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영 – Stranger | Sleepless Night (2013)

 

개인적으로 희영은 눈여겨 보던 싱어송라이터다. 2011년 EP [So Sudden]과 2012년 1집 [4 Luv]에서 그녀는 꽤 인상적인 곡을 선보였다. 그걸 ‘한국적이지 않은 감각’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특히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등장한 신인 포크 싱어송라이터들, 마리사 내들러(Marissa Nadler)나 샤론 반 이튼(Sharon Van Etten), 로라 말링(Laura Marling), 제스카 훕(Jesca Hoop) 같은 이름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보다 조금 앞선 시기의 미라(Mirah)나 로라 베어스(Laura Veirs) 등도 떠올랐는데 이런 이름들을 열거하며 우쭐해하거나 괜한 꼬투리를 잡고 싶은 건 아니다. 꽤 신선하고 참신하게 들렸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 문제는 여기서 생기는 양가적인 감정이다. 아무튼.

희영이 브룩클린에서 음악 경력을 시작했다는 걸 감안할 때 이런 감상이 2000년 이후 브룩클린의 싱어송라이터들을 자극했던 뉴 포크 무브먼트와 전혀 무관하지 않으리란 생각도 든다. 요컨대 희영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한국보다는 미국에, 그것도 인디 포크 씬의 어떤 경향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고, 그 맥락에서 이 음악을 살피는 게 중요할 것이다. 그 점에서 희영은 비슷한 지점에서 출발한 마리사 내들러나 로라 말링, 샤론 반 이튼 등과 다른 인상을 준다. 로라 말링이 자신의 영역을 가까스로 구축했던 것이나, 주로 솔로로 활동하던 미라가 타오 응웬(Thao Nguyen)과 2011년 타오 앤 미라(Thao & Mirah)라는 콜래보레이션을 결성하며 좀 더 전위적인 영역으로 점프한 것과는 달리, 그 출발선 주변을 넓게 배회한다는 인상을 받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번 앨범은 전작보다 좀 더 선명하게 희영이라는 싱어송라이터의 존재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한다. 특히 “Stranger”는 힘 빼고 부르는 보컬의 음색과 급박해지는 리듬, 그리고 배경으로 깔리는 벤조나 박수 소리가 밝으면서도 어두운, 일종의 모순된 감각을 자극하는데 그 질감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 차우진 nar75@naver.com

 

* 위에 언급한 ‘양가적인 감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선 신선하지만 뉴욕에선 흔한 스타일’이란 단상과도 통하는데, ‘누구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한편 나는 이런 단상으로 평가를 ‘대신’하는 게 상당히 불합리하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뉴욕이나 런던에서 음악을 시작하고, 그 동네의 음악 스타일을 가지고 한국(이라기보다는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두 가지 정체성(감상하는 쪽과 만드는 쪽)이 교차하는데, 음악 평론은 거기서 어느 쪽에 설 수 있을지 과문한 나는 헷갈린다. 한편 은연 중에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에 더 매정하게 구는 건 아닐까, 란 반성도 든다. 그래서 나는 이 앨범과 싱글을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여기에 대해 뭔가 쓰게 될 때엔 복잡해진다. 일단, 이것은 내 모순이다. 이 점에 대해선 여러가지로 복잡하다.

* 이 음악에 호감이 있다면 본문에 언급한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을, 되도록 초기작들을 찾아봐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미라의 2004년 앨범 [C’mon Miracle]과 제스카 훕의 2010년 앨범 [Hunting My Dress]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