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블랙백, 비둘기 우유, 크랜필드, 그리고 Howe Gelb의 새 앨범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블랙백 | Rain Has Fallen | 루비레코드, 2013.11.07 최민우: 밴드가 구사하는 블루지하고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와 스타일이 도전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모던’한 로큰롤의 최우선 사명이라면 진부함에서 신선함을 끌어내는 것일 테고, 블랙백의 집중력 있고 파워풀한 데뷔작은 그 사명에 충실하다. 똑 떨어지는 싱글이 없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 블루스 록에서 ‘히트 싱글’을 욕심내는 게 무리인 것도 사실이다. 라이브를 기대하도록 하는 음반. 7/10 한명륜: 블루스 기반 사이키델릭 하드록의 보편적인 문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도, 디테일에서의 완성도를 통해 자칫 식상해질 우려를 차단하고 있다. 특히 “12”는 블랙백의 야심이 집약돼 있는 듯하다. 아르페지오를 뮤트와 그렇지 않은 타입으로 대칭적으로 배치한 기타 리프, 2박자를 콤비네이션으로 구현하는 드럼과 이에 지지 않고 질주하는 베이스, 다시 팻 트래버스(Pat Travers)의 초기를 떠올리게 하는 격한 와 페달의 질감을 살린 기타 솔로잉의 얽힘이 느슨해지지 않은 긴장감을 준다.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자존감이 높게 느껴진달까. 다만 오버드라이브와 클린 톤에서 질감이 일관된 것은 좋은데 곡마다 약간씩의 변화, 그리고 EP와 다소간의 차별성이 있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8/10 비둘기 우유 | Officially Pronounced Alive | 2013.11.06 최지선: 슈게이징/슬로코어 특유의 내향적인 면이 있지만 전보다 선명해졌고 밝게 들린다. 이는 보컬의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목소리는 더 아스라해졌어도 괜찮았을 것 같지만, 이 역시 뭉개고 흐트러뜨리는 대신 명료해지는 쪽을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 반면 “Cypress”에서 악기가 목소리처럼 들리게 한 점은 흥미롭다. “Mandala”처럼 점층적으로 변주, 확장 또는 전환 등에 의해 구축되는 전개도 나쁘지 않다. 7/10 최성욱: 슈게이징의 문법에 충실하다. 넘실대는 기타 사운드와 한순간 응집력 있게 몰아치는 구성도 좋다. 국내 포스트록 계열의 밴드들에게는 해외의 유사한 사운드들과의 비교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곤 하는데, 비둘기 우유의 새 앨범도 예외는 아닐 터. 여타의 국외 슈게이징 밴드들과 비교했을 때 이들만의 독특한 구성이나 압도적인 사운드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전반적으로 중반부에 실린 곡들이 폭발력이 있으며, 반대로 첫 곡과 마지막 곡은 다소 맥이 풀리는 느낌이다. 7/10 크랜필드 | 밤의 악대 | 북극곰사운드, 2013.11.08 최지선: 청명한 기타, 심플한 키보드, 울림 가득한 리버브 효과, 적절히 낭만적인 선율. 노래 가사는 이들이 표방하는 것처럼 “꿈의 논리에 의한 초감각적인 주제”나 “다양한 상징과 중의적 표현”에 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조밀한 구성이나 출중한 테크닉과도 거리가 멀지만, 매력적인 지점이 존재한다. 반면 지나치게 예쁘고 밝게 들리기도 한다. 효과음을 비롯해 좀 더 다듬으면 좋겠다. 7/10 한명륜: 과장되지 않은 보컬 멜로디가 듣기에 좋다. 도미넌트를 거의 벗어나지 않지만 아래 화성의 매끄러운 변화를 통해 오리지널리티를 얻는 방식이다. “모래의 성”, “변형무지개”의 경우 심플한 장․단 전조 파트에서 베이스가 충실히 근음을 짚어주면서 청자를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로 끌어들인다. 악기의 톤도 과한 욕심 없이 공명감이 잘 살아 있다. 다만 멜로디 자체가 메이저 키 중심이고 보컬도 다소 가냘픈 편인 데다 기타 역시 고역대가 다소 강조돼 있는 것으로 들리는데, 같은 멜로디 악기인 신서사이저의 음색마저 지나치게 밝은 게 아닌가 싶기도. 8/10 Howe Gelb | The Coincidentalist | New West, 2013.11.05 최성욱: 저음의 묵직한 음색과 세련된 사운드로 마감된 컨트리록 사운드와의 조화가 훌륭하다. 적재적소에 쓰인 차임벨 소리, 콘트라베이스, 코러스 등의 요소도 전체적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음악에 깊이를 더한다. 8/10 최민우: 하우 겔브는 아무래도 낯선 이름일 테고, 이 음반에 담긴 음악 역시 그럴 것이다. 외피는 침착한 컨트리-루츠-인디 록이지만 BGM으로 즐길 만큼 편안하지도 않고, 이런 종류의 음악에서 기대할 법한 ‘걸쭉한’ 맛도 덜하다. 그럼 뭐가 남을까? 베테랑 뮤지션이 능숙한 손길로 만드는, 조금 불친절하고 약간 외로운 음악일 것이다. 누구/아무에게나 권하긴 어렵지만 이런 설명에 마음이 동하는 사람이라면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