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1년 5월 4일
질문: 신현준, 최민우
정리: 김정윤, 신현준

원격지 녹음(Long Distance Recording)

[weiv]: 먼저 앨범 타이틀에 관한 질문입니다. ‘Seoulight’가 ‘서울의 불빛’이라는 뜻이겠지만, 그 숨은 의미는 뭔가요?
야광토끼: 20대 초중반을 외국에서 보내다 보니까 서울이란 도시가, 전에는 서울에 있으면 머물러 있기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앨범 준비를 하며 새롭게 느껴지고 나와 인연이 깊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어서 ‘Seoulight’라는 제목을 달았어요. ‘Seoulight’라는 단어 자체가 서울의 빛이라는 뜻도 있지만, 스펠링을 조금 달리하면 ‘서울사람(Seoulite)’이라는 뜻도 있어서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weiv]: 앨범에 대해 좋은 평들이 많은데, 관련해서 언급되는 뮤지션들이 몇몇 있는 것 같아요. 아니(Annie)를 말하는 사람도 있고, 골드프랩(Goldfrapp)이나 라 루(La Roux)를 언급하는 사람도 있고. 강수지와 비교하거나 015B와의 유사성을 밝히는 평도 있더라고요.
야광토끼: 골드 프랩이나 라 룩스는 조금 아닌 것 같아요. 아니는 제가 많이 좋아했던 밴드지만요. 강수지와 비교하는 건, 제 목소리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weiv]: 신스팝을 좋아한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1980년대의 신스팝을 좋아하는 건가요? 아니면 좀 더 전반적으로?
야광토끼: 제가 그렇게 특별히 신스팝 매니아는 아니에요. 키보드를 치다보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 특별히 이 장르를 유독 좋아하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니로부터의 영향이란 것도, 특별히 그렇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곡을 이렇게 편곡을 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그 스타일로 잡은 것이지 처음부터 딱 애니 스타일로 가야겠다고 해서 한 건 아니었어요. 제 (앨범의) 장르가 딱 신스팝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저 자체도 ‘신스팝 앨범을 내야지’ 이런 생각도 아니었어요.

[weiv]: 각각의 곡들을 언제 썼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앨범을 위해 곡을 모은 쓰고 모은 과정을 죽 이야기해 주세요.
야광토끼: 첫 곡이 제일 오래된 곡이고, 2006년쯤 만들었어요. “북극곰”도 오래 전에 쓴 곡이에요. 아예 새로 쓴 노래는 “Falling” 이랑 “Comm Ave.” 정도고요. 그런데 애매한 것이, 예전에 써 둔 곡들을 새로운 곡과 합친 경우도 많아요. 곡들을 모은 건 2010년 봄에 앨범 작업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weiv]: 검정치마 키보드 주자로 활동하다가 ‘솔로 아티스트가 되어야겠다’는 자신감이나 의지를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야광토끼: 그런 계기는 딱히 없었어요. 밴드 활동을 시작하면서,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는데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았어요. 항상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했죠. 2008~2009년 동안 검정치마의 활동을 하다가 그게 끝나고 나서 비로소 시작하게 된 것이에요.

[weiv]: 앨범 제작 과정은 다른 인터뷰에도 많이 나와 있는데, [미국에 있는] 클리프 린과 이메일로 주고받았다는데, 메일로 그렇게 큰 용량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한가요?
야광토끼: 자기 서버가 있고, 사이버덕을 이용해서 주고받은 거죠.

[weiv]: 두 사람 사이의 역할분담은 어땠나요? 그리고 돈은 많이 들지 않았나요? (웃음)
야광토끼: 거의 클리프가 했죠. 먼저 곡을 쓰고 노래와 키보드 녹음을 해서 제가 보내면, 그쪽에서 기타와 베이스 등을 입히고는 식으로요. 드럼은 클리프가 찍었어요. 그는 실질적인 프로듀서에요. 돈도 좀 들었죠. 원래 클리프가 비싼 사람인데, 친분을 통해서 함께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는 안 들었어요. 주로 음반 프로듀싱보다는 CF음악이나 게임음악 등의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이에요. 징글라이팅(jinglewriting)을 주로 하는 편이죠. 제일 유명한 작업물은, 남자들이 많이 아는 게임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의 음악일 거예요.

[weiv]: 맨 처음에 보컬과 키보드 녹음물을 이메일로 주고, 결과가 돌아오면 그때 마음에 안 들었거나 의도와 다른 곡들 때문에 몇 번쯤 (이메일이) 왔다 갔다 했나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던 곡이 있나요? 어떤 경우는 마음에 안 들거나 의도와 다른 곡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야광토끼: 에피소드는 별로 없는 게 사무적인 이야기 외에는 하지 않았어요. 의도와 맞고 맞지 않고에 관한 이야기는 하기 시작하면 하면 끝이 없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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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훅송(hook song)?

[weiv]: 가장 만족스러운 곡과 아쉬운 곡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야광토끼: “Long-D”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내 노랜가?’ 싶을 정도로, 완성되었을 때 마음에 쏙 들었어요. 때 빼고 광냈을 때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작업을 해놓았을 때 충분히 싱글[타이틀곡]로 쓸 수 있는 노래라고도 생각했어요. 다만 한국에서는 잘 안 먹힐 노래죠. 마음에 들지 않았던 곡은 아예 뺐어요. 원래는 11곡이었는데 9곡이 된 거죠.

[weiv]: 곡들의 형식은 대부분 비슷비슷한데, 템포와 톤에 조금씩 변화를 준 것 같아요. 처음 세 곡은 템포가 빠르고, 중간에는 템포가 느리다가, 마지막에는 다시 빠른 곡이 나오네요. 느낌이 조금 다른 건 드럼 톤이 각각 다른 때문인 것 같고요. 스네어 소리가 어느 곡에서는 챙챙거리고 다른 곡에서는 퍽퍽거리고….
야광토끼: 그게 가장 정석적인 배치라고 생각해요. 앞의 세 곡은 좀 빠르고 살짝 느려졌다가, 8번곡에선 빨라지고. 드럼 톤은 그냥 노래에 맞춘 거고,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웃음)

[weiv]: 작곡(songwriting) 형식이 ‘짧은 전주 -> 8마디 버스(verse) -> 8마디 프리 코러스(pre-chorus) -> 코러스(chorus)’가 나오는 구성인데, 코러스가 나올 때까지 1분이 넘는 일이 없네요. 그 점이 경쾌하게 들렸던 것 같아요.
야광토끼: 제가 생각했을 때는 그게 가장 팝적인 것 같아요. 경쾌한 것은 인트로가 거의 없어서 그럴 거예요. 네, 제가 게으른 것도 한 몫 한 것 같고요. (웃음) 그 역시 특별히 의도한 건 아니에요. 그런 것들이 제게는 습관 같은 것이에요.

[weiv]: 중간에 잡소리 안하고 훅을 굉장히 빨리 넣는 걸 보니 지루한 걸 싫어하는 모양이군요. 또 한 가지는 단조 노래가 거의 없는 것 같네요. C장조나 D장조로 작업한 게 많고, 조금 느린 곡은 E♭이나 D♭이 있지만.
야광토끼: 그런가요? (웃음) 굳이 악보에 적지 않기 때문에…. 그런데 무슨 시험 보는 것 같아요! 전 악보랑 친하지 않아요!

[weiv]: 작곡과 작사에 자기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야광토끼: 기본적으로 피아노를 치면서 하는 건 맞는데, 작곡 방법은 너무나 광범위해요. 길 가다가 멜로디 생각나면 [나중에] 피아노로 쳐 보는 경우도 있고, 피아노를 치다가 생각나는 경우도 있고. 일단은 모두 녹음을 해놔요. 자려고 누웠을 때도 멜로디가 생각나서 녹음하는 경우도 있어요. 가사랑 멜로디를 같이 쓰면 좋을 텐데, 같이는 안 나오더라고요. ‘이 멜로디 괜찮네’라고 생각해서 녹음을 해놓고, 가사를 따로 쓰는 거죠. 가사도 생각나는 것들을 꾸준히 적어 놓았다가 곡과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할 때 살려요. 솔직히 멜로디만 녹음해 놓은 노래들은 너무 많아요. 요즘은 프로그램이 좋잖아요. 근데 멜로디만 있는 곡들 대부분은 나중에 버리게 돼요.

[weiv]: 앨범 수록곡을 예로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야광토끼: 어떤 곡으로 쓴 가사가 다른 곡이랑 느낌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예전 멜로디는 버리고 가사만 사용해요. “Comm Ave.”가 그런 경우인데, 가사가 무척 오래 됐고 다른 멜로디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멜로디를] 버리고 새로 썼어요.

달달한 노래와 의외의 반응들

[weiv]: 인디씬에서 나온 앨범 중 비교적 가사가 잘 들리는 앨범이었어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가사가 잘 안 들리는 음악이 많잖아요? 보컬에 대해서 특별히 녹음할 때 신경 쓰나요?
야광토끼: 제가 아무래도 ‘가수’라고 하기는 그렇잖아요. 목소리 톤이 특이하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노래를 잘 못해요. 녹음하려고 보컬 트레이닝까지 받았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라이브에서 앨범에서의 보컬 톤이 안 나온다고 노래연습을 더 하라고 하네요. 자신 있게 말합니다. 가창력이 떨어집니다! (웃음) 그렇지만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weiv]: 그러면 보컬 녹음할 때 신경 쓴 면이 있나요? 임유진 씨든, 클리프 린이든.
야광토끼: 제 목소리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속삭이듯이 노래를 불렀어요. 그런데 오토튠을 조금 사용했어요. 사진에는 포토샵이 있다면 음악에는 오토튠이! (웃음). 클리프가 오토튠을 잘 다뤄요. [최민우: [weiv]는 오토튠을 잘 사용하는 것에 대해 찬성합니다!]

[weiv]: “Can’t Stop Thinking about You’에서 브릿지 부분의 가사가 일부에서 회자되고 있잖아요. ‘만약에 내가 너를 그녀보다 먼저 알았더라면, 그래도 넌 그녀를 택했겠지 난 그냥 아닌 거지’ 이 부분 말이에요. 이게 속된말로 ‘뽕끼’가 있잖아요? (웃음) 멜로디 코드도 좀 묘하고….
야광토끼: 전 이 노래가 반응이 좋을 거라고 예상을 못했어요. (웃음) 어제 싸이월드에서 이 노래로 상도 받았어요.

[weiv]: 부상으로 뭘 주던가요?
야광토끼: 아무 것도 안 주던데요. 도토리라도 좀 주지…. (웃음) 정말로 여자 주인공이 있어서 쓴 노래는 아니에요. 여자 분들이 이런 경험이 많아서 공감해주는 것 같아요. 이 노래를 좋아해주는 분들은 다 여자분들이었어요. 사실 이 곡은 ‘그냥 뺄까?’ 생각했던 곡이었어요. 이 곡은 타이틀곡인 “조금씩 다가와줘”와 자매곡이에요. 코드가 거의 같아서 ‘내 노래 내가 표절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웃음) 근데 얘까지 빼면 안 되겠더라고요.

[weiv]: “북극곰”도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연주할 때는 사람들이 이 곡으로 슬램도 했다면서요?
야광토끼: 네. 그런데 이 곡도 제가 자신하는 베스트 곡은 아니에요. “Can’t Stop Thinking about You”도 그렇고, ‘이걸 내야 하나?’라고 생각했던 노래들이 반응이 괜찮아서 놀랐어요.

[weiv]: 곡 타이틀 가운데 “Long-D”와 “Comm Ave.”가 뭔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야광토끼: “Long-D”는 ‘Long Distance Relationship’, 즉, 장거리 연애를 말해요. “Comm Ave.”는 제 남자친구가 살던 거리의 이름이에요. (웃음) 거리 이름을 붙이면 재밌을 것 같아서.

[weiv]: 가사의 테마는 대체로 ‘연애’네요. 연애에 대한 노래들을 놓고, 자기고백을 하는 경우와 연기하는 경우로 대별할 수 있다면 유진 씨의 경우는 어떤가요?
야광토끼: 제 경우는 연기죠. “Long-D”와 “북극곰” 정도만 제 경험이 조금 깔려 있지만 나머지는 아니에요. “Comm Ave.”도 거리 이름만 따 와서 제 상상을 덧붙인 정도예요.

[weiv]: 그런데 연기한다고 하기에는 담백하게 들리네요. ‘가요’는 보컬이 연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서 대조적으로 들린 건지는 모르지만….
야광토끼: 그건 항상 거리를 두고 보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되게 경쾌하게 부르는데 듣다 보면 슬프다는 말을 듣는 것도 그때문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한국 가요에서 연기가 많은 창법은 싫어해요.

[weiv]: 이번 앨범에는 대체로 연애 이야기인데 연애 말고 다른 주제를 가사로 담을 생각도 있나요?
야광토끼: 이번 앨범의 노래들의 가사는 달달하기만 한 것 같아서 다음에는 세게 나가볼까 생각도 해요. 연애 얘기뿐 아니라 남들 ‘까는’ 이야기? (웃음) 여자들끼리도 많이 싸우잖아요? 그래서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나 따라하지 마’ 등등. (웃음) 그런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다른 문제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본 적 없어요.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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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v]: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바닥의 다른 뮤지션들과도 교류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그 점에서 도기리치(Doggy Rich)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레이블’은 아니죠?
야광토끼: 검정치마 빼고 다른 뮤지션들과의 교류는 아예 없어요. 도기리치는 레이블이 아니라 아티스트 컬렉티브예요. 만약 레이블이 되면 돈 문제가 부상하기 시작해요. 일단 ‘저희는 레이블입니다’라고 하면 계약을 해야 하고 서류도 작성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어져요. 도기리치를 만든 이유는 아티스트 본인들이 판권을 갖기 위해서예요. 이름을 적어야하니까 도기리치라고 연합단체를 만들었고, 그냥 친분 위주에요.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친하지 않으면 안 받아주고, 못 그려도 친하면 받아주자는 식이에요. 힙합에서 말하는 크루(crew)와 비슷한 개념이죠. 아티스트가 판권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각자의 판권은 그냥 자신이 챙기는 거죠. 솔직히 인디 레이블에서는 해 주는 것이 많이 없어요. 예전에는 녹음을 하는데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으니 레이블 없이는 녹음이 어려웠는데, 요즘에는 홈레코딩도 많이 하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앨범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레이블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배급, 홍보, 프로모션은 저희가 할 수없는 부분이니까 다른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게 맞지만….

[weiv]: 제 기억으로 조휴일은 한 인터뷰에서 ‘그래도 어떤 소속사가 있으면 좋겠다. 나는 비즈니스맨이 아니다’라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야광토끼: 사업적 마인드라기보다는 정직하고 깔끔한 마인드가 있는 레이블이 있다면 좋겠죠. 솔직히 저도 찾아보니 아직 제 수준에서는 레이블이 해줄 일이 크지는 않더라고요. 정산서 정리하고 프로필 보내주는 귀찮은 일들은 제가 혼자 하고 있기는 해요. 밖에 있다가 집에 들어가서 보내주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일을 잘 받쳐줄 수 있는 레이블이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weiv]: 그 뒤로 일본 도쿄와 영국 런던에 있었다는 기록도 있던데….
야광토끼: 딱히 한 건 없어요. 일본은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갔던 거고, 영국에는 학교를 다시 가려고 하다가 결국은 가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검정치마로 활동한 것이죠. 저는 항상 떠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지금도 다른 곳을 가볼까 생각중이에요.

[weiv]: 여기저기 다니면서 그곳 현지의 뮤지션들과 어울리는 삶을 살았던 건 아닌 것 같네요?
야광토끼: 네, 저는 그냥 혼자 음악하는 스타일이고 교류가 별로 없었어요. 오히려 음악하시는 분들보다 다른 예술을 하시는 분들이 좋아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너무 예민하고 까칠해요. 저도 까칠한데 그분들까지 그러니까 그다지 만나고 싶진 않아요. 다른 예술을 하는 분들은 성격도 좋으시고 어느 정도 얘기도 잘 통해요. 그나마 루비살롱 소속 밴드들과 같이 투어를 돌면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그랬는데, 따로 연락을 하지는 않아요.

[weiv]: 조휴일은 인터뷰들에서 미국에 있을 때부터 홍대앞 씬에 관심이 많았고 여기에 ‘참여’하러 왔다고 말한 것 같은데요.
야광토끼: 저는 그렇지는 않아요. 홍대앞에 대해 알고는 있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인디에 관심이 많지도 않고….

[weiv]: 외국에서 있었던 일은 나중에 더 물어보기로 하죠. 요즘의 일상은 어떤가요? 앨범 작업할 때와 활동할 때가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일단 일주일에 ‘일’이 있는 날이 며칠 정도인가요?
야광토끼: 일주일에 2, 3일 정도예요. 앨범내기 전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었는데, 앨범을 내고나서는 요즘은 12시에 자고 7~8시에 일어나요. 앨범 발표 이후 정신이 없어요. 보내야 할 것부터 시작해서 자질구레한 일도 많고….

[weiv]: 인터뷰 때마다 마무리 겸해서 묻는 건데, ‘내 인생의 음악,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책’을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야광토끼: 어렵네요. 일단 피닉스(Phoenix)랑 파이스트(Feist)의 앨범들. 그 둘은 계속 들어도 안 질려요.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도 좋아해요. 한국 가요 중에는 어렸을 때 김완선을 진짜 좋아했어요. “완선 언니처럼 머리 안 묶어주면 유치원 안 가”라고 엄마한테 말하곤 했어요.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도 완전 좋아요. 영화보다는 드라마를 많이 봐요. 최근에 [커뮤니티(Community)]를 참 재미있게 봤어요. 제 인생의 드라마는 아니지만요. 만화는 [심슨 가족(The Simpsons)]이나 [패밀리 가이(Family Guy)]를 좋아해요. 책은 파울로 코엘료 좋아해요. 최근에는 [브리다]가 너무 좋았어요.

[weiv]: 마지막입니다. 보도 자료에서 이른바 ‘여신’들의 정 반대편에서 듣는 음악이라 썼고, 그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낳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전략을 의도한 배경이 있나요? 그 점에서 [맥심(Maxim)]의 기사에 ‘야한’ 모습으로 등장한 것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네요.
야광토끼: 그건 도기리치 친구들끼리 생각한 건데, 아무래도 (통)기타 들고 나오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아무래도 이제 식상해질 테니까요. 제가 통기타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 배우고 싶고 또 배우려 하고 있어요. 단지 야광토끼의 컨셉을 ‘섹시’로 잡은 거예요. 저 혼자 정한 건 아니지만 ‘무언가 좀 대비 되어야 하지 않겠냐’라고 생각해서 잡은 것이 섹시 코드였고, 친구들과 농담으로 ‘[맥심]에서 한번 찍어야지?’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진짜로 그 잡지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예전에 주변 친구들 가운데 남자들이 [맥심을] 읽는 걸 봤는데, ‘뭐 그런 걸 읽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까 진짜 웃기고 가끔씩 빵 터져요. 그래서 ‘진짜 재밌는 잡지구나’라고 생각해서 공연 다닐 때 많이 읽었어요. 이번 호에도 저에 관한 기사보다 다른 기사 보고 많이 웃었어요.

[weiv]: 친절하게 답해줘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공연과 방송 등에서 왕성한 활동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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