특별하게 인상적인 부분이 들리지 않는다는 점은, 이 균일한 수준의 수록곡들에서 받은 감흥을 (요즘의) 다른 일렉트로팝 그룹들에서도 무난히 찾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품게 한다. 해변의 작은 불꽃놀이처럼, 첫인상의 기분 좋은 여운을 이어가기엔 다소 휘발성이 강하다. 6/10 최성욱: 복고적인 느낌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청량한 인디팝의 방법론으로 풀어냈다. 시부야케이의 영향력도 감지되나, 비트의 강약이 좀 더 확연히 드러난다. 빈티지 신서사이저의 장점을 잘 활용한 멜로디는 군더더기 없어 보이며, 여성 보컬의 음색과 전자 사운드의 궁합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팝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팀이니 인기가 쉽사리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 언론의 호들갑과는 다르게 이 팀만의 특별한 매력 요소는 찾기 힘들다.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