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체크(Glen Check) – Disco Elevator – 사운드홀릭 빈티지 일렉트로 팝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하나의 노트로 반복되는 전자음이 지리하게 늘어선다. 곧 리듬이 반전되더니 기타가 등장하고 두두두두 드럼이 울린다. 이건 뭔가를 본격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전형적인 신호다. 그런데 방심하고 있던 사이, 루핑(looping)되기 시작한 신시사이저 멜로디에 정신이 번쩍 깬다. 그리고 보컬이 가세한 순간, 무장은 해제된다. 댄스 플로어의 공간이 시야를 차지한다. 조명 불빛을 타고 미러볼에 반사된 사운드가 머리 위로 산산이 부서져 떨어진다. 그야말로, 정신도 몸도 이끌어주시는 대로 내맡기고 싶은 신스팝, 잘 만든 일렉트로 튠이다. 이런 순간을 만들어내는 밴드의 이름은 글렌 체크(Glen Check), 2011년 3월 21일에 데뷔 EP [Disco Elevator]를 발매한 신인 밴드다. 김준원(보컬, 기타), 강혁준(프로그래밍, 신디사이저), 그리고 최태근(드럼, 퍼커션)의 세 명으로 구성된 글렌 체크는 2010년에 결성되었다. 김준원과 강혁준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을 오가며 음악적인 자양분을 흡수했다고 한다. 2010년 그 둘이 더 클로저(The Closure)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EP와 김준원의 솔로 프로젝트를 통해 글렌 체크 이전의 행보도 추적해볼 수 있다. 이들은 최근 사운드홀릭과 계약하고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 참가를 확정짓는 등 활발한 활동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번 EP에서 글렌 체크는 각 파트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균형을 잘 잡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연주가 조금 투박하긴 해도 뉴 오더(New Order)의 버나드 섬너(Bernard Sumner)를 연상시키는 톤을 간간이 들려주는 기타에는 맘을 열 수밖에 없고, 신시사이저는 캐치한 멜로디를 반복하며 청자를 절정으로 몰아가는 역할에 충실하다. 퍼커션은 치고 빠질 때를 감각적으로 잡아내며, 미성의 보컬 또한 발군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톤(tone)이라는 것이다. 이들을 아울 시티(Owl City)와 비교하는 코멘트도 종종 눈에 띄는데, 보컬의 미성과 일렉트로 팝이라는 방법론적 공통점을 제외하면 각각은 서로 정 반대의 사운드 텍스처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울 시티가 음 하나하나의 어택(attack)을 조정한 고해상도 Full HD 디스플레이 같은 사운드를 특징으로 한다면, 글렌 체크의 음악은 빛바랜 사진에 가깝다. 세월의 농간으로 대책 없이 미화된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낸 듯한 빈티지 노이즈는, 오히려 라디오 디파트먼트(The Radio Dept.)나 와일드 낫딩(Wild Nothing)의 감성에 가깝고, 이건 이들을 더 ‘핫’하게 들리도록 만드는 데 일조한다. 이번 EP는 한국에서 발매되는 것과 동시에 전 세계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릴리즈된다고 한다. 2010년에 주목받았던 신인 칵스(The Koxx)와 더불어, 해외 트렌드와 실시간으로 동기화된 음악을 선보이는 20대 초반의 밴드들이 국내에서 새로운 추이를 형성할 수 있을지, 글렌 체크의 등장으로 그 귀추가 더욱 궁금해졌다. 20110327 | 이수연 wei.jouir@gmail.com 7/10 수록곡 1. Addicted (Re:Ver.) 2. Disco Elevator (Re:Ver.) 3. Metro (Re:Ver.) 4. Dressing Room (Re:Ver.) 5. Dressing Room (Acoustic) (Re:Ver.) 6. Metro (Acoustic) 관련 사이트 글렌 체크 공식 사이트 http://www.glenche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