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달빛 – 28 – 미러볼뮤직, 2011 빛바랜 메리트 옥상달빛은 직설적이다. 에두르지 않고, ‘이건 청춘에게 바치는 노래’임을 밝힌다. [28](2011)이라는 앨범 타이틀을 선전포고로 “없는 게 메리트”와 “25”로 청춘이야기의 정점을 찍는다. 그 청춘 이야기라는 게 뭐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아직 가진 게 없으니 손해 볼 것 없고, 그러니 없는 게 메리트라는 것. 용기와 젊음이 원천이니 겁낼 필요 없다는 것. 다른 사람 발걸음에 맞출 필요 없이 꿈을 꺼내 달려보자, 라는 그 나이 때의 고민과 문제를 충실히 대변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옥상달빛의 메리트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88만원 세대로 회자되는 20대의 감성을 노래한다는 점은 빤하고 별 흥미로울 게 없지만, 결국 이 점이 청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기도 하다. 음악을 업으로 살아가는 게 현실적으로 그리 순탄치 않았을 멤버들이, 고생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만든 첫 정규앨범은 그들의 실제가 담긴 20대를 위한 진정성 있는 위로로 인식된다. 옥상달빛의 위로가 꽤 잘 먹히고 있다는 것은, 꽤 근사한 앨범 판매량과 비례한다. 하지만 이건 음악적 완성도와는 별개의 문제다. 소박한 악기 구성과 꾸밈없는 보컬이 메리트인 옥상달빛은, [28]에서 사운드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그 효과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옥상달빛의 정체성을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트링과 트럼펫, 오케스트레이션을 이용해 사운드를 채우고, 한결 깔끔한 사운드를 위해 홈레코딩으로 만든 EP 앨범과는 달리 녹음실도 빌려 작업했다는 이번 앨범은 오히려 그간 쌓아온 옥상달빛만의 매력을 퇴색시킨다. 옥상에 앉아 기타 연주에 맞춰 들려주던 친구의 노래는 불필요한 멋을 낸 듯 어딘지 어색하다. 옥상달빛이 내세울 만한 장기는, 심심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크래커 제조법이지 혀를 자극할 크래커 사이의 크림은 아니기 때문이다. 옥상달빛의 [28] 리뷰를 작성하는 건 쉽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28]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듣기란 쉽지 않았다는 이유 먼저 말해야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옥상달빛의 음악은 보편적 정서에 대한 노래이기도 하다. 단지 불안한 28살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나 앨범에 조금씩 다가갈수록 진하게 풍겨오는 ’20대의 감성’은, 없는 게 메리트인 그 나이를 훌쩍 넘겨버린 사람의 감정을 전혀 건드리지 못했다. 공감은 감정의 질감을 변화시킨다. 상황은 감흥을 극대화한다. 이게 힘들게 시작한 이 리뷰의 결론이다. 20110526 | 우해미 staycrazynow@hotmail.com 5/10 수록곡 1. Dalmoon 2. 안부 3. 없는 게 메리트 4. 보호해줘 5. 그래야 할 때 6. 25 7. 수고했어, 오늘도 8. 똥개훈련 9. 고요한 10. 옥탑라됴2 11. 정말 고마워서 만든 노래 12. 그래야 할 때 (String Ver.) 관련 글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 [Life] 리뷰 – vol.12/no.12 [2010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