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과 늑대들 – 오지은과 늑대들 – 해피로봇, 2010 오지은 찾기 오지은의 정규앨범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오지은과 늑대들의 앨범이 낯설 것 같다. 오지은이라는 음악가가 소비되는, 다시 말해 대중성을 얻은 지점은 ’20대 여자의 자의식’에 대한 동의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지은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규정되는 걸 거부하거나, 혹은 어떤 식으로든 허세를 드러내는 걸 지나치게 경계하는 태도를 드러내곤 했다. 그런 맥락에서 오지은과 늑대들의 경쾌함과 발랄함, 요컨대 TV용 일본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곡 같은 뉘앙스는 쉽게 납득되기도 하고, 그럼에도 낯설기도 하다. 그때 이 의외의 분위기는 결과적으로 오지은이라는 음악가의 포지션을 새삼 돌아보는 계기로도 작동하는데, 수록곡 대부분의 테마가 ‘연애’에 맞춰져 있다는 건 꽤 흥미로운 단서다 이 ‘연애’의 주체는 20대(이상)의 여자들이다. 그녀(들)는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까봐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나이가 많은 아저씨한테 쏠리는 마음이 간질간질거리기도 하며, 또 의외로 보수적이라 연애를 시작하는데 서툴고 어렵다는 말을 슬쩍 흘리기도 한다. 요컨대 “넌 나의 귀여운!”, “뜨거운 마음”, “사귀지 않을래”, “아저씨 미워요”, “만약에 내가 혹시나” 같은 곡들은 그 순간의 마음을 ‘캡쳐’해 올려놓은 블로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20대의 연애담은 신선하다기보다는 관습적이고 따라서 기존의 오지은 앨범에서 감지할 수 있던 까끌까끌한 돌기, 전형적이지 않은 어떤 태도와는 정반대의 감수성을 반영한다. 대신 이 관습을 지탱하는 감정과 상황에 대한 묘사는 상당히 디테일하다. 이때 기존 팬들(과 비평가들)은 헷갈리겠지만, 사실 무슨 상관인가. 이 앨범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뭘 어떻게 부르든 오지은은 오지은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건 꽤 훌륭한(부러운?) 포지션이다. * 이 글은 작년 12월, 앨범이 나온 직후 [씨네21]에 쓴 글이다. 당시 대부분의 평가는 대략 ‘기대에 비해 실망스럽다’ 정도로 요약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 보편적으로(그러니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지은의 라벨은 ‘여성’과 ‘인디’다. 앨범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실망은 이 두 가지 맥락에 기인하는데, 사실 그녀’들’을 여성과 인디의 카테고리로만 해석하는 건 그들을 가장 쉽게 소비하는 방식일 것이다. 특히 대다수의 비평가들이 그 담론을 재생산하는 건 직무유기에 가깝다. 이 앨범이 환기하는 건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 라벨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라는 점이다. 차라리 앨범의 미덕은 오지은이 누구와 무슨 노래를 만들고 부르든(혹은 무슨 말을 하든) 원래 그랬던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데 있다. 그 정도의 자유를 확보한 사람은, 내가 알기론 박명수와 유희열뿐인데 말이다. 20110501 | 차우진 nar75@naver.com 7/10 수록곡 1. 넌 나의 귀여운! 2. 뜨거운 마음 3. 사귀지 않을래 4.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이제 가르쳐 줘 (album ver.) 5. 아저씨 미워요 (album ver.) 6. 사실은 뭐 7. outdated love song 8. 만약에 내가 혹시나 9. 없었으면 좋았을걸 10. 마음맞이 대청소 11. 가자 늑대들 관련 글 홍대 마녀, 늑대들과 춤을: 오지은과의 인터뷰 – vol.13/no.8 [20110430] 오지은: ‘긴장’과 ‘경계’라는 키워드 – vol.11/no.20 [20091030] 오지은 [지은] 리뷰 – vol.11/no.11 [20090601] 관련 영상 <그린 플러그드 서울 2011> 참여 인터뷰: 오지은과 늑대들 관련 사이트 오지은 공식 사이트 http://www.ji-eun.com 해피로봇 레이블 http://www.happyrob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