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스(The Koxx) – Enter – 해피로봇, 2010 상서로운 징조 영미권에서 ‘인디록’은 2000년대에 들어 일종의 장르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새롭거나 세련된 스타일로 들리는 음악에는 어김없이 ‘인디’라는 증표가 붙었다. 제작, 유통, 홍보 등에 있어 시스템상의 독립적 성격을 뜻하는 말과는 별개의 맥락으로 말이다. 스트록스(The Strokes)의 [Is This It](2001)을 필두로 20세기 뉴웨이브와 포스트펑크, 개러지록 리바이벌을 위시한 다양한 장르적 변주 속에 영특한 팀들이 속속들이 출현했다. 매체들도 신이 나서 이들을 띄워댔다. 새로운 뮤지션들이 인터넷이라는 교유의 장을 적극 활용해 서로 빠르게도 영감을 주고받으며 획기적인 인디록 타입들을 만들어 나갔다. 한편 비슷한 기간 국내에선 이전 세대의 포크 및 록의 감성과 형식을 변형적으로 계승하는 방식으로, 나긋나긋한 보컬 중심의 기타팝 밴드들이 국지적 성취를 이뤄왔다. 하지만 동시에, 국내보다는 해외의 음악 신에서 양식과 감성을 수용한 팀들이 최근 들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근래의 검정치마, 포니, 아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국 혹은 홍대앞이라는 지역적 맥락에서 벗어난 듯 보이는 모습으로, 동시대의 영미 인디록 신에 ‘마음만은’ 근접한 자세로 활동을 지속해가고 있다. 2010년에 그러한 경향을 가장 잘 반영하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밴드는 칵스(The Koxx)로 보인다. 이현송(보컬, 기타), 박선빈(베이스), 신사론(드럼), 이수륜(기타), 숀(신시사이저)으로 이루어진 칵스는, 2008년 말에 결성되어 올해 6월 첫 EP [Enter]를 발표했다. 밴드의 정체성 자체가 해외 인디록 스타일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참조(reference)를 통한 소개는 충분히 유용할 듯하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킬러스(The Killers)와 악틱 멍키스(Arctic Monkeys)를 비롯해 에디터스(Editors), 프래털리스(The Fratellis), 그리고 폴스(Foals) 등의 에너제틱한, 기타 중심의 밴드들이 떠오른다. 또 이들의 음악에 신서사이저, 사운드모듈 등의 전자 기기가 비중 있게 들어간다는 점에서 클락손즈(The Klaxons), 엠지엠티(MGMT), 레이트 오브 더 피어(Late of the Pier), 더즈 잇 오펜드 유 예(Does It Offend You, Yeah?), 패션 피트(Passion Pit) 등도 함께 언급해둘 만한 팀들이다. 앨범의 첫 곡 “Over and Over”는 여전히 아마추어리즘이 다수의 호응을 얻고 있는 국내 언더그라운드에서 프로페셔널한 밴드로서의 모습을 인지시킨다. 날렵하고 캐치한 기타 리프의 도입부와 이후의 안정적 전개는, 이들이 편곡과 연주, 송라이팅에 있어 그들만의 정형성을 어느 정도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후반부다. 시종일관 긴장감 있는 기타 피킹과 전자음이 조화롭게 얽힌 “A Fool Moon Night”, 각 악기 파트들의 직선적이고도 유기적인 연주가 만들어낸 댄스 넘버 “얼음땡”은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들이다. 음반은 칵스가 2010년대의 선도적인 한국 인디록 밴드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거란 예감을 갖게 한다. 그러니 다가올 고민은 당연히도, 자기만의 색깔을 어떻게 조합해낼 것인가의 문제다. 칵스는 댄서블 록의 트렌드라는 맥락에서 받아들여질 밴드다. 더욱이 [Enter]의 수록곡들은 대부분 영어로 불려졌다. 차별성은 옅어지고 비교 기준은 명확해졌다. 첫 EP는 습작 수준을 넘어선 일렉트로닉록 음반으로 볼 수 있겠지만, 좀 더 완숙한 차기작을 발표하는 것만이 모든 것을 보장해줄 가장 상서로운 길일 듯하다. | 김영진 younggean@gmail.com 6/10 수록곡 1. 531 2. ACDC 3. Over And Over 4. A Fool Moon Night 5. 얼음땡 6. Trouble Ma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