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EXO) – 으르렁 | XOXO(Kiss&Hug) Repackage (2013)

 

솔직히 엑소(EXO)의 “늑대와 미녀”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이 복잡한 곡이 아주 나쁘진 않았지만 들을수록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도, 신경을 긁어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Mama”는 오히려 고전적(?)인 뉘앙스 덕분에 나쁘지 않았다, 왜 아니겠나!). 어디에서 좋아해야 할지 헷갈리는 “늑대와 미녀”에 비한다면 “으르렁”은 상당히 익숙하다. 듣기에도 좋고 수시로 꽂히는 부분도 있다. 이런저런 스타일이 가미되지만 기본적으로 알앤비의 틀을 유지하고 곳곳에서 그걸 드러내려고 애쓴다.

이 곡은 SM의 방식대로 다수의 작곡가가 하나의 팀으로 작업한 결과물이다(물론 메인의 역할이 있지만 틀의 문제일 뿐 각각의 비중은 곡의 성향에 따라 교차한다고 본다). 여기서는 줌바스 뮤직 그룹의 신혁 대표가 메인 프로듀서의 역할을 맡고, 그의 파트너라고 해도 좋을 DK와 조단 카일(Jordan Kyle), 존 메이저(John Major)와 자라 깁슨(Jarah Gibson)이 참여했다. 이 곡은 묵직한 베이스라인 위로 말끔한 멜로디가 미끄러지며 강한 훅(hook)을 형성하는데 특히 기본 라인이 큰 변형 없이 지속되는 구성이 듣기 편하고 익숙한 감각을 자극한다. 신혁과 DK, 조단 카일, 존 메이저가 샤이니의 “Dream Girl”과 f(x)의 “Pretty Girl”에서도 함께 했었음을 감안할 때, 이런 식의 유려한 흐름을 신혁의 장기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저 각각의 곡에 줌바스 뮤직 그룹에 소속된 작곡가들(로스 라라(Ross Lara)나 재스민 키어스(Jasmine Kearse) 등)이 참여했다는 점 역시 이 회사의 음악적 지향을 보여주는 단면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곡에 대해서라면 뮤직비디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스테디캠을 사용해 원테이크로 촬영된 영상은 두 그룹으로 나뉜 12명의 멤버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남다른 의미를 생산해낸다. 규모만 따지면 같은 카테고리에 넣어도 좋을 슈퍼주니어의 여러 뮤직비디오에서 자주 활용되던 미니멀한 세트(상대적으로 다수의 멤버들을 부각시킨다)와 스테디캠, 광각 촬영 등이 여기서는 오직 스테디캠으로 집중된다(슈퍼주니어의 영상들이 엑소를 위한 테스트 버전으로 여겨질 정도다). 영상의 감독이나 연출에 대해선 이미 많은 내용이 나왔으니 굳이 더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방식이 추구하는 효과에 대해선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이것은 음악과 무대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기획이라는 것. 이 뮤직비디오야말로 엑소의 정체성과 지향을 공격적으로 드러내는 셈인데, 적어도 올 한 해 한국에서 제작된 뮤직비디오 중에 이만큼 음악과 퍼포먼스에만 집중한 뮤직비디오는 찾기 어렵다고 본다. 12명의 멤버들은 모두 하나의 선(line)으로 이어지며 동시적으로 같은 프레임에 담긴다. 리듬을 타며 멤버들을 좇는 카메라는 들어가고 나오는 타이밍과 속도를 이 음악에 맞춰, 다시 말해 리듬을 ‘타면서’ 조절한다. 결과적으로 이 영상은 강약이 확실하면서도 익숙하고 편안한 리듬을 ‘보여’주게 되는데, 이로써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부분만 골라 확실히 보여주라’는 마케팅 매뉴얼(뮤직비디오는 어쨌든 광고의 속성을 가지므로)을 성공적으로 완성시킨다. 뮤직비디오란 양식이 애초에 ‘제품 광고’와 동일한 기능을 가진다는 점에서, 이 영상은 애플 사의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광고들처럼 마케팅의 모범과 미학적 성취를 동시에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의심의 여지 없이 ‘올해의 뮤직비디오’다. | 차우진 nar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