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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ft Punk – Tron: Legacy Reconfigured – Walt Disney, 2011

 

더 이상 빠질 늪이 없다

영화 [트론]의 첫 번째 사운드트랙인 [Tron: Legacy](2010)가 발매되었을 때, 많은 이들은 분명 ‘다프트 펑크’의 이름만 보고 아무런 의심 없이 음반을 집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앨범은 예상 외로 그다지 신선하거나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Derezzed”와 “Tron Legacy(End Title)” 등 몇몇 곡은 들을 만하다. 물론, 월트 디즈니사의 입맛에 맞춰 자신들의 스타일을 상당 부분 깎아내야 했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음반 재킷 속 디즈니의 로고는 영 불편하다. 트랙 내내 반복됐던 테마 멜로디와 함께, 인공적으로 끼워 맞춘 듯한 오케스트라의 어색한 잔치 같던 [Tron: Legacy]의 부족함을 만회하려는 듯 월트 디즈니는 4개월 후 리믹스 버전 [Tron: Legacy Reconfigured]를 발표했다. 하지만 전 음반에 비해서 ‘그래도 뭔가 재미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설렘은 오래가지 못했다.

[Tron: Legacy Reconfigured]는 전형적인 일렉트로니카라기보다 ‘조금 더 신나는’ 디스코/댄스 음반이다. 오리지널 트랙을 바탕으로 맛깔스런 믹싱을 선보이려 시도된 음반이라고 하나, 댄스 비트를 마구 섞어 놓은 정신없는 클럽 리믹스를 듣고 있는 듯하다. 매력 없는 댄스튠, 지루한 멜로디 훅의 전개 등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오케스트라를 밀어내고 팝적인 요소를 강조하려 했으나, 이번 신작도 전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재미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곡들은 오리지널 트랙에서 현악 부분만 떼어내고 베이스 비트만 갖다 붙일 정도로 무성의했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래도 주목할 만한 몇몇 곡들도 있다. 일단 기존의 다프트 펑크가 가진 독특한 개성에 기대지 않으려는 부분은 흥미롭다. 긴박한 신스음 속에서도 안정적인 보컬 멜로디가 인상적인 “Fall(M83 VS Big Black Delta Remix)”, 클럽 스타일과 빅비트를 적절히 절충한 “The Grid(The Crystal Method Remix)”, 앰비언트 스타일과 록 기타를 삽입한 “The Son of Flynn(Moby Remix)” 등이 그 예다. 또한 “Adagio for Tron(Teddybears Remix)”, “C.L.U.(Paul Oakenfold Remix) 등은 원곡에 비해 세련된 느낌이다.

물론 전반적으로 전작에 비해 임팩트는 그리 강하지 않다. 예컨대, 사운드트랙의 첫 싱글이자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았던 곡 “Derezzed”의 경우, 음반 속 지루한 오케스트라 트랙들과 달리 전자음으로만 이루어진 유일한 곡이다. 게다가 이 곡은 다프트 펑크식 음악의 맥락을 계승하는 곡이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Tron: Legacy]에게는 일종의 보험이자 대안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결국 이번 음반은 “Derezzed”의 인기를 뛰어 넘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지속시킬 수 있는 요소가 부족했다.

일렉트로니카와 디스코 댄스 음악을 통해 로봇과 기계와의 공리, 혹은 레트로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작품의 사운드트랙 참여를 선택했을 것이다. 실제로 레트로와 퓨처리즘의 분위기의 낭만성은 살아 있다. 8비트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원초적 느낌의 음반 재킷 또한 멋지다. 하지만 이 음반은 여전히 전혀 신나서 미치지도(Daft), 그렇다고 펑크(Punk)하지도 않다. [Tron: Legacy]에서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통한 오케스트라 음악의 접근 방식’의 실패 사례를 보여줬다면, 이번 리믹스 음반은 ‘뿅뿅대는 전자음 가득한 클럽 댄스곡’을 연속적으로 들려준 것 밖에는 특별한 게 없었음을 증명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이 음반은 [Tron: Legacy]와 마찬가지로 월트 디즈니의 꼬드김에 철저하게 ‘두 번’이나 꾀어 넘어간 음반이다. 또한 대중음악 산업에 거대한 회사가 끼어들어 ‘상업적 음악’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보여준 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아쉽다는 점에 대해선 의심할 이유가 없다. 20110526 | 김민영 cutthecord@nate.com

5/10

수록곡
1. Derezzed (The Giltch Mob Remix)
2. Fall (by M83 VS Big Black Delta Remix)
3. The Grid (The Crystal Method Remix)
4. Adagio for TRON (Teddybears Remix)
5. The Son of Flynn (Ki: Theory Remix)
6. C.L.U. (Paul Oakenfold Remix)
7. The Son of Flynn (Moby Remix)
8. End of Line (Boys Noize Remix)
9. Rinzler (Kaskade Remix)
10. Encom Part 2 (Com Truise Remix)
11. End of Line (Photek Remix)
12. Arena (The Japanese Popstars Remix)
13. Derezzed (Avicii Remix)
14. Solar Sailer (Pretty Lights Remix)
15. TRON Legacy (Sander Kleineberg Re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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