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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Bigbang) – 4th Mini Album – YG Entertainment, 2011

 

 

마술사가 너무 많다

어쩌다 보니 YG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음반을 제법 많이 다뤘다. 좋게 말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어느 쪽이건 간에 그 회사에서 발표되는 음반들이 개인적인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어떤 부분이 흥미로울까. 최신 트렌드의 한국적 변용? 아니면 언플 겸 자신감을 은근슬쩍 드러내는 ‘아티스틱’한 자의식? 그게 무엇이건 이 기획사의 최근 작업들이 여러모로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시도와 결과는 다른 문제다.

빅뱅의 신보에 대한 첫 인상은 ‘좋은 사운드와 심심한 노래’였다. 이는 반복 청취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음반은 전체적으로 신서 팝과 유로 댄스의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를 적극 활용하는데, “마지막 인사” 등의 연장선상에 자리하는 동시에 GD&TOP(클럽 힙합), 태양(R&B), 승리(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의 솔로 프로젝트와도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결과물이다. 이런 맥락을 통해 보는 기획사의 균형감은 인상적이다.

인트로를 제하면 신곡은 다섯 곡이다. 그중에서 두 곡(“Hands Up”, “Somebody To Love”)은 일본에서 발표한 싱글의 한국어 버전이다. 초롱초롱하고 또랑또랑한 데다 상쾌하게 뻗어가는 “Somebody To Love” 등이 나쁘지 않다는 점 때문에(더불어 한국에서는 “Somebody To Love”를 정식으로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투덜거리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개운한 것 또한 아니다. 이런 식의 애매함이 음반에 들어 있는 음악에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신보가 가진 치명적인 문제일 것이다.

첫 싱글 “Tonight”은 주인공이 지나치게 많은 단편소설 같다. 이는 단지 거추장스러운 장식(이를테면 첫 번째 버스 내내 울리는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덕지덕지 달려 있는 사운드 프로덕션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듣다 보면 이 곡을 소화하는 데 반드시 다섯 명이 필요했는지 궁금해진다. 전체적인 주도권을 GD와 TOP(그리고 가끔씩 태양)가 쥐고 있다는 인상도 강하다. 이러한 점은 음반의 나머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발표 싱글과 한국어 음반의 신곡 사이에 질적 차이가 꽤 느껴진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결론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빅뱅의 콘서트에 갔다 치자. 마지막으로 나왔으면 싶은 곡이 “Tonight”인가 아니면 “거짓말”이나 “마지막 인사”인가? 적어도 나는 후자다. 나에게 신보의 수록곡들은 모두 정규 음반의 인트로 같다. 바꿔 말하면 그 정도의 힘과 여운밖에 없다는 얘기도 되겠다. 이것은 마술이라도 되는 듯 휘황찬란한 사운드를 팡팡 터뜨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비둘기가 안 나오는데 어쩌란 말인가. 20110311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5/10

덧1. 커버의 아트워크는 데미언 허스트의 [For The Love Of God](2007)을 연상시킨다.
덧2. 글의 제목은 렌달 개릿의 소설에서 따 왔다.

수록곡
1. Intro (Thank You & You)
2. Hands Up
3. Tonight
4. Somebody To Love
5. What Is Right
6.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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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YG 엔터테인먼트의 빅뱅 페이지
http://www.ygbigb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