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Iver – Bon Iver, Bon Iver – Jagjaguwar, 2011 은밀한 생 본 아이버(Bon Iver: ‘good winter’라는 뜻의 프랑스어 ‘bon hiver’에서 따 온 이름이다)는 저스틴 버넌(Justin Vernon)의 원 맨 밴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포크 밴드 디야몬드 에디슨(DeYarmond Edison)의 멤버였던 그는 밴드가 해산하고 병까지 겹치자 고향인 위스콘신으로 돌아왔고, 아버지의 오두막에서 은거 겸 요양 겸 머무르는 동안 데모를 녹음했다. 이 데모는 훗날 [For Emma, Forever Ago](2008)라는 음반으로 발매되었고, 본 아이버는 인디 포크의 새로운 총아가 되었다. [For Emma, Forever Ago]를 떠돌던 ‘고독(solitary)’의 기운에 감응했던 그의 팬들이 앰비언트한 음향을 뚫고 전진하는 행진곡풍의 드럼과 ‘진한’ 톤의 일렉트릭 기타, 파도처럼 밀려오는 혼 섹션 등이 꼭꼭 들어찬 첫 곡 “Perth”를 들으며 당혹스러워할까? 아마도 크게 놀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형적인 접근법은 상당히 달라졌지만 본 아이버의 세계에서는 ‘노래’보다는 ‘음향’과 ‘무드’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그의 음악이 듣는 이에게 모종의 ‘심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버넌의 팔세토와 영롱한 아르페지오, 잊을 수 없는 멜로디가 곡의 뼈대를 세우는 “Holocene”을 들어 보자. 스틸 기타가 멀리서 꿈결처럼 패닝(panning)을 하고, 클래핑과 드럼이 만들어낸 찰랑거리는 리듬의 물결 위로 비브라폰이 물방울처럼 떨어지며 색소폰이 쌕쌕거리는 동안 동안 곡은 끊어질 듯 사라질 듯 5분 30초를 흐른다. 어떤 면에서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작법에 더 가깝게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나름의 R&B 탐구라고 할만한 “Minnesota, WI”나 컨트리에 대한 본 아이버 식의 해석인 “Towers”, 1980년대 영화 사운드트랙 수록곡이라고 해도 깜빡 넘어갈 “Beth/Rest” 등을 그저 ‘이것저것 해 본 것’이라 치부하기는 어렵다. 각각의 곡들은 뚜렷한 지향점과 초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음반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 또한 강하게 드러낸다. 그를 아이언 앤 와인(Iron And Wine)이나 앤토니 앤 더 존슨스(Antony And The Johnsons)보다는 판다 베어(Panda Bear)나 애니멀 콜렉티브(Animal Collective)에 연결시켜 보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For Emma, Forever Ago]가 건네던 은밀한 속삭임이 그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확실히 이건 미국 주류 인디(이게 뭔지는 이 말을 적는 동안에도 좀 애매하지만)의 감각에 더 가깝게 들리고, 보다 편안하며, 보다 덜 개인적으로, 혹은 보다 많은 청중을 의식한 것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음반에는 은둔자의 수줍음이 감지된다. 그래서인지 발매 첫 주에 빌보드 앨범 차트 2위로 데뷔한 것이 아주 놀랍지는 않다. 2위로 데뷔한 것도, 1위가 아닌 것도. 20110726|최민우 daftsounds@gmail.com 덧. 리뷰의 제목은 파스칼 키냐르의 동명 소설에서 따 왔다. 8/10 수록곡 1. Perth 2. Minnesota, WI 3. Holocene 4. Towers 5. Michicant 6. Hinnom, TX 7. Wash 8. Calgary 9. Lisbon, OH 10. Beth/Rest 관련 사이트 본 아이버 공식 홈페이지 http://bonive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