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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숙 –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 안타/현대 LA 019, 1979 (재발매: 비트볼 2010)

소녀, 숙녀가 되고 전설로 남다

배인숙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소울 선풍을 일으킨 걸 그룹 펄 시스터스의 절반이었다. 그리고 이 음반은 그녀의 솔로 데뷔앨범이자 재기작이다. 더불어, 1969년 데뷔 이래 국내에서 정상의 인기를 누리다가 1972년에 도쿄, 1974년에는 뉴욕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가던 펄 시스터스가 언니 배인순의 결혼으로 활동을 중단함에 따라 배인숙의 국내 복귀작이 된 앨범이기도 하다.

음반을 제작한 안타 프로덕션은 록(고고) 리듬과 트로트(뽕짝) 멜로디를 결합한 스타일로 1970년대 후반을 풍미한 것으로 저명하다(혹은 악명이 높다). 그렇지만 이 앨범의 타이틀곡은 알랭 바리에(Alain Barriere)의 “Un poete”의 멜로디에 자기성찰적 가사를 담은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다. 이 곡은 당시의 히트곡이었을 뿐 아니라 이후 많은 가수들에 의해 커버되는 곡이 되었다.

후에 윤형주가 불러 히트한 감미로운 연가 “사랑스런 그대”, 당시 일본 현대 가요의 영향이 살짝 묻어 있는 “깊은 밤”, 그 무렵 성행했던 ‘국제가요제’에 어울릴 법한 그랜드 스케일의 “그대 내 곁에 있어줘요” 등은 1980년대 전반기 가요를 몇 해 앞서 듣는 느낌을 자아낸다. 한편 “오동잎”, “빗방울”, “내 님아” 등은 안타 프로덕션의 수장 안치행이 작곡한 이른바 ‘트로트 고고’인데, 배인숙의 감각적이고 고혹적인 보컬을 만나 새로운 분위기로 재탄생한다.

앨범이 발표된 시점과 아티스트의 물리적 나이를 고려한다면, 이 앨범은 트로트가 아닌 성인가요(adult pop)를 제작하려는 아티스트와 제작자의 고심이 담겨 있다. 1960년대 말 겁 없이 소울을 육감적으로 부르던 소녀는, 이렇게 숙녀가 되어 가고 있었다. 즉,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의 음악적 실험이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편 이런 곡들은 ‘Korean Traditional Popular Music'(그렇다고 국악이나 민요는 아니다)을 틀어주는 홍대앞의 모 술집에 들르는 젊은 사람들 일부에 의해 새로이 재해석되고 있다. 물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 역시 젊은 사람들의 몫이다. 20110301 | 신호미 homey81@gmail.com

7/10

수록곡
Side A
1.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2. 사랑스런 그대
3. 오동잎
4. 난몰라
5. 깊은 밤

Side B
1. 빗방울
2. 그대 내 곁에 있어줘요
3. 내 님아
4. 긴머리 소녀 (경음악)
5. 옛추억 (경음악)
6. 공군가 (건전가요)

재발매 CD
1.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2. 사랑스런 그대
3. 오동잎
4. 난몰라
5. 깊은 밤
6. 빗방울
7. 그대 내 곁에 있어줘요
8. 내 님아
9. 긴머리 소녀
10. 옛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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