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y Gaga – Born This Way – Interscope Records, 2011 모범적인 가가 팝뮤직의 여왕 자리를 놓고 한 때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했던 비욘세와 레이디가가는 2009년 “Telephone”을 함께 부르며 등장, 통 큰 언니들의 면모는 이런 것임을 과시했다. 이제 다시 레이디가가와 비욘세 사이에 초딩 같은 원색적인 험담이 오가면서 사이가 틀어지고 있는 모양새지만, 원체 이 둘은 워낙 다른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기는 했던 게 사실이다. “Who run the world?”라는 질문에 “Girls!”라고 자신에 차 답할 수 있는 소녀들의 우상이 비욘세라면, 레이디가가는 못나고 뒤틀린 몬스터 월드의 수장이다. 비욘세가 동경의 대상인 반면 레이디가가는 감정 이입의 대상인 것이다. 그녀는 세상의 80%를 구성하는 루저들을 이끄신다. 사실은 틈새시장이 아니라 롱테일 마켓을 이루는 거대한 집단을 공략한 셈이다. 이게 바로 트위터에서 천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Born This Way] 앨범 판매 첫 날 아마존 서버를 마비시킨 원동력이다. 지난 5월 23일 전 세계 동시 발매된 [Born This Way]는 17곡이라는 엄청난 양의 음악을 꽉꽉 채워 넣은 야심찬 앨범이다. 그녀가 첫 싱글을 발매할 때부터 함께 했던 프로듀서인 레드원(RedOne)에서부터, 디제이 화이트 섀도우(DJ White Shadow), 페르난도 가리베이(Fernando Garibay) 등이 작업에 참여했다. 타이틀 트랙인 “Born This Way”는 지난 그래미 시상식에서 공개되었는데, 레이디가가의 시원시원한 보컬과 강한 댄스 비트가 어우러진 음악 그리고 똘끼와 자존감이 뒤섞인 퍼포먼스로 나를 무한 유튜브 다시보기의 구덩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그밖에 하우스와 덥스텝이 어우러지는 가가표 댄스 넘버 “Judas”, 일렉트로 록 넘버인 “Edge of Glory” 등이 뒤이어 프로모션 되었다. “Born This Way”와 “Judas”가 귀를 잡아채는 훅과 세련되게 가공된 리듬 등 팝음악으로서의 자질을 훌륭하게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어쩐지 듣고 있으면 “Paparazzi”, “Just Dance”, “Poker Face” 같은 지난 노래들이 다시 듣고 싶은 기분이 든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Paparazzi”에는 명성(fame)을 향한 순수한 욕망이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일종의 신파적 뽕끼로 표현되어 있었고, “Just Dance”에는 약에 취한 클럽쟁이가 얘기하는 춤추다 죽자 식의 초월적 쾌락이 있었다. (레이디가가는 “Just Dance”를 두고, 직업과 집을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잠깐이라도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영혼으로부터 우러나는 기쁨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되고자 만든 노래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이 노래들에는 레이디가가만의 매력을 만드는 마법의 향신료가 첨가돼 있었던 셈이다. 그건 바로 과장, 공상, 열정, 쾌락, 욕망 등이 혼합된 순수한 진지함이었다. 하지만 왠지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매력이 자취를 감춰가기 시작한 것 같다. 대신 자리를 차지한 건 모범적인, 선을 넘는 2%가 부족한 넘버들이다. 선언문적인 정치적 발언을 노래 전면으로 끌어온 것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레이디가가는 “Born This Way”에서 모든 소수자를 대변하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Americano”에서는 애리조나의 차별적 이민법에 동의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물론 이제까지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준 이들에게 이제는 자신이 지지를 보낼 때라는 레이디가가의 얘기가 수긍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발언을 통해 이제 거장이라든가 전통적인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음악의 메시지가 직설적인 선언이 될 때, 그건 음악으로서보다는 정치적 진정성을 검증받아야 할 발언으로서 다뤄질 수밖에 없는데, 그건 바로 이번 ‘chola’ 논쟁을 불러온 원흉이 되기도 했다. 음악과 정치의 문제는 항상 머리를 쥐어 싸고 고민하게 만드는 주제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선 결론이 정해져 있는 메시지보다는 태도 자체로 말하던 레이디가가 더 보고 싶어지는 게 사실이다. 20110527 이수연 | wei_jouir@gmail.com 7/10 수록곡 1. Marry The Night 2. Born This Way 3. Government Hooker 4. Judas 5. Americano 6. Hair 7. Scheisse 8. Bloody Mary 9. Black Jesus + Amen Fashion 10. Bad Kids 11. Fashion Of His Love 12. Highway Unicorn (Road To Love) 13. Heavy Metal Lover 14. Electric Chapel 15. The Queen 16. You And I 17. The Edge Of Glory 관련 사이트 레이디가가 공식 홈페이지 http://www.ladygaga.com/bornthisway/ 레이디가가 트위터 http://twitter.com/ladyga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