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2113459-10660406

미미시스터즈 –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 거야 – 미러볼뮤직, 2011

 

미미한 미미

무리수였다. 이것은 조연이 주연으로 나서려 했던 사실에 대해 갖게 되는 거부감도, 불만도 아니다. 그저 주연으로서의 미미시스터즈가 보여준 모습에 대한, 그녀들이 들려준 결과물에 대해 내뱉을 수밖에 없었던 탄성이다.

우선 이들이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맡았던 ‘코러스’로서의 존재감이 너무 강했던 탓인지, 결국 그때의 성격에서 긍정적으로 탈피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미미시스터즈는 장기하를 떠나 발표한 솔로 음반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한 요소는 부족했다. ‘약방의 감초’ 혹은 ‘사차원 컨셉’의 이미지는 이들의 음악에 큰 도움이 되질 못했다. 김창완, 로다운30, 크라잉 넛, 서울전자음악단 등을 야심차게 섭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음악에서 여전히 주연보다는 조연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물론 과거의 한 방식, 즉 프로듀서가 가수를 찾는 방식과는 달리 본인들이 직접 프로듀서를 선정, 세션을 영입함으로써 철저히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인 미미시스터즈였다. 그래서인지 시작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이 존경하는 그리고 좋아하는) 복고 스타일을 답습 혹은 재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자신감은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이들에게 ‘자신들만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음악을 했는가’, 또는 ‘그 이상의 음악적 창의성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 대답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물론 1960년대 서프 사운드부터 90년대 그런지록까지의, 시대별로 유행했던 경향을 찬찬히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만큼은 흥미롭다. 1960년대 복고풍 사이키델릭 스타일을 차용한 “미미미미미미미미”, 김창완의 아날로그 빈티지 록 스타일이 짙게 배인 “다이너마이트 소녀”, 1990년대 포스트펑크를 구현한 “미미”, 1971년에 발표된 신중현과 바니걸즈의 리메이크곡 “우주여행”까지 이어지는 곡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 음반은 처음부터 끝까지 과거의 음악을 답습 및 재현한 것이 전부라 할 수 있을 만큼, 미미시스터즈만의 음악적 개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들의 ‘사차원적’인 컨셉만큼이나 독특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기대했으나, 결국 그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 혹여나 ‘좋아하는 선배들과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개인적 로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짬 많은’ 선배들을 보증인으로 대동한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농담 같은 의구심마저 든다. 무뚝뚝하고 반항적인 이미지와 대담한 퍼포먼스에 어울리는 음악보다는, 미지근한 느낌의 결과물이라는 말밖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20110413 | 김민영 cutthecord@nate.com

4/10

수록곡
1. Turning #1
2. 미미미미미미미미 (feat. 미미랑 미남미녀)
3. Turning #2
4. 다이너마이트 소녀 (feat. 김창완)
5. 대답해주오 (feat. 로다운 30)
6. 미미 (feat. 크라잉넛)
7. 우주여행 (feat. 서울전자음악단)
8. 내껀데 (Bonus Track)

관련 사이트
미미시스터즈 공식 트위터
http://twitter.com/mimi_sis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