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 스물다섯, 스물하나 | Goodbye, grief. (2013) 자우림의 아홉번째 앨범 [Goodbye, grief.]는 인상적인 구성으로 대중에게 호소한다. 상당히 이질적인 스타일이 뒤섞이는데도 감상하는 입장에선 길을 잃고 방황하진 않는다. 너무 혼란스럽지도 않다. 다이내믹하게 오르내리는 김윤아의 보컬은 뜻밖에도 상당한 중력으로 밴드의 중심을 잡아두고, 이선규의 기타 역시 그 구심점을 향해 온 힘을 집중한다. 이 팽팽한 감각이 만족스럽다. 특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노스탤지어는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 곡은 신파다. 뮤직비디오에 ‘굳이’ 삽입된 인트로 나래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 곡은 후회나 번뇌 같은 과거지향적인 감각을 겨눈다는 걸 숨기지 않는다. 그 나래이션의 톤과 억양이 곡의 애달픈 분위기와 정면 충돌하는 것은 불만이지만(내게는 실패한 광고 카피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시작부터 작정하고 후벼파는 드라마틱한 구조는 거부하기 힘들다. 김윤아 보컬의 고유한 특성, 요컨대 감정 과잉을 이토록 잘 살리는 구성도 드물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내게는 이 곡이야말로 김윤아 보컬의 압도적인 개성 혹은 한계를 장점으로 전환시키는 극적인 순간인 셈이다. 전작들과 비교할 때 특히 그렇다. 직관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골고루 좋게 들리는, 이 앨범의 완성도 또한 같은 맥락에 있을 것이다. 간만에 파고 드는 자우림의 한 방. | 차우진 nar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