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1022705-arcadeArcade Fire – The Suburbs – Merge, 2010

 

새롭지 않은, 새로운 세계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세 번째 정규작 [The Suburbs](2010)는 ‘버틀러 형제가 유년시절을 보낸 휴스턴 우즈랜드의 교외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콘셉트의 앨범이다. 전작들과 같이 묵직한 서사나 강렬한 심상이 주가 된 연작 앨범의 성격을 띠지는 않는다. 상실 혹은 어둠의 내용을 담았던 [Funeral](2004)이나 두려움과 무의식 등의 주제를 다룬 [Neon Bible](2007)과는 달리, 회고와 향수라는 보다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감정이 앨범을 가로지른다. 물론 그렇다고 장밋빛 노스탤지어를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밴드 특유의 서늘한 기운은 여전히 녹아 있다.

아케이드 파이어는 기발하고 원초적인 멜로디 감각을 내세우는 팀은 아니다. 그보다는 다양한 범주의 음향 요소를 끌어들여 그들을 잘 엮고 버무려 완결미 있는 앨범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는 아티스트 그룹에 가깝다. 선율이나 리듬이 종종 과거 지향적으로 들리지만, 이는 보수적 또는 복고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밴드는 록과 팝이라는 상위 장르로 대변되는 영미권 대중음악계에서 비교적 익숙한 팝/록의 양식을 차용해 독자적인 색채와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작업에 충실한 편이다.

윈 버틀러(Win Butler)가 스스로도 언급했듯 [The Suburbs]의 사운드는 1970, 1980년대 팝에 기반을 둔 것처럼 들린다.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데이비드 번(David Byrne) 류의 록과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닐 영(Neil Young) 같은 포크 스타일이 고루 배합돼 있다. “Empty Room”이나 “Deep Blue”는 아케이드 파이어 특유의 장엄한 스케일을 담고 있으면서 서정적이고 온화하다. “The Suburbs”와 “Ready To Start”는 앨범의 첫인상을 각인시키는, 강렬한 댄서블 트랙이다. “Wasted Hours”처럼 무척이나 감미로운 감성을 어쿠스틱 튠에 담아낸 곡도 눈에 띈다.

하나의 음반이 소위 ‘좋은 (점수를 얻은) 음반’으로 인정받는 방식에 다음과 같은 경우가 있다고 가정해보면 어떨까. 혁신적으로 들리는 곡들로 트랙을 빼곡히 채워 넣는 것, 두어 개의 잘 만든 곡으로 특정 장르 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 그럴듯한 새로운 소리를 섞어 평자와 매체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 내가 보기에 아케이드 파이어는 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 같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지만, ‘지난 것’을 가져와 거기에서 보편성을 끄집어내고 살짝씩 비틀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있어 이 밴드는 독보적으로 보인다. | 김영진 younggean@gmail.com

9/10

수록곡
1. The Suburbs
2. Ready To Start
3. Modern man
4. Rococo
5. Empty Room
6. City With No Childern
7. Half Light I
8. Half Light II (No Celebration)
9. Suburban War
10. Month Of May
11. Wasted Hours
12. Deep Blue
13. We Used To Wait
14. Sprawl I (Flatland)
15. Sprawl II (Mountains Beyond Mountains)
16. The Suburbs (continued)

관련 사이트
Arcade Fire 공식 사이트
http://www.arcadefi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