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ndra Banhart – Smokey Rolls Down Thunder Canyon – XL, 2007 사라진 것에 대하여 2004년, [weiv]의 한 필자는 디벤드라 벤하트의 [Rejoicing In The Hands](2004)을 다음의 짧은 문구로 평했다. ‘활력을 잃은 로파이 인디 포크(컨트리)씬의 미래가 될 가능성 충분.’ 그리고 지금 여기 또 다른 이는 벤하트의 [Smokey Rolls Down Thunder Canyon](2007)에 대해 이렇게 쓰려고 한다. ‘정체된 인디 포크씬의 재미없는 상황을 지속시킬 가능성 충분’. 이는 어쩌면 [Cripple Crow](2005)에서 그가 보여주기 시작한 변화, 예컨대 ‘로-파이’나 ‘미니멀리즘’ 따위로 불리는 일련의 형식미로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한 행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조촐하게 꾸민 곡조의 아름다움이나 투명하면서도 확연하게 그려놓은 선율은 여전하게 들린다. 하지만 대개의 주류 포크팝이 가지는 악곡상의 틀과는 무언가 달랐던 [Oh Me Oh My…](2002)와 [Nino Rojo](2004), [Rejoicing In The Hands] 등에서 들려준 벤하트 특유의 ‘짧은 호흡’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느 20대 뮤지션의 어쿠스틱 사운드와도 차별화되었던, 동시대의 가장 위트 있고 깍쟁이다웠던 포크싱어로서의 면모가 다소 차감된 느낌이라고 할까. 첫 번째 트랙 “Cristobal”은 이번 앨범이 [Cripple Crow]의 외연에서 머물 거라는 암시를 명확하게 한다. 느릿느릿한 4/4박에 숨죽은 나일론 스트링 리프로 시작되는 이 곡은, ‘덜 심심해진 스타일, 그러나 더 심심해진 노래’라는 감상을 쥐여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So Long Old Bean”과 “Samba Vexillographica”에서 듣는 이의 판단은 더욱 쉬워질 듯하다. 특히 3번 트랙 “Samba Vexillographica”는 이전 앨범의 “Santa Maria De Feira”를 뒤잇는 라틴 포크풍의 트랙인데, 쓱싹거리는 마라카스(maracas)의 경쾌함을 받아들이는 만큼 예전의 투박한 맛을 버리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이후의 수록곡들에서도 전기기타(“Seahorse”)나 전자오르간(“Saved”)을 비롯해 다양한 현악, 타악기들이 수시로 사용되고 있는데, 코드를 엮어나가는 호흡이 점차 길어진다는 점에서 비슷한 근거가 될 만하다. 비교적 조용히 발매되어 조용한 평가를 받은 [Smokey Rolls Down Thunder Canyon]은, 여전히 특색 있는 음반이며 그다지 심심하지 않은 음반이다. 또한 컨트리 포크 스타일을 고수하는 선에서 여실히 아름답고 부드러운 보컬 라인을 들려주고 있다는 점도 놓치기 어렵다. 허나 그럼에도 예전과 같은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의 공존은 보기 힘들고, 수록곡들 대개가 맥없이 늘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긴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 정규 앨범은, 벤하트가 이미 강하게 어필했던 그만의 매력을 짜릿하게 경험해본 청자들에게 과연 잘 다가갈 수 있을지, 약간의 우려와 약간 이상의 의문을 들게 한다. | 김영진 younggean@gmail.com 6/10 수록곡 1. Cristobal 2. So Long Old Bean 3. Samba Vexillographica 4. Sea Horse 5. Bad Girl 6. Sea Side 7. Shabop Shalom 8. Tonada Yanomaminista 9. Rosa 10. Saved 11. Lover 12. Carmensita 13. The Other Woman 14. Freely 15. I Remember 16. My Dearest Friend 관련 영상 Devendra Banhart “Seahorse” 관련 사이트 Devendra Banhart 공식 사이트 http://www.devendrabanh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