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철 – 신윤철 (EP) – 비트볼뮤직, 2011 빈티지 음악상자 ‘빈티지하다.’ 세 번째 솔로앨범 [명태](1994) 이후 신윤철 개인의 이름으로는 17년 만에 발표한, 총 여섯 곡 및 하나의 히든 트랙이 수록된 EP [신윤철](2011)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다. 실제로 앨범에 실린 곡들은 그동안 그가 ‘묵혀뒀던’ 작업물이다. 신윤철이 직접 부른 “비 오는 날”은 대학 졸업 직후 만든 곡이고, 그 외의 곡들은 다른 뮤지션들에게 주었으나 진행되지 않은 곡들이라고 한다. 일종의 ‘중간 방출’인 셈이다. 총괄적인 인상은 ‘예상했던 것보다’ 좋다. 안정적이고 일관적이다. 묵혀둔 곡들이라 해도 일정한 톤의 흐름 덕에 서로 간의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마지막의 숨겨진 연주곡이 조금 튀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균형감 있게 앨범의 맥을 이어간다. 음향적으로 특기할 만한 점은 레코딩 작업을 일반 스튜디오가 아닌 천장이 높은 통나무 팬션을 빌려 그곳에서 3박 4일간 진행했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사운드 질감의 차이에서 잘 드러난다. 전체적인 악기 소리가 영롱하면서도 웅장한 울림을 발산하는 가운데, 드럼 파트까지도 명징한 파장을 만들어내며 아날로그의 음색을 더욱 증폭시킨다. 신윤철의 기타는 이번 음반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여름날”은 록킹한 창법의 정인 목소리에 장난기 어린 리듬의 연주가 적절히 얹혀 있다. “내 맘은 끝없는 우주를 향해”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조웅이 흘리는 끈끈한 보컬색과 더불어 느슨하게 달라붙는 싸이키델릭한 기타가 컴컴한 공간 속 색색의 조명이 반짝이며 흔들리는 지하 클럽의 라이브를 연상케 한다. 보컬과 기타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유려한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카타르시스를 유도하는 곡이다. 보컬에 참여한 이들의 공헌도 적지 않다. “누구나”는 김바다의 섹시하면서도 마초적인 목소리를 중심으로 하몬드 올겐과 다채로운 기타 음이 어우러져 공허한 듯 타이트한 긴장감을 끝까지 몰고 간다. “소년시대”의 방준석은 신윤철 혹은 서울전자음악단의 복고적인 연주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음색으로 회한의 감정을 노래한다. 한편 신윤철의 차분한 서정성이 눈에 띄는 “꿈같던 하루들”은, 마치 시를 읊는 듯 고독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싱어 장재원의 목소리와 맑은 기타 멜로디가 뒤섞여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엔딩곡인 “비 오는 날” 이후 히든트랙에서 난데없이 등장하는 화려한 기교의 기타 연주가 조금 생뚱맞게 다가오는 감은 있지만, [신윤철]은 여섯 개의 수록곡들을 통해 객원 싱어들의 개성 있는 목소리와 신윤철의 빈티지한 기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는 점에서 ‘기타리스트 신윤철에서 싱어송라이터 신윤철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징검다리 역할이 될 음반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자신의 (밴드) 이름을 앨범명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개 새로운 전환 혹은 다짐을 내외적으로 암시하려는 의도인 경우가 많은데, [신윤철]은 그러한 맥락에서도 수긍이 가는 음반이다. 안정된 지점에서 색다름을 찾듯, 서울전자음악단의 신보를 준비하고 있는 신윤철의 향후 활동에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20110724|정명희 asiya7@naver.com 7/10 수록곡 1. 여름날 (vocal. 정인) 2. 내 맘은 끝없는 우주를 향해 (vocal. 조웅) 3. 누구나 (vocal. 김바다) 4. 소년시대 (vocal. 방준석) 5. 꿈같던 하루들 (vocal. 장재원) 6. 비 오는 날 관련 글 서울전자음악단 [Life Is Strange] 리뷰 – vol.11/no.9 [20090501] 관련 사이트 서울전자음악단 공식 홈페이지 http://cafe.daum.net/eumacdan 신윤철 블로그 http://blog.naver.com/kamacoma1/50115743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