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2055904-MODR-002419_sGorillaz – Plastic Beach – EMI, 2010

 

좋은 유행가

고릴라즈(Gorillaz)의 데뷔작 [Gorillaz](2001)는 발매 당시 매우 힙(hip)한 음반이었다. [Demon Days](2005) 역시 그 해의 선구적인 일렉트로팝 앨범이었다. 하지만 브릿팝의 시대에도 그랬듯 ‘유행가’로서의 성격이 강한 데이먼 알반(Damon Albarn) 특유의 작풍은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Clint Eastwood”도, “Feel Good Inc.”도, 진부하게 들리기 시작한 순간은 금세 찾아왔다. 블러(Blur)의 곡이라 해도 무방할 “Punk”는 두말할 것 없었고, “5/4″나 “19-2000”, 2집의 “Dirty Harry”, “Dare”도 마찬가지였다. 알반 식의 캐치한 멜로디와 기발한 소스 활용, 그것들을 부각시키는 보컬 및 미니멀한 편곡 양식은 여전했다.

두 번째 앨범 발매 이후 5년이 지났고, 데이먼 알반은 고릴라즈라는 이름으로 세 번째 정규작 [Plastic Beach](2010)를 발표했다. 역시 그만의 감성은 고루 배어 있다. “Some Kind of Nature”, “On Melancholy Hill”, “Broken”으로 흐르는 알반의 멜로디 타입은 예전처럼 위트 있고 감각적이다. 물론 그러한 면에서 식상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전과 다른 모습이 눈에 종종 밟힌다. 전작들에 비해 섬세하고 세련되어졌고, 의도적으로 꾀한 듯한 변화는 가시적이다. 리틀 드래곤(Little Dragon)의 유키미 나가노(Yukimi Nagano)가 참여한 “Empire Ants”와 “To Binge”는 알반의 디스코그라피를 통틀어 가장 황홀한 선율과 감각으로 만들어진 발라드로 들린다. 신서사이저의 과감하고도 정교한 활용이 돋보이는 “Gliter Freeze”는 앨범의 탄탄한 독특함을 담당하는 한 축이다.

전작에 비해 한층 풍부하고 다양한 사운드가 담긴 이 음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힙합 성향의 곡들이다. 요컨대 이전 앨범들이 리프(riff)였다면, 이번 앨범은 루프(loop)다. 지난 음반들에서 밴드 음악 중심의 ‘힙팝(hip pop)’을 주로 선보인 알반은, 이번에는 힙합 본연의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고릴라즈의 첫 앨범은 블러 때의 작법에 많이 의존해 있었다. 두 번째 앨범 역시 비트 및 튠 메이킹은 기타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러니까 “November Has Come”이 인상적이었던 건 대니얼 두멀레이(Daniel Dumile, MF Doom) 때문이 아니었던 거다.

반면 이번 앨범에는 올드스쿨(old school), 네오 훵크(neo-funk), 미드웨스트(mid-west) 등 다양한 계열의 힙합 요소들이 진하게 녹아 있다. 출렁이는 신서음 위로 스눕 독(Snoop Dogg)의 랩이 흐르는 “Welcome to the World of the Plastic Beach”, 아랍풍의 플루트 및 오케스트라 연주 뒤에 영국 래퍼 카노(Kano)와 바쉬(Bashy)의 그라임(grime) 래핑이 쏟아지는 “White Flag”, 긴장감 어린 리듬 속에 모스 뎁(Mos Def)과 바비 워맥(Bobby Wamack), 알반 사이의 균형 어린 조합이 돋보이는 리드 싱글 “Stylo” 등 서로 느슨한 일관성을 가진 힙합곡들이 초반에 배치되어 있다. 또한 드 라 소울(De La Soul)이 함께한 “Superfast Jellyfish”, 모스 뎁의 솔로곡처럼 들리는 “Sweepstakes” 등은 알반의 디스코그래피에 익숙한 청자들에겐 매우 획기적인 랩 타이틀이다.

[Plastic Beach]는 ‘알반 스타일의 팝송’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비치는 결과물이다. 그래선지 전반적으로 포착되는 변화의 흔적들은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데이먼 알반 혼자서 프로듀싱했다는 점도 유의미해 보인다. 그의 밴드, 솔로, 프로젝트 앨범 모두를 통틀어 가장 담대하고도 세심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좀 더 뻔하게 말하자면 좋은 진화가 두드러지는 앨범이고, 좋은 하이브리드 작품이며, 그 진화의 과정에서 생긴 공백이 알반만의 좋은 클리셰들로 보완된 음반이다. | 김영진 younggean@gmail.com

8/10

수록곡
1. Orchestral Intro (Feat. sinfonia ViVA)
2. Welcome To The World of The Plastic Beach (Feat. Snoop Dogg and Hypnotic Brass Ensemble)
3. White Flag (Feat. Bashy, Kano and The National Orchestra For Arabic Music)
4. Rhinestone Eyes
5. Stylo (Feat. Mos Def and Bobby Womack)
6. Superfast Jellyfish (Feat. Gruff Rhys and De La Soul)
7. Empire Ants (Feat. Little Dragon)
8. Glitter Freeze (Feat. Mark E Smith)
9. Some Kind of Nature (Feat. Lou Reed)
10. On Melancholy Hill
11. Broken
12. Sweepstakes (Feat. Mos Def and Hypnotic Brass Ensemble)
13. Plastic Beach (Feat. Mick Jones and Paul Simonon)
14. To Binge (Feat. Little Dragon)
15. Cloud of Unknowing (Feat. Bobby Womack and sinfonia ViVA)
16. Pirate Jet

관련 사이트
Gorillaz 공식 홈페이지
http://gorilla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