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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 – 날개의 흔적 (EP) – Tubeamp, 2011

유리 천정 위로

소속사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강토는 이한철의 제자였으며, 수업시간에 과제로 제출했던 곡 “흐르는 강물처럼”을 계기로 프로 뮤지션의 길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 곡을 먼저 들어볼 수밖에. 깔끔하고 섬세한 오른손 핑거링이 흔들림 없이 지속되는 가운데 브러시 드럼이 뒤를 받치고, 그 위로 상실의 감정을 담담하게 노래하는 목소리가 얹힌다. 언제 어디에서도 ‘좋다’는 탄성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곡이다. 그러나 그 탄성은, 어쩌면 어느 정도는 ‘무심한’ 찬탄일 수도 있지 않을까?

강토의 데뷔 EP를 듣는 동안 떠오르는 뮤지션은 잭 존슨(Jack Johnson)과 존 메이어(John Mayer)다. 말끔한 그루브가 찰랑거리는 “Instinctive Love”나 날렵하게 움직이는 “기적” 등이 특히 그렇다. 달리 말하면 ‘블루지’한 구석이 있으면서도 ‘어쿠스틱’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전체적으로는 ‘청명’한 기운이 감도는 포크 팝이라고 해도 좋겠다. 단번에 귀를 간질이지는 않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며드는 멜로디도 있다(“기적”, “흐르는 강물처럼”).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순간들도 있다(복잡한 리듬을 헤쳐 나가는 “Energy 1”).

[날개의 흔적]은 ‘레퍼런스의 흔적’이 뚜렷한 음반이다(개인적으로는 음반 커버를 보면서도 잭 존슨의 [In Between Dreams](2005)가 떠올랐다). 거기다 강토가 기술적으로 모자람이 없는 기타리스트이니만큼, 그는 이제 더 나아지는가 아닌가보다는 독창성이라는 유리 천정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가 그럴 수 있을지 없을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가 그걸 해낸다면 무척 특별한 결과물이 나오리라는 느낌은 든다. 거기서 보는 세상은 다를 것이다. 그가 날개의 흔적을 지우는 순간을 기다려 보겠다. 20110626|최민우 daftsounds@gmail.com

5/10

수록곡
1. Instinctive Love
2. 추억이 비가 되어
3. Energy 1
4. 기적
5. 산책
6. 흐르는 강물처럼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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