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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 앤 드론즈(Savina & Drones) – Gayo – Woman and Mans, 2011

 

악흥의 순간에 대한 기록

사비나 앤 드론즈의 음악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비음 섞인 비브라토의 창법부터 즉흥적인 레코딩 방식까지, 전반적으로 그렇다. 재즈적이라 할 만하지만, 본격 재즈로부터 한참을 비껴간다. 앨범의 구성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앞서 발표한 EP [Does To Live](2010)의 수록곡들이 한 축이다. 보사노바를 근간으로 한 “Backer”와 집시풍의 라틴 음악과도 같은 “Moon Light”, “Time” 등이 그것이다. 한편 건조한 목소리와 로킹한 기타가 날카롭게 조응하는 “Medusa”나 “Vertigo”처럼 새로 추가된 곡들은 또 다른 분위기를 전한다. 앨범의 프로듀서인 김영준과의 혼성 듀엣곡 “Woman And Mans”를 통해서는, 여성 보컬리스트 베스 기븐스(Beth Gibbons)와 남성 프로듀서 제프 배로우(Geoff Barrow)로 이루어진 포티셰드(Portishead)의 어두운 트립합이 연상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음악(특히 선율)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Where Are You”, “Take It Slow Way”, “Stay” 등은 (그녀 자신의 표현대로) ‘가요(모던록 또는 발라드?)’ 같은 곡이다. 그런 점에서 사비나 앤 드론즈의 음악은 앞에서 언급한 모든 음악이자 그 아무 것도 아닌 음악이다. 앨범의 타이틀이 ‘가요(gayo)’인 점은 시사적이다.

이 음반은 무엇보다, 그녀의 ‘사부’이자 모던록 밴드 더더의 리더이며 우먼 앤 맨스(Woman and Mans) 레이블의 수장인 김영준과 치열하게 상호작용한 결과다. 종착지가 어디가 될지 모르고 시작한 여정이었지만, 결국 각각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포착해낸 결과물이 탄생되었다. 기본적으로는 심플한 텍스처를 가진 원테이크(one take) 로파이 포크라 할 만한데, 그렇게 단출한 악기 편성과 성긴 음향적 결에 ‘악흥의 순간’들을 채집한 즉흥적 산물이라는 점이 이 음반에 대한 집약된 인상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찬반의 반응이 있을 것이다. 가사 역시 논쟁적이다. 영어로 불렸지만 영어가 아니다. 녹음실에서 순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노랫말들은, 명료한 내러티브나 명확한 의미를 해독하기 어렵게 만든다(가령 “49’s Depth Abyss”는 사비나와 김영준이 만난 지 495일째 되던 날에 만든 곡이라는데, 나는 전혀 다른 엉뚱한 상상을 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자의적이고 감정적이며 회화적인데, 이에 따라 목소리 역시 다층적으로 분열한다.

많은 음악들이 그렇긴 하지만, 특히나 [Gayo](2011)는 논리적 언어와 합리적인 통제보다는 원초적이고 날 것인 사운드와 시적이고 감성적인 말들을 흘러나오는 그대로 담아놓은 쪽에 속한다(일면 이제는 고전적인 유형이 되어 버린, ‘여성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과거의 어떤 시도들과 사뭇 다르면서도 비슷한 맥락을 여기서도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사비나 본인이 말한 것처럼, 이 음반은 순간의 흥취를 담은 ‘라이브 앨범’ 같기도 하고 완료되지 않은 ‘가이드 녹음본(가편집본)’ 같기도 하다.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담은 성장의 기록물라는 점에서도, 흥미롭고 동시에 논쟁적인 음반이다. 20110421 | 최지선 soundscape@empal.com

* 유동적이고 다의적인 사비나 앤 드론즈의 이 앨범에서, 나는 회화적이라 평가받는 황보령의 음악을 떠올리기도 했다. 실제로 1집 작업 후에 만들어진 밴드에는 황보령 밴드에서도 활동 중인 두 멤버, 서진실(드럼)과 정현서(베이스)가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 사비나 앤 드론즈에는 사비나의 오랜 지우이자 포(Poe)의 키보디스트 물렁곈과 하이 미스터 메모리의 기타리스트 조용민이 함께하고 있다.

8/10

수록곡
1. 49’s Depth Abyss
2. Moon Light
3. Medusa
4. Where Are You
5. 꼬마별의 블랙메일(Tiny Star’s Blackmail)
6. Woman And Mans
7. Take It Slow Way
8. R
9. Time
10. Backer
11. Stay
12. Vertigo
13. Dosed U
14. 불새
15. 우리는 가슴만으로 사랑했네

관련 사이트
사비나 앤 드론즈 공식사이트
http://club.cyworld.com/SAVINANDRO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